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엿새 만에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견고하고 성숙한 한-일 관계를 만들어나가자”고 의견을 모았다. 12·3 내란을 어렵게 극복해낸 우리 앞엔 안으로는 사회 분열을 치유하고, 밖으로는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발족 이후 위험 신호를 보이고 있는 한-미 관계를 안정시켜야 하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다. 어려운 때일수록 이웃나라 일본과 안정된 관계를 구축해야, 새 정부가 추구하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가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역사를 직시하는 책임을 잊지 않되, ‘민감한 현안’에 대해선 유연하면서도 끈질긴 자세로 장기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이 대통령이 이시바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양국이 상호 국익의 관점에서 미래 도전과제에 같이 대응하고 상생”하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한·미·일 협력의 틀에서 다양한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정상은 이달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면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대화에선 한-일 갈등의 핵심이었던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나,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 ‘굴욕 외교’의 상징인 3자 변제안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대선 전 일본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 일본과 안정적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이미 큰 틀의 판단이 내려졌다고 짐작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퍼주기식 대일 외교’, 그리고 이에 끝내 ‘성의 있는 호응’을 하지 않은 일본의 냉담한 자세를 비판하려면 끝도 없다. 하지만, 동시에 2019년 26.7%까지 떨어졌던 일본인들의 ‘한국에 대한 친근감’이 지난해 56.3%까지 올랐고(일본 내각부 조사), 2024년 한해에만 양국 간에 1200만명 넘는 활발한 인적 교류가 이뤄진 것 또한 사실이다. 나아가 한-일은 가혹한 관세 부과 등 예측 불가능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횡포에 맞서야 하는 공통 과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관계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이재명 정부와 일본은 대중·대북 정책에서 어느 정도 마찰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일본과 활발히 전략적 소통을 하는 것은 우리에게 극히 중요하다. 우릴 돕진 않더라도, 최소한 방해는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일이 하나가 돼 우리의 대중·대북 접근에 의문을 제기한다면, 그 외교는 성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고도의 균형과 실리적 외교가 동시에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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