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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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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 청년유니온 사무처장

 “일자리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물어올 때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더라고요.”

챗지피티(ChatGPT)의 ‘지브리풍’ 그림이 한창 유행하던 어느 날, 한 모임에서 인스타툰을 그리는 작가님이 이야기했다. 그림을 직접 그려서 돈을 벌고 있는데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요청한 대로 그림을 그려주니 주변에서 “이러다 일자리 없어지는 거 아니냐”고 한마디씩 한다고 한다. 다른 작가님은 인공지능을 두고 “최고의 어시스턴트”라고 이야기했다. 혼자 일을 하는 데 인공지능만한 보조가 없다고 했다. 창작하는 사람들도 인공지능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달랐다. 누군가는 일부러 아예 쓰지 않는다고 하고, 또 누군가는 보조작가처럼 활용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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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며칠 뒤에 ‘지브리풍 그림으로 2천원에…당근·번개장터 금지령’ 기사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을 판매한다니 어이없다가도 앞으로 이런 일이 많아지겠구나 생각했다.

인공지능 기술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했다. 문제는 그 속도를 따라갈 만큼의 제도가 없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창작자들도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된다. 위기감을 느끼는 동시에 활용도를 고민하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나 애니메이션 업계 종사자들은 작품 하나를 위해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하는데, 인공지능이 이를 단 몇초 만에 완성해내니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단순히 그림뿐만 아니라 글을 쓰고, 기획하고, 번역하는 일 등 점점 더 많은 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인공지능 등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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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기존의 창작물, 즉 이미 존재하는 자료들을 학습해서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인간이 만든 이미지나 글들을 학습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학습한 콘텐츠에 대한 원작자들의 동의를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윤은 인공지능을 만든 기업으로 간다. 실제로 프랑스의 출판사와 작가들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콘텐츠를 인공지능의 학습 자료로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걸기도 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과거 이세돌과 인공지능이 바둑 대결을 했던 것처럼) 단순히 인공지능 대 인간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결국 인간의 고유 영역인 창작의 가치와 권리를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기술의 발전을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이에 맞는 제도를 고안하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창작자들이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에 따른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부터 인공지능으로 만든 콘텐츠 판매에 대한 제도와 인간이 창작한 것과 인공지능이 만든 것을 구분하는 시스템까지 논의하고 제도화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은 인공지능으로 제작한 ‘사실적인’ 콘텐츠에 대해 사용자가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비록 ‘사실적인’ 콘텐츠에 한해서 표시하고 있으나, 이처럼 인간이 만든 창작물과 구분하여 소비자들이 이를 알 수 있게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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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최고의 어시스턴트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창작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도 있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제도화할지에 달려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그 속에서 사람이 하는, 사람의 손길이 닿는 ‘창작’이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