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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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중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출 통제로 삼성전자의 미래에 낀 먹구름도 한층 짙어졌다. 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은 저사양 제품을 중국에 수출하며 부진을 일부 만회해왔는데, 이제 이마저 어렵게 된 탓이다. 한국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는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이번에 ‘블랙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것도 악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3일 미국 상무부 자료를 보면,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자국·외국산 고대역폭메모리의 대중 수출을 제한한다. 이제까진 회로 선폭이 18나노미터(㎚) 이하인 자국산 제품만 통제 대상이었는데, 앞으로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통해 전세계에서 생산되는 모든 고대역폭메모리를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는 디램을 여러 겹 쌓아서 데이터 전송 속도(대역폭)를 끌어올린 메모리 반도체로, 대규모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인공지능(AI) 칩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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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업계에서는 주로 삼성전자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내다본다. 물량 대부분을 미국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에스케이(SK)하이닉스와 달리, 경쟁에서 밀린 삼성전자는 구형 고대역폭메모리를 일부 중국에 수출해온 탓이다.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 매출 가운데 중국 비중은 두 자릿수로 알려져 있다. 일부 증권가는 비중이 20~30%에 이를 것으로 추측한다. 앞으로 삼성의 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이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의 디램 사업 전반에서도 어려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서 예상한 것과 달리 미국은 이번에 ‘블랙리스트’(Entity List)에 창신메모리를 추가하지 않았다. 2016년 설립 이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온 창신메모리는 올해 구형 제품인 4세대 디램(DDR4)을 중심으로 저가 공세를 펼치며 기존 메모리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미국이 창신메모리를 상대로 견제를 강화하리란 기대도 일부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않은 것이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기업은 더 강력한 수출 통제를 받아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장비 등을 확보하기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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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미국의 이번 발표는 이미 위기설에 휩싸인 삼성전자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디램 가격을 끌어내린 창신메모리의 저가 공세는 주로 삼성에 타격을 입혀왔다. 고대역폭메모리 경쟁에서 뒤처진 삼성의 경우 일반 디램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탓이다. 중국 수출이 막히면 고대역폭메모리 매출을 분기마다 2배가량으로 늘리겠다는 삼성의 공언도 지키기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결국 엔비디아에서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 납품 승인을 받는 게 더더욱 중요해진 셈이지만, 올해 내내 지연된 납품 소식은 아직까지 들리지 않고 있다.

정부와 삼성전자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고대역폭메모리가 탑재된 인공지능 칩 완제품은 저사양이기만 하면 중국에 수출할 수 있다”며 “그렇게 간접 수출을 하는 방식으로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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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