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가 더해갈수록 우리 몸은 변한다. 20대 이후부터 가만히 있어도 열량을 태우는 기초대사량은 조금씩 낮아지고, 30대를 넘어서면 근육을 지키고 지방을 분해하는 호르몬도 줄어든다. 예전과 똑같이 먹는데도 어느새 야속하게 뱃살이 불어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몸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할까?
건강한겨레는 2026년 새해를 맞아 ‘새해, 새 밥상’ 3회 연재를 통해 내분비내과 전문의 우창윤 ‘윔(WIM) 클리닉’ 원장과 함께 나이에 따른 몸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법을 알아본다. 우 원장은 구독자 142만 명의 건강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하며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대중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 편집자 주
“칼로리는 맛의 전투력”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누리꾼들 사이에서 회자한 적이 있다. 라면, 피자, 햄버거, 감자튀김 같은 패스트푸드를 비롯해 각종 냉동·즉석식품, 과자·초콜릿·아이스크림·콜라 등 높은 칼로리의 음식에 저항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단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대부분 초가공식품으로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비만은 물론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위험을 크게 높인다. 무엇보다 우리 건강 유지의 기초인 혈관을 망가뜨리는 최악의 음식이다. 우창윤 원장은 “혈관은 온몸에 닿아 있어 그 상태가 장기 건강을 좌우하며, 혈관이 망가지면 몸 전체가 무너진다”고 강조한다.
대사질환의 모든 합병증은 결국 혈관에서 시작
혈관은 콩팥, 눈, 뇌, 심장 등 주요 장기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통로다. 특히 콩팥은 장기 자체가 ‘혈관 덩어리’라 불릴 만큼 혈류 의존도가 높다. 혈관이 손상되면 콩팥 기능 저하뿐만 아니라 실명, 심근경색,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암 발생 위험 역시 혈관 염증과 무관하지 않다는 연구도 잇따른다.
문제는 혈관이 나빠져도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다는 점이다. 다만 몇몇 증상은 혈관의 이상 신호를 잡아내는 실마리가 된다. 대표적인 신호는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잘 안 되는 이른바 ‘브레인 포그’다. 충분한 산소와 영양소가 말초 조직과 뇌에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피로해지고, 움직이기 싫어지거나, 운동 초반 유독 숨이 차는 것도 흔한 신호다. 다리에 쥐가 자주 나는 것도 혈류 장애와 관련될 수 있다. 우 원장은 “전반적인 컨디션 저하가 지속된다면 한 번쯤 혈관 건강을 점검해볼 필요는 있다”고 조언한다.
혈관을 늙게 만드는 주범은 ‘고혈당과 혈당 변동성’
혈관 노화를 앞당기는 가장 큰 원인은 고혈당이다. 혈당이 높거나 급격히 오르내리면 혈관 내피세포가 반복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에 따라 혈관은 점점 딱딱해지고 탄력을 잃는다. 여기에 고혈압이 겹치면 이미 탄력이 떨어진 혈관에 높은 압력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상황이 악화한다. 설상가상으로 고지혈증까지 동반되면 손상된 내피세포 틈으로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염증 반응이 반복되면서 혈관 상태는 빠르게 나빠진다.
활동량 감소도 혈관을 망친다. 혈관은 일정 수준의 혈류 자극을 받아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 원장은 “내장지방이 늘었다는 건 고혈당의 반복, 만성 염증 증가, 활동량 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라고 꼬집었다.
혈관 건강의 출발점은 식습관, 특히 ‘혈당 관리’
혈관을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바꿔야 할 것은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식습관이다. 빵, 면, 과자, 단 음료와 같은 초가공식품은 혈당을 급격히 올리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들은 혈당과 혈당 변동성을 동시에 키운다. 우 원장은 “고혈당의 반복은 혈관을 긁는 것과 같다”고 표현한다.
반대로 혈당을 안정시키고 혈관을 보호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채소와 과일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질병관리청이 하루 400~500g의 채소·과일 섭취를 권고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식이섬유를 하루 25~30g까지 섭취할수록 심혈관 질환과 당뇨병 위험이 선형적으로 감소하고 수명도 늘어난다.
채소와 과일의 가치는 식이섬유에만 있지 않다.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 파이토케미컬, 아직 규명되지 않은 미량 영양소까지 함께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녹황색 채소에 풍부한 성분들은 혈관 이완에 필요한 물질 생성을 돕는다.
“채소와 과일, 많이 먹어야 한다”보다 “쉽게 먹을 수 있게 세팅”
문제는 실천이다. 가공식품과 배달음식이 넘치는 환경에서 매일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먹기란 쉽지 않다. 우 원장은 “의지를 믿기보다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방법은 단순하다. 잡곡밥과 나물 반찬이 기본인 한식을 활용하면 한 끼만으로도 식이섬유 섭취량을 크게 늘릴 수 있다. 시간이 없을 경우에는 갈아서 먹거나 착즙해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는 방법도 좋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는 것이다. 당류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총 당류를 10g 이하로 맞추는 것이 좋다. 케일·시금치 같은 녹황색 채소,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 호두처럼 오메가3가 풍부한 재료를 함께 갈면 혈관 건강에 도움이 된다.
외식이 불가피할 때는 ‘1·2·3 젓가락 법칙’이 유용하다. 첫 젓가락은 채소, 두 번째는 단백질, 세 번째로 밥을 먹는 방식이다. 이렇게 먹는 순서만 바꿔도 혈당 반응이 20~40%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무엇보다 식사 구성에 대한 ‘의식’이 생긴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 원장은 건강한 식습관을 ‘고난의 길’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한다. 과자와 음료 대신 채소와 과일을 집에 두고, 백미 대신 잡곡을 선택하는 것처럼 작은 선택만 바꿔도 환경은 달라진다. 식후 가볍게 걷는 습관까지 더해지면 혈관은 서서히 회복된다는 것이다. 그는 “너무 어렵게 하지 않아도 된다. 생활 공간에 있는 선택지만 바꿔도 우리 몸은 본래의 건강한 방향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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