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정부가 미국의 중앙정보부(CIA)나 한국의 국가정보원 같은 구실을 할 중앙정보기구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4일 “다카이치 총리가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에게 일본 국내·외 정보 활동의 사령탑 구실을 하는 ‘국가정보국’ 창설을 위한 검토를 지시했다”며 “정부 부처간 정보를 통합 분석해 국가 안보와 국익을 위협하는 외부 세력에 대한 대응 능력 향상을 노린 것”이라고 보도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총리로부터 관계 장관과 협력해 정부 전체의 정보 지휘탑 기능 강화를 위한 검토를 진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전후 가장 엄중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 속에서 국익을 지키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 안에는 각 부처별로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개별 조직이 산재해 있다. 내각관방 산하에 내각정보조사실, 경찰 공안, 외무성 국제정보통합조직, 방위성 정보본부, 법무성 외사과의 공안조사청 등이다. 정부 차원에서 정보 통합이 필요한 사건이 있을 경우, 2014년 창설돼 외교·안보 정책을 관할하는 ‘국가안전보장국’에 정보가 전달되지만 정보를 하나로 모아 집행까지 일원화하기에 규모나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 창설을 추진하는 국가정보국은 개별 정보원들을 통한 휴민트(HUMINT·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얻은 인적 정보), 인공위성 정보, 대량 정보 분석 등 수단을 이용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이나 기밀 정보 탈취 등을 막는 구실을 하게 된다. 경찰청, 외무성, 방위성, 공안조사청 등 관련 부처 장관들로 구성된 ‘국가정보회의’를 창설한 뒤, 국가정보국이 실무를 담당하는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우선 국가정보회의 설치를 위해 내년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 제출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국가정보국장을 총리와 관방장관 직속으로 두고 총리 관저 주도의 정보 활동을 강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중앙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정보기관을 두는 건 일본 보수 정치권의 오랜 염원의 하나다. 실제 태평양전쟁 패전 뒤 요시다 시게루 정부 시절이던 1952년 일본에 처음 정부 직속 정보기관인 ‘총리 대신 관방 조사실’이 만들어졌다. 이어 당시 부총리 등을 거친 오가타 다케토라 자유당 총재가 ‘일본판 시아이에이’를 추진했지만, 침략전쟁 시절 앞잡이 구실을 했던 정보기관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계획이 여러차례 좌절됐다.
이후 “왜 일본에는 다른 나라 같은 중앙 정부 차원의 정보기관이 없냐”는 볼멘 목소리가 이어졌다. 이 때문에 ‘정보 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는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중앙 정보기관 신설이 검토돼왔다. 고 아베 신조 총리 역시 중앙 정보기관 창설을 시도했다가 여론 반대와 정치적인 민감성 등이 불거지자 내각 관방 국제테러 정보집약실, 외무성 국제테러 정보수집 유닛 등 소규모 부처 조직을 만드는 데 그쳤다. 각 부처별 일부 정보 기관들의 반대나 권한 조정도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아베 전 총리는 퇴임 뒤인 2021년에도 “중앙 정보기관을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을 멈추지 않았다. 이어 2022년 기시다 후미오 정부의 3대 안보 문서 개정 당시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조직 창설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국가정보국 창설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 자민당 총재 선거 당시에도 꾸준히 주장했던 공약이다. 또 지난 21일 자민당과 일본유신회의 ‘연립정권 합의문'에도 “내년 정기국회에서 내각정보조사실을 격상해 국가정보국을 만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날 일본 교도통신은 “정부가 정보 활동 강화가 시민에 대한 감시와 단속 강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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