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걸음 수, 혈당, 혈압, 수면까지 관리해준다는 디지털 헬스 앱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건강 관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일수록 이 기술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Digital Health Literacy)’, 즉 디지털 건강 문해력의 격차가 만든 현실이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는 스마트폰 앱, 온라인 포털, 소셜미디어(SNS) 등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 정보를 찾고, 이해하고, 신뢰도를 판단해 실제 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센터 조주희 교수와 암환자 삶의 질 연구소 윤정희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에 “국내 성인 4명 중 1명은 디지털 환경에서 건강 정보를 이해·활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4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55세 미만은 온라인 설문으로, 55세 이상은 대면 인터뷰로 참여했다. 지역·연령·성별을 고려해 구성된 패널이어서 일반 성인 인구를 비교적 정확히 반영한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 평가도구(DHTL-AQ)’를 활용했다. 이 도구는 모바일 앱 활용, 건강정보 검색, 정보의 신뢰성 평가, 비판적 선택 능력 등을 실제 과제 기반으로 점수화해 역량을 정량적으로 측정한다.
연구 결과, 전체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3.8점이었다. 참여자의 27.8%(289명)는 ‘역량 낮음’ 그룹으로 분류됐고 이들의 평균 점수는 31.5점에 불과했다. 반면 ‘역량 높음’ 그룹(72.2%, 752명)의 평균은 90.3점으로, 양극화가 뚜렷했다. 정보 활용 능력의 차이가 새로운 형태의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취약계층에서 위험 신호가 두드러졌다. 디지털 헬스 리터러시가 낮은 사람 대부분이 60세 이상 고령층, 월 소득 200만원 이하 저소득층, 무직 등 사회적 취약계층이었다. 60대 이상 250명 중 ‘역량 높음’으로 평가된 사람은 55명(22%)에 그쳤다. 다른 연령대에서 고역량자가 다수를 차지했던 것과는 대비된다.
세부 과제를 보면 격차는 더 분명하다. ‘역량 낮음’ 그룹은 건강 관련 앱을 찾는 데 19.4%만 성공했고, 회원가입을 마친 경우도 17%에 그쳤다. 디지털 헬스의 ‘입구’조차 넘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셈이다.
조 교수는 “건강정보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자체에서 격차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고령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맞춤형 디지털 역량 교육, 직관적이고 단순한 앱 설계, 검증된 건강정보 제공체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기기 보급을 넘어 공공 차원의 접근성 강화, 의료현장의 맞춤 안내 등 다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조 교수는 “디지털 시대에는 기술을 쓰는 능력이 곧 건강을 지키는 능력이다”라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적 지원 논의가 더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은숙 기자 sug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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