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비용 고성능의 인공지능 추론 모델 R1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앱. 로이터/ 연합뉴스
최근 저비용 고성능의 인공지능 추론 모델 R1을 공개해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스타트업 딥시크의 앱. 로이터/ 연합뉴스
광고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 오픈에이아이(AI)의 챗지피티(ChatGPT)보다 비용은 훨씬 적게 들이면서도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가진 인공지능 모델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신생 기업이 몇년째 이어진 미국의 엄격한 반도체·인공지능 수출 통제 속에서 이런 뛰어난 혁신을 이뤄냈다는 점에서 미국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이 전통 제조업에서 이미 한국을 추격한 데 이어 첨단산업에서도 우리를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커다란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딥시크가 최근 공개한 인공지능 모델은 두가지다. 하나는 지난해 말 출시한 대규모언어모델(LLM) V3, 다른 하나는 지난 20일 출시한 추론 모델 R1이다. R1 모델은 수학·과학·코딩 등 고도의 추론 능력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미국 빅테크들의 최상위 모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개발 비용은 미국 모델들에 견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미국 빅테크들이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고자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폐쇄성을 유지하는 데 반해, 딥시크는 개발 과정에 관한 내용을 오픈소스로 개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놀랍다. 세계 인공지능 생태계의 중심에 중국이 우뚝 서겠다는 야심이 느껴진다.

지금까지 인공지능 개발은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 고급 기술인재들이 갖춰져야 세계 시장에서 경쟁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실제로 인공지능 학습·추론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는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인 H100 기준으로 1개당 약 4천만원에 이른다. 미국의 빅테크들은 이런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를 업체당 수만~수십만개를 보유하고 개발 경쟁에서 앞서나가고 있다. 특히 미국은 오픈에이아이가 2022년 챗지피티를 처음 공개한 이후 독보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돼왔다. 미국에선 1957년 옛 소련이 먼저 인공위성(스푸트니크)을 쏘아올린 충격에 빗대 인공지능 분야의 ‘스푸트니크 순간’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설립된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직원 180명의 중국 신생 기업이 미국의 고강도 제재 속에서 이뤄냈으니 능히 충격을 받을 만하다. 딥시크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고사양 칩(H100)에 대한 수출을 금지하자 저사양 칩(H800)을 사용했다고 한다.

광고

지정학적 파장도 만만치 않다. 인공지능은 산업적 측면뿐만 아니라 군사기술적 차원에서도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수준의 잠재력을 갖고 있는 기술이다. 미·중이 인공지능 기술에서 앞서고자 사활적 경쟁을 펼쳐온 이유다. 미국 정부와 업계에선 당장 딥시크가 미국 업체의 데이터를 무단 수집해 사용한 의심이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반도체·인공지능 수출 통제를 더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응해 중국은 러시아를 비롯한 브릭스 국가들과 협력하면서 미국의 예봉을 피하고 시장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우리로선 위험과 기회 양면이 존재한다. 중국은 철강·화학·조선·자동차 등 전통 주력산업에서 우리를 따라잡은 데 이어, 최근엔 반도체 분야마저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산업에 실제 적용되는 단계에 접어들면 중국이 우리를 거의 모든 산업에서 앞설 개연성도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딥시크는 우리에게도 ‘스푸트니크 순간’일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딥시크는 적은 자본과 인력으로도 인공지능 기술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줬다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2022~2023년 인공지능 개발이 화두가 됐다가 자본력과 인력이 열세해 최근엔 인공지능 선도국 경쟁에서 밀려났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국가 전체적으로도 고사양 그래픽처리장치(H100)가 1만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딥시크 성공 사례는 우리나라 같은 후발 주자에게도 여전히 기회의 창이 열려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지금껏 거의 모든 산업에서 ‘빠른 추격자’로서 성공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기초과학과 인프라 투자, 인재 육성, 벤처 생태계 활성화 등에 주력하고, 기업들은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인공지능 투자에 공세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