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 인천사업장을 방문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 및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혐의’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첫 번째 국내 공식 행보로 삼성바이오를 골랐다.
삼성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 회장은 이날 삼성바이오 인천사업장을 찾아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말고, 더 과감하게 높은 목표를 향해 미래로 나아가자”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지난해 최대 실적을 낸 삼성바이오 직원들을 격려하고 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강화한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조7천억원과 영업이익 1조1천억의 실적을 냈다. 2011년 창립 이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항암제 및 자가면역질환 등 판매 허가를 획득해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고 삼성 쪽은 설명했다.
이 회장은 내년 완공이 목표인 5공장 현장과 현재 가동 중인 4공장 생산라인을 점검한 뒤 삼성바이오 경영진으로부터 중장기 사업전략 등을 보고받았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막 가동을 시작한 4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공장 증설 계획과 함께 향후 10년간 7조5천억원을 투자해 ‘제2 바이오 캠퍼스’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은 1심 판결 뒤 이 회장의 삼성에스디아이(SDI) 말레이시아 생산법인과 삼성바이오 인천 공장 건설 현장 방문을 연이어 공개했다. 앞으로 투자가 많이 필요한 배터리와 바이오 사업 현장을 보여주면서 “어렵다고 위축되지 말고 담대하게 투자해야 한다”(말레이시아) “미래로 나아가자”(인천) 등 발언도 노출했다. 현장 행보를 통해 향후 적극적인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모양새다.
또 이 회장이 방문지로 선택한 삼성바이오는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 받은 무죄 판결과 관련이 있는 곳이어서 눈길을 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5일 이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하면서, 검찰이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회계 부정 혐의와 관련해 증거로 제시한 삼성바이오의 백업 서버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18테라바이트 규모의 이 서버는 삼성바이오가 검찰 수사를 대비해 공장 바닥이나 직원의 집 등에 숨겼던 것들이었다. 당시 삼성바이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증거인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문까지 낸 바 있다. 그러나 이 회장은 법원의 증거능력 불인정 판단을 토대로 홀가분하게 삼성바이오 현장을 찾은 것이다.
재계에선 이 회장이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것이라 관측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경제단체 관계자는 “작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에서만 15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나며 위기설이 나올 때 이재용 회장 리더쉽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발목을 잡던 사법리스크도 일단 해소된 만큼 경영 일선에서 대형 인수합병 및 투자(유치)도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