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케이(SK)텔레콤이 국내 통신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해킹을 당했다. 최악의 경우 2500만명의 가입자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에스케이텔레콤은 해킹도 미연에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고 신고와 고객에 대한 고지 등 초동 대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또 유심 교체 등 추가 피해 방지를 위한 보호 조치 과정에서도 소비자들에게 큰 불편을 끼쳤다. 과연 국내 1위 통신사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민관합동조사단은 지난 29일 1차 조사 결과 이번 해킹으로 가입자 전화번호·식별키 등 유심 복제에 쓰일 수 있는 정보 4종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다만, 단말기 고유식별번호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단말기 고유식별번호가 없으면 유출된 정보만으로 복제폰을 만들기는 어려운 만큼 추가 피해 가능성은 낮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소비자들의 불안이 극에 달한 만큼 정부와 회사는 관련 정보를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해 소비자들이 과도한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는 에스케이텔레콤의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과 대응 체계에 근본적인 결함이 있음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국내 최대 통신사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정보보호 투자금액이 800억원가량으로 가입자가 약 1천만명 적은 케이티(약 1200억원)에도 못 미쳤다. 소비자 보호를 소홀히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또 국외 보안전문 기업이 에스케이텔레콤의 해킹 인지(4월18일) 전인 지난 14일 이번 해킹에 사용된 악성코드(BPF도어)가 한국의 통신사에 침투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으나, 경영진은 이런 중요한 정보조차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다. 게다가 해킹 발생 시, 인지 시점부터 24시간 안에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해야 하지만 17시간이나 늑장 신고를 했다. 고객 문자 안내도 사고 열흘이 지난 29일에서야 마무리됐다. 시스템 용량 한계로 가입자 전원에게 동시 문자 발송을 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유심보호서비스와 유심 교체 문제에서도 준비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고객 신뢰가 핵심이다. 신뢰를 잃으면 1위 사업자 지위도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이번 사태 대응의 중심을 고객 보호에 두고 신뢰를 되찾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 선제적인 사이버 보안 투자로 해킹을 방지하는 한편으로, 위기대응 매뉴얼을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만들어 언제 어떤 형태로 닥칠지 모를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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