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혜린 | 군인권센터 국방감시팀장
이번 추석 연휴를 앞둔 9월27일, 활동가 해초(김아현)는 시칠리아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향하는 요트에 올랐다. 해초가 속한 ‘가자로 가는 천개의 마들린호’(TMTG) 선단은 가자지구로 전할 구호물품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출항했지만, 사실은 나포될 가능성이 훨씬 컸다. 지난 8일 해초는 이스라엘군에 의해 공해상에서 나포됐고, 10일 석방됐다.
해초를 포함한 활동가들은 왜 나포될 게 뻔한 해상으로의 접근을 시도했을까? 간단하게는 해상 말고는 달리 가자로 접근할 수 있는 경로가 없기 때문이다. 2006년, 팔레스타인 내에서의 정파 싸움으로 인해 파타흐와 하마스 두 정당이 각각 서안지구, 가자지구를 관리하게 되면서 강경파인 하마스를 의식한 이스라엘이 가자를 완전히 봉쇄해버렸다. 명목은 ‘무장 테러 단체’인 하마스로의 무기 밀수를 막고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인접한 이집트까지 라파흐의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면서 육로, 해로, 비행항로 모두 닫혀 버린 가자지구가 말 그대로 아사 위기에 놓이게 되자 국제 구호단체와 엔지오들이 구호 활동을 펼치게 되었고, 결국 시도된 것이 바다로의 접근 경로를 개척하는 것이었다. 비행편보다 배편이 비용적으로도 시설적으로도 시도하기 용이하다는 점도 있다. 그러나 2009년 1월 이스라엘이 해상 봉쇄를 공식 선포한 이후, 공식적으로는 이스라엘 함대의 봉쇄를 깨고 접안에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해초가 탄 함대는 역대 최대 규모로 시도되어 봉쇄 돌파가 가능할 것 같다는 예측도 있었지만 ‘예상대로’ 실패했다. 해초의 실패는 “이스라엘에 나포된 한국인 활동가 이스라엘 사막 교도소 수감”과, “외교부, 이스라엘군 한국인 탑승 선박 나포에 ‘조속한 석방 요청’”이라는 건조한 제목으로 정리되어 국내에 알려졌다. 외교부는 해초 활동가에게 가자지구 방문의 위험성과 함께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를 받지 않고 여행금지지역을 방문할 경우 여권법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해’ 연락을 지속 시도했다고 밝혔다. 경고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위험 지역에 들어갔다는 투다. 외교부가 의도한 것인진 모르겠지만, 덕분에 기사 댓글엔 ‘하지 말라는 짓을 왜 해서는 세금을 낭비하느냐’는 내용으로 온통 도배됐다.
해초가 석방될 즈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 평화 구상’의 1단계에 합의하여 즉각 휴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그러나 그다음 단계 합의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내용상 하마스는 가자지구 통치에서 배제·해체되고, 아랍권 국가들이 합류한 평화유지군이 들어와 가자지구의 안보를 책임지고 전후 재건을 담당하는 과도 정부를 따로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하마스의 배제 여부와는 별도로, 팔레스타인인 입장에서 이는 강대국끼리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정주민 의사와 권리와는 상관없이 강요되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이 이런 상황에 이른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에이피(AP) 통신 보도를 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6만7천여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월 기준) 전체 사망자 중 전투원의 비율은 17%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대다수가 민간인인 사망자의 30%는 18살 미만 미성년자다. 반면 비슷한 기간 이스라엘인 사망자 수는 1665명이었다.
위험을 무릅쓰고 가자로 간 활동가들이 원한 건 개인에 대한 체포와 석방 소식을 전하라는 것이 아니었다. ‘나’의 체포로 인해 가자에 연루된 모국의 당신들에게 이 비극을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다. 체포, 석방, 협상, 휴전 이런 건조한 사실 너머의 이 처참한 비대칭에 대해서 얘기해야만 한다. 분쟁 지역에 왜 맘대로 들어가느냐는 비난 대신 가자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더 얘기해야만 한다. 소식을 전할 기자를 죽이고, 공중에서 뿌린 구호물품을 주우러 간 민간인들을 표적 타격하고, 구조 활동을 펼치던 의료진과 병원을 폭파한 전쟁범죄 행위에 대해 얘기해야만 한다. 그리고 이런 입장 대신 여권법과 세금을 운운하는, 우리의 비겁한 태도에 대해서 얘기해야만 한다.
![<font color="#FF4000">[단독] </font>한도 2천억달러 이미 넘었는데…미, 사용후핵연료 처리 ‘파이로’ 투자 요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910/53_17889910201378_20260909503747.webp)













![[단독] 한도 2천억달러 이미 넘었는데…미, 사용후핵연료 처리 ‘파이로’ 투자 요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910/53_17889910201378_20260909503747.webp)















![<font color="#FF4000">[속보] </font>서울 시내버스 파업 안 한다…첫차 운행 2시간여 앞두고 협상 타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970/582/imgdb/child/2026/0916/53_17894911520928_20260916500034.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