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은 당신의 삶이 아니다.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하는 일의 결과물로 정의되지 않는다.”
지난 7월26일 미국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플린(이용자명)은 소셜미디어 틱톡에 17초짜리 영상을 올렸다. 그는 자신은 지금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중이라 선언했다. 그는 “실제 일을 그만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어진 일 이상의 노동과 열정을 기대하는 문화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용한 사직은 당신이 자기 일을 잘 참아낼 수 있을 때 가장 잘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 영상은 게재된 지 3주 만에 조회수 820만을 기록했다. 이후 미국의 밀레니얼과 제트(MZ) 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을 실천하겠다는 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아침 8시59분, 사무실 자리에 앉는다. 전화가 500통이나 왔네. 정신없이 맡은 업무를 처리한다. 오후 4시59분이 되자 퇴근을 준비한다. 추가 업무를 해달라는 회사의 요구는 가볍게 거절한다. 시계가 5시를 알리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난다. 여러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굿바이.”
미국 직장인 베로니카가 ‘우리는 임금대로 행동한다’(act your wage)며 소셜미디어에 올린 ‘조용한 사직’의 방식이다. ‘조용한 사직’은 열심히 일하다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를 뜻한 ‘번아웃’과 다르며,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보다는 좀 더 방어적인 방식이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를 충실히 하되 추가 노동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자신의 연봉 증가나 승진, 좋은 평가, 나아가 직장에서의 자아실현을 바라지 않는 업무 태도를 일컫는다.

지난 9월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조용한 사직 현상이 사실일까’란 제목의 보고서를 내고, 미국의 일터에서 노동자 최소 50% 이상이 사실상 조용한 사직을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갤럽은 필요한 최소한의 일을 하고 심리적으로 직장에서 분리된 사람들이 미국 전체 노동자의 절반에 달한다고 했다. 미국 18살 이상 정규직 및 비정규직 1만5091명을 대상으로 지난 6월 조사한 결과다. 갤럽은 보고서에서 특히 35살 미만 노동자들 취업 만족도가 떨어지며 직장에서 발전할 기회를 얻는 것에 대한 기대치가 현저히 감소했다. 갤럽은 코로나19 세계적 대확산(팬데믹) 사태 이후 직원으로서 얻는 이점과 혜택이 상당히 사라진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미국 젊은 세대의 직장관이 크게 변화한 배경에는 전례 없는 고용 호조 상황이 있다. 최근 미국에서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은 과장된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약 4700만명의 미국인이 일터를 떠났다. 이는 미국 전체 노동력의 거의 4분의 1 수준이다. 올해에도 지난 2월 440만명, 3월 453만명이 일터를 떠나며 ‘대사직 시대’란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다. 반면, 기업의 구인은 급격히 증가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올해 꾸준히 3%대를 유지하며 완전고용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7일 발표된 미국의 9월 고용보고서를 보면, 9월 실업률 3.5%이며 비농업 부문 신규고용 증가 수는 26만3천건이다. 전달 31만5천건에 비해 증가세가 다소 둔화했지만, 시장 예상치 25만건보다 높았다.

미국 고용 상황은 지난해 말 크게 회복된 이후 올해 꾸준히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고용 시장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고, 이는 일터에서 추가 근무 강요를 거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하지만 단지 고용 상황 호조만으로 ‘조용한 사직’ 현상을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업무 효율성을 추구하는 기업 문화가 자리 잡았고, 업무 외 개인 생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장시간 노동과 업무 과몰입은 피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 8월 마리아 코도비츠 노팅엄대학교 조직행동학 부교수는 영국 <가디언>에 조용한 사직 유행은 팬데믹 이후 노동자들의 직업 만족도 하락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이후 직업 전반에 걸쳐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이 변화했다. 일이 내게 무엇을 의미하는가 생각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가치에 더 부합하는 역할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주어진 일만을 수행한다는 업무관이 개인에게 실제 도움이 될지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대부분의 직업은 동료와 협업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어느 정도 추가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세라 쿠부릭은 13일 <유에스에이(USA) 투데이>에 “‘조용한 사직’이란 업무관이 과로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인지, 최소한의 일만 하기 위한 적당한 핑계에 불과한지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업무의 대부분은 인간관계인데 사람과의 관계에서 조용한 사직이 가능한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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