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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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반도체설계회사 브로드컴이 시가총액 1조달러를 깜짝 돌파했다. 최근 실적에서 브로드컴의 ‘인공지능(AI) 잠재력’을 확인한 투자자들이 주가를 하루 만에 20% 넘게 밀어 올린 결과다.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지 주목된다.

15일 브로드컴 자료를 보면, 회사의 2024회계연도(지난해 11월~올해 10월) 인공지능 관련 매출은 122억달러(약 17조5천억원)였다. 한해 전보다 220% 불어났다. 그러면서 회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에서 24%로 늘었다. 그 영향으로 브로드컴 주가는 실적 발표 이튿날인 13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24% 뛰었다. 시총도 처음으로 1조달러를 넘어섰다.

브로드컴이 인공지능 매출을 빠르게 키운 배경에는 ‘주문형 반도체’(ASIC)가 있다. 주문형 반도체는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기능에 맞춰 설계한 특수 제품이다. 설계 비용이 많이 들고 호환성도 떨어지지만, 해당 기능에 한해서는 일반 제품보다 성능이 좋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문형 인공지능 칩은 엔비디아 칩의 비싼 가격과 품귀 현상으로 빅테크 업계가 대안 찾기에 나서면서 각광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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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흐름에서 덕을 본 건 앞서 주문형 반도체 설계 경험을 쌓아뒀던 브로드컴이다. 실제로 주문형 인공지능 칩 시장에서 브로드컴의 점유율은 80%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로라하는 빅테크 기업 대부분이 브로드컴과 손을 잡고 있다는 얘기다. 한 예로 구글의 야심 찬 신작인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 2.0’은 엔비디아 칩이 아닌 이른바 ‘텐서처리장치’(TPU)로 작동된다. 텐서처리장치는 구글과 브로드컴이 대규모 행렬 연산에 초점을 두고 만든 주문형 칩이다. 메타와 오픈에이아이(AI)도 브로드컴과 협력해왔다.

브로드컴의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회사는 앞으로 인공지능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유효 시장’(SAM)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해 2027년 600억~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엔비디아의 2024회계연도(지난해 2월~올해 1월) 매출 609억달러와 맞먹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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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문형 칩 시장이 엔비디아를 실질적으로 위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엔비디아는 자사 칩에서만 작동하는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 ‘쿠다’(CUDA)를 통해 폐쇄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인공지능 업계가 ‘엔비디아 의존도’를 빠르게 낮추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이유다. 엔비디아는 2025회계연도 1~3분기(올해 2~10월)에 매출 912억달러를 기록하며 1년 전보다 135% 성장한 바 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