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일 오후 대전시 중구 문화동 충남대학교 보운캠퍼스에서 의대 교수와 학생들이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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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이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뒤, 의료계 안에서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 특히 중재에 나서야 할 의대 교수들마저 정부를 향해 거친 언사를 퍼부으며 전공의 보호에만 몰두하고 있다. 의-정 간 대화가 이어져야 하는 중차대한 국면에서 오히려 갈등을 더 부추기려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정진행 서울대 의대 교수는 6일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우리 집 아들(전공의)이 일진에게 엄청 맞고 왔는데 피투성이 만신창이 아들만 협상장에 내보낼 순 없지 않으냐”며 “애미애비(의대 교수)가 나서서 일진 부모를 만나 담판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허대석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도 이번 만남을 “20대 아들이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조폭에게 심하게 얻어맞고 귀가했다”는 것으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을 학교폭력, 조폭에 비유하는 건 도가 지나치다. 사태 해결을 위한 전략이 부재한 정부도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 내용에 대한 언급은 없이 집단행동을 벌이고 있는 제자(전공의)들의 안위에만 치중하며 자극적 언사를 여과 없이 내뱉는 건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전공의·의대생에 대한 영향력이 큰 의대 교수들이 ‘의대 증원 중단’과 ‘원점 재논의’라는 전공의들의 극단적 요구에 편승하고 있다는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5일 온라인 총회 뒤, 정부에 “의대 증원 절차를 중단하고 전공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정부 제안에 대해서도, “받아들인다는 보장이 없어 증원 규모를 제시할 수 없다”(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대위원장)는 말로 일축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과 전공의 대표의 만남을 제안한 의대 교수(조윤정 전국의대교수협의회 홍보위원장)는 ‘조건 없는 만남’을 제안했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혀 사퇴하는 등 자중지란 분위기까지 일고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는 정부 의대 증원 추진이 교육 자주성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할 방침이다. 지금 의대 교수들이 이런 법적 대응에 주력할 때인가.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하는 의대 교수들이 없지 않다. 하지만 강경론 득세 분위기에선 아무리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도 묻히기 십상이다.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 원칙과 기준을 마련하는 일에 교수들이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