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엔 세계적으로 다발성 골수종에 효과적인 약제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대학병원 내 전문 교수조차 3~6개월만 관련 공부를 게을리하면 최신 치료 전략과 로드맵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질 정도”라고 말한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이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최근엔 세계적으로 다발성 골수종에 효과적인 약제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대학병원 내 전문 교수조차 3~6개월만 관련 공부를 게을리하면 최신 치료 전략과 로드맵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질 정도”라고 말한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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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암이라고 하면 흔히 백혈병을 떠올리기 쉽지만, 최근 국내외에서 고령화 추세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다발성 골수종도 중요하다. 국내에선 1999년 한 해 500명이 채 되지 않던 국내 신규 환자 수가 10년마다 2배씩 증가해 2023년 2천 명(10만 명당 4.1명꼴)을 넘어섰다. 완치가 어렵고 끈질기게 재발해 치료 기간이 길다는 임상적 특성 때문에 전체 환자 규모도 1만 명을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도 향후 20년 이내에 다발성 골수종 환자가 약 70%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4월29일 지에스케이(GSK)가 개최한 다발골수종 치료제 브렌랩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다발성 골수종 질환 개요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지난 4월29일 지에스케이(GSK)가 개최한 다발골수종 치료제 브렌랩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다발성 골수종 질환 개요를 나타낸 인포그래픽.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환자가 급증하지만 국내에선 낯선 암종인 다발성 골수종의 국내 치료 환경은 의학적 발전 속도와 비교했을 때 여전히 열악하다. 이중항체나 카티세포(CAR-T 세포, 키메라 항원 수용체 티세포) 치료제 등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전환한 좋은 약제가 쏟아지며 치료 전체의 과정(로드맵)이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개별 약제 중심으로 구축된 국내 의료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건강한겨레는 이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만나 다발성 골수종의 질환적 특성과 치료 전략에 대해 알아봤다. 이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다발성 골수종에 효과적인 약제가 워낙 많아지다보니 대학병원 내 전문 교수조차 3~6개월만 관련 공부를 게을리하면 최신 치료 전략과 로드맵을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질 정도”라며 “다발성 골수종은 무엇보다도 ‘가장 효과적인 치료제를 초기(앞단)에 써야 한다’는 종양학적 기본 원칙이 가장 필요한 암종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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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급변하는 혈액암 치료 현장의 속도에 맞춰 환자들이 제때 최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암질환심의위원회 체계에서 혈액암을 분리하거나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혈액암 표준치료 로드맵을 구축하는 등의 학계 제언을 제도화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이준호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급변하는 혈액암 치료 현장의 속도에 맞춰 환자들이 제때 최선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암질환심의위원회 체계에서 혈액암을 분리하거나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혈액암 표준치료 로드맵을 구축하는 등의 학계 제언을 제도화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다발성 골수종, 반복되는 재발이 문제…첫 치료 확실히 잡아야

