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정부가 ‘월 45시간 이내’로 제한해온 초과근무에 관한 일률적인 행정지도를 다음달부터 완화한다. 노사 합의로 장시간 노동이 가능한 기업의 경우 월 100시간까지 초과근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막기 위해 강화해온 장시간 노동 억제책이 느슨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교도통신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를 보면, 전날 후생노동성은 오는 9월부터 노동기준감독서의 시간외 노동 지도 방식을 바꿔 초과근무 시간을 늘릴 수 있도록 행정지도를 완화하기로 했다.
일본 노동기준법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법정근로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노사가 노동기준법 제36조에 근거를 둔 ‘36협정’을 맺으면 원칙적으로 시간외 노동을 월 45시간, 연 360시간까지 할 수 있다. 여기에 특별조항을 둬 업무가 일시적으로 몰리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시간외·휴일 노동을 합쳐 월 100시간 미만, 2~6개월 평균 월 80시간 이하, 연 720시간 이하의 근무를 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노사가 ‘36협정’의 특별조항을 맺어 법적으로 월 45시간을 넘겨 잔업할 수 있는 사업장에도 가능한 한 45시간 이내로 줄이도록 일률적으로 지도해 왔지만, 앞으로는 노동자의 건강 확보 조치 등을 따져 개별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특별 조항을 가진 기업의 경우 초과근무가 사실상 월 100시간까지 허용될 것으로 보인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36협정을 체결한 사업장은 전체의 49.7%이고, 이 가운데 약 70%가 월 45시간을 넘는 잔업을 가능하게 하는 특별조항을 두고 있다. 전체 기업의 약 35%에 이른다.
이런 규제는 장시간 노동에 따른 과로사와 과로자살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마련됐다. 일본 한 광고회사에서 20대 직원이 월 100시간을 넘는 초과근무를 하다, 2015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규제 도입의 발단이 됐다. 과거에는 36협정의 특별조항을 이용하면 사실상 잔업시간에 강제력 있는 상한이 없었지만, 아베 신조 정부는 2018년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을 추진해 처음으로 법적 상한을 도입했다.
이번 조치는 법정 잔업 상한 자체를 완화한 것은 아니지만, 당국의 추가적인 제동을 풀어준 데 의미가 있다. 일본경제단체연합(게이단렌) 등 경제계는 기존 지도가 “획일적”이라며 법 위반 여부를 중심으로 지도해야 한다고 요구해왔다. 반면 노동계는 행정적 압박이 약해지면 장시간 노동이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노동시간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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