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는 윤석열 정부 권력기관 다수가 긴밀히 개입했다. 한겨레 자료.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에는 윤석열 정부 권력기관 다수가 긴밀히 개입했다.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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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현 | 대기자

 2010년 일본 오사카지검 특수부 검사가 증거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마에다 쓰네히코 검사는 압수한 플로피디스크 파일의 최종 업데이트 날짜를 검찰의 ‘사건 설계’에 맞춰 슬쩍 수정했다. 이 플로피디스크는 법정에 증거로 제출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날짜 조작 사실이 아사히신문 보도로 알려지자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최고검찰청(대검찰청)은 즉각 마에다 검사를 증거조작 혐의로 구속했다. 상관인 특수부장도 증거조작 은폐 혐의로 구속됐고, 검사총장(검찰총장)은 사퇴했다. 마에다 검사는 2년6개월 형을 받았다.

이것이 검사의 증거조작에 대처하는 정상적 방식이다. 법정에 제출되지도 않은 증거에 손을 댔음에도 이토록 단호하게 응징한 것은 검사의 증거조작이 형사사법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범죄자가 증거를 은폐·조작하면 어김없이 구속된다. 범죄자나 할 짓을 검사가 한다면, 더 이상 어떻게 형사사법이 작동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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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어떤가. 미국 연방 검찰은 2008년 선거를 앞두고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을 뇌물죄로 기소했다. 그는 유죄 판결을 받고 선거도 패했다. 하지만 이듬해 연방수사국(FBI) 요원이 ‘검사와 수사관들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감췄다’고 폭로했다. 핵심 증인의 범죄 혐의를 덮어주는 대가로 허위 증언을 유도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법무부 장관은 공소를 취소했고, 법원은 유죄 판결을 무효화했다.

검사가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감추는 행위는 증거조작과 본질상 다를 바 없다. 허위 증언 유도는 조직폭력배가 증인을 협박해 입막음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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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는 위 사례들을 뺨치는 정황이 숱하게 드러났다. 검찰 설계에 맞는 진술을 얻어내려 변호인과 거래하는 검사의 비루한 육성. ‘재창이 형’이 ‘실장님’으로 변조된 녹취록. 수치가 수정된 엑셀 파일. 원본 파일도 없이 종이 출력본만 제출된 정체불명 회의록. 통화 당사자가 엉뚱한 사람으로 뒤바뀐 녹취서. 하지도 않은 말이 기록된 수사보고서. 국가정보원 파견 검사가 선별적으로 제출한 증거자료들. 협력의 대가로 주가조작 혐의를 눈감아준 정황….

이미 밝혀진 사실들만으로도 일대 파문이 일어야 정상이다. 더 파헤칠 대목도 무수하다. 그러나 검찰, 보수 야당, 대다수 언론은 대수롭지 않다는 식이다. 앞으로 이런 수사가 되풀이돼도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여기에 눈감고도 법치주의와 사법정의를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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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문제는 일부 검사의 일탈이 아니라는 점이다. 윤석열이 고발을 직접 지시하고 수사 상황을 일일보고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석열 검찰정권의 야당 대표 표적·조작 수사는 형사사법 왜곡을 넘어 민주주의 강탈 시도였다. 조희대 대법원의 5·1 전원합의체 판결이 12·3 내란의 연장선상이라면 조작기소는 그 ‘과거 연장선상’이다.

사안의 위중함이 이렇다면 특단의 대처가 필요하다. 특검을 통한 철저한 수사는 당연하다. 그 결과에 따라 책임자를 처벌하고, 증거 조작에 기반한 공소는 취소해야 마땅하다. 일각에서는 공소의 적절성 판단은 법원에 맡기자고 한다. 이는 조작기소를 제도적으로 승인하는 꼴이 된다. 검사가 아무리 부당한 기소를 해도 일단 재판은 받으라는 말이 된다. 그 제도적 폭력성에 대해선 윤석열이 갈파한 바 있다(“기소를 당해 몇년 동안 재판을 받고 결국 대법원에 가서 무죄를 받더라도 인생이 절단난다”).

한가지 남는 쟁점이 있다. 특검 수사 후 공소취소 여부를 누가 결정한 것인가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특검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공소취소하면 ‘누구도 자신의 사건에서 재판관이 될 수 없다’는 원칙과 부딪친다. 그렇다고 조작 당사자인 검찰에 맡길 수는 없다. 대통령 참모인 법무부 장관이 지휘권을 행사하는 것도 특검의 경우와 유사한 난점이 있다. 그럼 피해자가 대통령이 됐다는 이유로 정당한 공소취소 적용에서 예외가 돼야 할까.

하나의 대안은 시민들의 판단에 맡기는 것이다. 미국의 기소대배심처럼 시민들의 상식적 시선에 묻는 것이다. ‘특검 수사로 드러난 조작수사 진상에 비춰 해당 기소를 허용할 것인가?’ 배심원단 구성과 그 결정을 특검이 존중할 것을 특검법에 규정하면 된다. 기소·재판에 시민들을 주체로 참여시키는 세계 대부분 국가들에 견줘 한참 뒤처진 우리 형사사법 민주화를 한발 진전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어떤 게 부당한 정치적 기소인지는 법관·검사보다 평범한 시민들이 가장 잘 알아챌 수 있다. 800여년 전 ‘동료 시민들에 의한 재판 없이는 체포·구금할 수 없다’고 선언한 마그나카르타 이래로 지금까지 유효한 믿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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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a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