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자는 그 나이에 ‘불혹’(不惑)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경지에 이른다는 것은 공자 같은 성인인 까닭일 터이다. 공자는 그 뒤로도 33년을 더 살며, “마음 내키는 대로 해도 도를 넘어서지 않는” 경지(일흔)까지 이르렀으니 부러운지고!
미국 16대 대통령 링컨은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동안 자신이 살아 온 삶으로 평가를 받기 시작할 때라는 얘기다. 링컨에게도 마흔이 인생의 끝은 아니었다. 그는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나서 두 차례나 떨어졌지만, 쉰둘에 대통령에 당선해 미국 역사를 바꿔놓았다.
‘인생은 마흔부터’라는 위로가 송년모임에서 회자될 때다. 이 말은 1933년 미국의 월터 피트킨이 쓴 책 제목에서 나왔다. 대공황의 파도에 휩쓸려 많은 이들이 실의와 절망에 빠졌을 때, 피트킨은 그 한마디로 중년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화려했던 젊은날을 쓸쓸히 되새기지 말고, 지금 새로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충고였다. 그해와 이듬해 미국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그 책은 38년까지 명성을 이어가며, 세기를 뛰어넘은 유행어를 남겼다.
지난해와 올해 우리나라 서점가에도 ‘나이 마흔’을 주제로 한 책이 쏟아졌다. 40대를 ‘제3의 나이’이라고 부르든, ‘제2의 청춘’이라고 부르든 용기를 갖고 당당하게 새 인생을 시작하라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외환위기를 거친데다, 몇 해째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최근 우리나라 상황은 피트킨이 책을 내던 70여년 전과 많이 닮았다. 물론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하지만 새로 시작하면서 하는 다짐과 자기 확신은 어쨌든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 새해는 ‘자기 성취적 예언’으로 시작할 일이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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