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이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국민보고대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 이 대통령, 김민석 국무총리,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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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이근 | 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선거로 선출된 정부는 유권자에게 더 많은 걸 해주겠다 약속하기 쉽다. 그러면서도 조세 부담은 늘리지 않겠다고 한다. 모순이다. 시민도 국가가 더 많은 것을 해주길 바라면서 세금은 더 내길 원치 않는다. 모순된 기대다.

두 주체가 균형점을 찾지 못할 때 조세 저항이 일어나거나 나라를 빚더미에 빠뜨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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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가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역할을 키우려는 경향이 있다고 우려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게만 작동하지 않는다. 더 많은 세금을 거둬들이기보다, 세 부담 확대 없는 재원 마련을 내세울 때가 잦다. 증세에 저항이 따르기 때문이다. 감세에도 비판이 따르긴 하지만 저항은 크지 않다. 그러니 정치적 셈법으로만 따지면 증세보다 감세가 유리하다.

윤석열 정부의 선택은 그랬다. 대통령 자신의 종합부동산세 부담까지 던 대규모 감세 정책을 폈지만, 저항은 없었다. 감세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연이어 빚어진 세입 부족으로 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제대로 꾸리지 못한 데는 감세가 큰 원인이 됐다. 윤석열이 인생의 책으로 꼽은 ‘선택할 자유’를 쓴 보수 경제학계 거두 밀턴 프리드먼이 유행시킨 ‘공짜 점심은 없다’란 말은 정확히 감세에도 해당한다. 복지 서비스 제공 등 정부의 역할을 확 축소할 게 아니라면 감세는 반드시 ‘비용’을 초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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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지난달 31일 내놓은 첫 세제개편안도 조세 저항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그리고 더 많은 것을 하겠다는 약속 사이에서 나름대로 찾아낸 균형점이다. 그런데 이날 코스피가 거의 4% 떨어졌다. 투자자들의 증세 반발 심리로 풀이됐다. 워싱턴에서 날아온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에 잔뜩 오를 채비를 하던 증시는 방향을 바꿔 급락했다. 특히 주식 양도소득세를 매길 때 대주주 기준을 종목당 주식 보유액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되돌리려는 세제개편안 내용이 주범으로 몰렸다. 증시 부양 관점에서든,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든 대주주 기준은 중요하다. 하지만 전체 세제개편안 가운데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다. 대주주 기준 논란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투자자를 넘어 전체 시민에게 더 크고 중요한 논의가 축소되거나 아예 생략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조세 정책이 비록 증세 무늬를 띠긴 하지만 뜯어보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종부세 감세 기조 유지다. 이전 정부에서 누더기가 된 종부세를 전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 놔뒀다. 논란과 저항을 의식한 탓이다. 그 결과로 수조원의 추가 세수 확보를 포기한 셈이다. 부동산 대책 꾸러미 가운데 하나로 내놓는 종부세는 매번 그 효과를 둘러싸고서 논란을 증폭시켜왔던 게 사실이다. 거기서 떼어내, 부동산 가치가 크게 불어난 사람에게 세금을 매기는 종부세를 조세 형평성과 재원 확보 차원에서 다뤄나가야 한다. 집값 안정 차원에서 종부세를 다뤄왔던 프레임에서 이제 벗어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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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과반을 차지하는 강남 3구의 집값이 지난 몇년 새 크게 뛰었지만 지난 정부의 촘촘한 종부세 감세 설계로 세 부담은 거의 늘지 않았다. 정상화가 시급한 세제 가운데 하나로 보고 사회적 논의를 거쳐 풀어나가야 할 문제다.

새 정부의 세제개편안은 지난 정부의 지속 가능하지 않은 대규모 감세 정책을 부분적이나마 되돌려놨다는 점에서 분명 긍정적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종부세 방치처럼 그 한계도 명확하다. 종부세 감세 회복 등을 꾀하지 않으면서 전체 증세 효과도 제한적이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향후 5년 윤석열 정부의 감세 효과 80조원 가운데 대략 36조원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감세 폭 절반의 복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를 정상화하겠다는 선언에 비춰 보면 내용은 다소 빈약하다. 회복 금액을 거칠게 연간으로 나눠 지난해 총국세(약 336조원)에 비춰 보면 그리 크지 않은 비중이다. 경제 규모에 견줘 조세 부담을 가늠하는 조세부담률은 2022년 22.1%까지 올랐다가 지난해 17%대로 내려앉았다. 2017년 이전 수준이다. 안 그래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25.3%에 크게 미치지 못하던 조세부담률은 윤석열 정부의 대규모 감세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 회복되겠지만 지금 기조대로라면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논의와 합의를 거쳐 점진적으로 세 부담을 늘려가지 않으면 저출산 고령화 시대 불어나는 필요 재원을 충당할 방법은 없다. 지금 나눠 분담하지 않으면 나중에 더 큰 청구서가 날아올 수 있다.

ryuyige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