혈액암은 단순히 혈액에 떠다니는 미세한 암세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가 처음 생긴 장소가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혈액의 구성세포인 경우다. 혈액암 속엔 이질적이고 복잡한 여러 암종이 섞여 있지만, 크게 급성 및 만성 백혈병과 악성 림프종, 다발성 골수종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다발성 골수종은 체내 단백질 및 면역항체를 만드는 형질세포가 암세포로 변해 주로 골수에서 증식하는 암이다. 이 때문에 빈혈과 콩팥 기능 이상, 뼈 통증과 골절, 고칼슘혈증, 면역 저하에 따른 감염 위험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지난 4월29일 지에스케이(GSK)가 개최한 다발골수종 치료제 브렌랩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치료 차수 도달률과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을 요약한 인포그래픽.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지난 4월29일 지에스케이(GSK)가 개최한 다발골수종 치료제 브렌랩 국내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 당시 다발성 골수종 환자의 치료 차수 도달률과 평균 무진행 생존기간을 요약한 인포그래픽.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가장 큰 특징은 치료 뒤에도 이어지는 재발의 반복이다. 다발성 골수종의 조기 재발률은 12개월 이내 10%, 24개월 이내 28%에 이를 정도다. 문제는 재발이 반복할 때마다 관해(암세포 및 증상이 완화되거나 사라진 상태) 유지 기간이 점차 짧아지고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불응성 단계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진다. 그러다보면 약제 선택지도 점차 제한되고 독성 누적이나 전신 상태 저하 등으로 치료를 이어가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실제 다발성 골수종 진단 환자의 95%가 1차 치료가 가능하고 질병이 진행되지 않고 생존하는 기간(무진행 생존기간·PFS)도 평균 34개월간 지속되지만, 치료 차수가 거듭될수록 치료가 가능한 환자 비율과 관해 기간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2차에선 치료 가능한 환자 비율이 61%이고 관해 기간은 15개월, 3차에선 38% 및 11개월, 4차에선 15% 및 6개월 등을 거쳐 5차 치료까지 가능한 환자 비율은 채 1%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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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다발성 골수종 치료의 핵심은 앞단인 1차 치료를 가장 효과적으로 시행해 재발까지의 유지 기간을 최대한 길게 이어가는 일이다. 그래야 추후 재발하더라도 차기 약제에 대한 치료 반응뿐 아니라 환자의 예후도 좋다. 이 교수는 “1차 치료가 효과적이지 못하거나 재발 간격이 짧아지면, 항암제에 내성을 얻도록 변형된 암세포들이 우세해지면서 마치 둑이 무너지듯 질병 진행 속도가 가팔라진다”고 지적한다. 그는 이어 “앞단에서 어중간한 치료로 암세포를 남겨두면 나중에는 어떤 약도 듣지 않는 불응 상태에 빠지게 된다”며 “환자의 몸 상태가 양호한 치료 초기부터 가장 강력하고 좋은 약제를 써서 잔존 암세포를 완전히 소탕해야 하는 이유”라고 부연했다.

한·일, 신약 급여 차이 따라 4년 생존율 2배 차이

다발성 골수종의 치료 전략은 골수에서 생성돼 적혈구나 백혈구, 혈소판 등 혈액의 구성세포를 생산하는 역할을 하는 조혈모세포를 자가 혹은 가족 등 타인에게 이식받는 치료(조혈모세포 이식)가 가능하면 이를 우선시하며, 이에 따라 항암치료 전략을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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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제도상 기본적인 치료제로 △면역세포나 암세포 표면에 있는 ‘시디(CD)38 단백질’을 표적으로 해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CD38 단백질 표적 단일 항체 치료제인 ‘다라투루맙’과 △세포 속 쓰레기통(단백질 분해) 역할을 하는 ‘프로테아좀’의 기능을 억제하는 ‘보르테조밉’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원리의 약제인 ‘레날리도마이드’와 △‘덱사메타손’ 등이 있다. 1차 또는 2차 표준치료에서 이들 중 2∼4개까지 약을 더해가며 사용한다.

최근엔 카티 치료제나 두 가지 항체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항체’, 한 가지 항체와 암세포에 작용하는 약물을 결합한 형태의 ‘항체-약물 접합체’(ADC) 등 치료 효과를 크게 개선한 새로운 항암제가 빠르게 개발되고 있다. 특히 ADC 신약인 벨란타맙 마포도틴(제품명 브렌랩)은 비-세포항원(BCMA)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원리로 치료 효과를 크게 개선했다. 벨란타맙 마포도틴/보르테조밉/덱사메타손 병용요법(BVd)에서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36.6개월)을 기존의 보르테조밉/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제 병용요법(13.4개월) 대비 3배가량 늘리고 사망 위험도 42% 줄였다.

문제는 국외에선 이들 신약이 1~2차(앞단) 치료제로 빠르게 도입됐지만, 국내에선 4~5차 이상 뒷단의 치료제로 밀려나 있다는 점이다. 최근 국내의 한 연구에선 이 때문에 국내 환자의 4년 생존율(34.8%)이 신약 급여화가 빠른 일본(78.3%)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 교수는 “앞단에서 효과적인 신약을 쓸수록 환자의 경과가 월등히 좋아지지만, 제도적으로는 상태가 악화해 치료 효과가 낮아진 뒷단에서 사용하다보니 비용 효과성 등의 평가에서 불리해지는 불합리한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급변하는 혈액암 치료 현장의 속도에 맞춰 환자들이 제때 최선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고형암 중심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암질심) 체계에서 혈액암을 분리하거나 국가적으로 체계적인 혈액암 표준치료 로드맵을 구축하는 등의 학계 제언을 제도화하도록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