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섬” 발언의 당사자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27일 트럼프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쓰레기 섬” 발언의 당사자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27일 트럼프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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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 막판에 뉴욕에서 성대하게 개최한 유세가 ‘인종주의 대향연’이 되면서 역풍을 만났다. 트럼프 쪽의 인종주의적 태도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관련 검색량이 구글에서 치솟는 등 선거 판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8일(현지시각), 전날 트럼프가 뉴욕의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에서 한 발언을 두고 “혐오의 연료에 부채질했다”고 비난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 유세에 대해 “그저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수세에 몰리는 듯하던 해리스 캠프는 이 유세를 반격의 소재로 삼고, 미국 언론도 집중 조명하고 나섰다.

 이 유세는 ‘반이민·인종주의의 결정판’이라고 할 만큼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가장 큰 꼬투리를 잡힌 것은 연사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다. 그는 미국의 카리브해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떠 있는 쓰레기 섬”이라고 부르고, “아이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는 등 히스패닉계를 조롱하는 발언을 했다. 흑인 비하 발언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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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쓰레기 섬” 발언은 푸에르토리코계를 발끈하게 만들었다.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의 4대 도시 레딩의 푸에르토리코계 시장 에디 모랜은 기자회견을 열어 “이런 발언은 트럼프가 얼마나 히스패닉계와 푸에르토리코인들을 무시하는지 보여준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히스패닉계 의원들도 비난 대열에 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 뉴욕의 실내경기장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유세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7일 뉴욕의 실내경기장 메디슨스퀘어가든에서 유세하고 있다. 뉴욕/UPI 연합뉴스

 트럼프의 고향이지만 민주당의 아성인 뉴욕에서 한 이 유세는 선거운동 막판에 ‘클로징 아규먼트’(closing argument)로 부르는 행사로 후보의 핵심 메시지를 총정리해 제시하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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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세에서는 다른 이들 입에서도 인종주의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이 쏟아졌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에 “이민자들의 침공”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대규모 추방을 시행하겠다며 미국을 “점령당한 국가”라고 불렀다.

 트럼프 캠프는 “쓰레기 섬” 발언의 파장이 만만치 않자 “그 농담은 트럼프 대통령이나 캠프의 시각을 반영한 게 아니다”라는 해명을 내놨다. 하지만 다른 발언들을 두고는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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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파문은 트럼프가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히스패닉과 흑인층에서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상당한 지지를 확보하며 승리 전망을 밝히는 중요한 시기에 발생했다. 푸에르토리코에는 미국 대통령이나 연방의회 선거권이 없다. 하지만 미국 본토에 사는 푸에르토리코계의 표심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펜실베이니아에는 푸에르토리코계가 45만명 거주하고, 다른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미시간·위스콘신에도 다수의 푸에르토리코계가 산다. 해리스 캠프는 “쓰레기 섬” 발언을 소재로 온라인 광고를 급히 만들어 경합주들에서 내보내기로 했다.

 실제 유세 이후 구글에서 ‘트럼프’와 ‘힌치클리프’ 검색량이 치솟았다. 여론조사 분석가 네이트 실버는 “트럼프는 지난 9월 두번째 암살 시도 이후 가장 많았고, 힌치클리프는 테일러 스위프트를 앞섰다”며 “바이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의 가장 불쾌한 요소로 마지막 한주가 채워지는 건 해리스에겐 구원의 동아줄”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  김원철 기자 wonch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