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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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 서정대 사회복지상담과 조교수

인공지능(AI)이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왔다. 과거 며칠씩 걸렸던 일들이 이제는 몇분 만에 처리된다. 필자 역시 단순노동이나 아르바이트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는 저소득 취약계층에게서 “로봇이 내 일자리도 뺏는 거냐”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일은 줄고 불안은 늘어간다. 우리는 기술 그 자체보다, 그 기술이 불러오는 구조적 문제와 마주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보고서에서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위협하며, 특히 중간 이하 소득계층에 더 큰 피해를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순한 경제적 변화가 아닌, 분명한 사회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사안이다.

해외 주요국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법(AI Act)을 통해 고위험군 인공지능의 사용을 규제하고 노동권을 보호하고자 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인공지능이 해고 대상자를 골라내는 ‘알고리즘 해고’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며, 프랑스·독일 등은 인공지능으로 일자리를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재교육과 전직 지원에 국가 예산을 확충하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인간 존엄과 노동권을 최우선으로 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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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러한 변화의 충격을 개인이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점이다. 국가의 정책적 개입과 복지 체계의 정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기술 진보의 이익이 일부에게만 집중되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그 혜택을 나누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다가오는 선거는 바로 이러한 전환기에 국가가 어떤 방향을 선택할지를 결정짓는 중요한 계기다. 유권자의 선택은 단순한 정치적 지지가 아니라,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복지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집단적 판단이자 책임이다. 각 후보가 제시하는 일자리 및 복지 공약이 과연 인공지능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지, 유권자는 면밀히 살펴야 한다.

우선, 인공지능 및 자동화 기술의 확산으로 기존 전통적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일자리 이동, 재교육, 전직 지원체계가 시급하다. 실업급여 제도 역시 생계 보조를 넘어 전환형 소득보장 장치로 진화해야 한다. 외국 사례처럼 국가 주도의 재교육 체계를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구조적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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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술 접근성과 활용 능력이 개인과 사회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고도화된 생성형 인공지능은 빠르게 확산하고 있지만, 이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는 아직 부족하다. 공공 데이터센터, 그래픽처리장치(GPU) 자원 공유 플랫폼 등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 기반을 공공재로 전환하는 것이 필수다. 기술이 또 하나의 불평등을 낳지 않기 위해서는, 인공지능을 사회 전체의 역량으로 환원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의 도입은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시에 전통적인 노동시간 구조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한다. 동일한 생산량을 적은 시간과 인력으로 달성할 수 있는 만큼, 일자리 감소는 필연적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과 같은 노동 재구조화 정책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고용 확장뿐 아니라, 삶의 질 향상과 복지의 재구성을 함께 추구하는 방향이다. 물론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고용 안정성, 임금 구조, 사회보험 체계의 동반 개편이 수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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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의 미래는 기술 그 자체에 달려 있지 않다. 우리가 어떤 정치적, 사회적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 기술이 만드는 세계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정책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연대와 제도적 상상력이다. 유권자는 막연한 구호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그 판단이 결국 나와 우리 공동체의 노동 미래, 그리고 인공지능 시대의 일자리 복지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