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연대금융 국제심포지엄’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되는 토론에 김검수(왼쪽 두번째) 새마을금고중앙회 사회금융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2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연대금융 국제심포지엄’에서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금융의 역할’을 주제로 진행되는 토론에 김검수(왼쪽 두번째) 새마을금고중앙회 사회금융본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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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홍성에는 ‘초록코끼리’ 라는 청년 창업기업이 있다. 이 지역 30여 농가와 계약을 맺어 재배한 친환경 농산물로 밀키트를 만들어 홍성·내포지역에 새벽배송을 하고, 다른 지역에도 유통한다. 농촌의 생명력을 도시 소비자에게 전하는 가치를 담아 김만이 대표가 창업한 로컬 스타트업이다. 새마을금고에 따르면 초록코끼리는 창업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이 지역 홍주새마을금고를 통해 5천만원을 신용대출 받아 사업장을 마련했다. 이어 새마을금고중앙회가 시행한 청년로컬지원사업을 통해 4천만원의 사업 자금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런 자금에 힘입어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놨다. 이제는 자신과 같은 뜻을 가진 청년을 돕기 위해 창업가 마을로 활동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초록코끼리’의 사례는 지역의 생산-소비에 지역 금융이 연결돼 지역 경제의 순환 구조를 이뤄낸 본보기이다. 이처럼 사회연대경제조직(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과 지역의 사회연대금융이 결합하면 고령화, 인구감소, 경제적 쇠퇴로 고통을 겪는 지역은 재생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023년 ‘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가 운영하는 청년마을 ‘집단지성’에 모인 청년들이 홍성의 자원들을 탐색하며 지역창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만이 대표 제공
2023년 ‘초록코끼리’ 김만이 대표가 운영하는 청년마을 ‘집단지성’에 모인 청년들이 홍성의 자원들을 탐색하며 지역창업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김만이 대표 제공

행정안전부와 MG새마을금고중앙회 공동주최로 24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사회연대금융 국제심포지엄’ 두번째 세션에서는 지역을 주 무대로 활동하는 사회연대금융의 현황과 제도적 개선 과제를 다뤘다. 현재 지역에는 새마을금고, 신협 등 지역금융기관, 주민 주도의 재생에너지협동조합 및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사회연대경제 기업들의 연대금융 등 다양한 형태의 연대금융이 어려움 속에서도 ‘가치’와 ‘관계’를 중심에 둔 공동체 금융으로 커나가고 있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이 지난 50∼60년 동안 확보한 금융자산과 지역의 인적 자산이 사회연대경제와 결합할 때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 이날 소개됐다. 새마을금고는 지난 2월 말 선포한 ‘비전 2030’ 에서 △협동조합성 회복 △지역문제 해결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에 발맞춰 올해부터 사회연대경제조직 지원을 본격적인 정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김검수 새마을금고중앙회 사회금융본부장은 “올해 보증대출 200억원,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제도 재원 대출 100억원 등 300억원에 이르는 금융지원 체제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2024년부터 이어오고 있는 마을기업, 청년마을기업 성장·육성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라며 “올해 20개 이상 조직을 선정해 20억원 규모의 협력 사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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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협중앙회 이에스지(ESG) 경영본부 황동호 본부장은 “신협의 슬로건인 ‘평생 어부바’에는 금융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한다는 철학이 담겨있다”며 “2018년부터 중앙회와 조직이 총 100억원 규모의 사회적경제지원기금을 조성해 담보가 부족한 영세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에 상생협력대출을 하는 등 사회적 경제의 파트너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협이 이런 역할을 더 잘하기 위해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즉 현재와 같은 대출 중심의 간접지원으로는 사회적경제 조직의 자본영세성을 극복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신용협동조합법을 개정해 회원조합의 타법인 출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협이 ‘자본 파트너’로서 사회적경제 기업과 함께 책임을 지고 성장하도록 하자는 취지이다. 이에 대해 이날 발제자로 나온 진명기 행정안전부 자치혁신실장은 상호금융 자금 공급 확대를 위해 신협법 개정을 정책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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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새로운 협동조합 금융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창수 시민발전이종협동조합연합회 이사장은 “재생에너지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은 기술이 아니라 금융 접근성” 이라며 “시민참여형 협동조합, 농촌마을 협동조합, 중소기업, 일반 가정이 재생 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싶어도 담보부족, 신용도 문제, 초기 실적 부재 등의 이유로 금융접근이 제한된다” 고 밝혔다.

그는 “농촌마을협동조합이 재생에너지 발전소 사업을 통해 햇빛소득을 확보하면 마을버스 운영, 식사 제공, 상근 인력 운영 등 마을 복지 기반이 만들어진다”며 “공공부지 확보나 장기 저리 금융지원 등에 신협·농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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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 통합 돌봄의 거점으로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하 의료사협)이 제 역할을 하는데 금융이 어떤 역할을 할 지도 논의했다. 의료사협은 의원을 설립하고 의사 등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해 다른 사회연대경제 조직보다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임종한 한국의료사협연합회장은 “환자가 아파야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라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키는 모델로 의료 사협이 성장하려면 사회적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 며 초기 시설 투자비와 운영비를 지원하는 맞춤형 사회적 금융(저리 융자, 보증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동조합금융이 아닌 지방정부나 민간이 조성하고 운영하는 기금의 상황을 살펴보고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방안도 논의했다. 2022년 설립돼 16억8천여 만원의 자조기금을 조성한 (재)대구사회가치금융은 ‘가치가 담보가 되고 관계가 신용이 되는’ 지역 공동체 자조금융의 작동 방식을 소개했다. 빌려주는 사람(대주)과 빌리는 사람(차주)이 같아서 외부에서 오는 충격을 주인의식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김지영 상임이사는 정부가 1달러를 투입할 때 민간이 10달러를 유치하도록 강제하는 “미국 지역개발금융재단(CDFI)의 자금조달 메커니즘을 우리 지역사회에도 전략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며 “이를 위해 한국형 지역재투자법을 제정하자”고 제안했다.

정승원 전주시 민생사회적경제과장은 2019년부터 사회연대경제 활성화기금을 운용한 경험을 토대로 ‘ 2트랙 발전 전략’을 제시했다. 즉,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성장이 필요한 기업에는 ‘투자 ’를 ,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소규모 영세 기업에는 ‘소액대출과 저금리 지원’을 병행하는 것이다. 사회연대금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보조와 융자, 투자 등 다양한 자금조달 방법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날 행안부 자치혁신실 진명기 실장은 이재명 정부의 사회연대경제정책과 사회연대금융 활성화 방안을 소개했다. 즉 △민간기금을 출연하기 위한 전담기관을 설립하고 △투자자와 사회연대경제조직을 연결하는 가교로서 사회연대금융 중개기관을 지정하고 육성하며 △당사자들의 자조기금 조성을 활성화하고 △공익법인의 사회투자를 확대하며 △사회성과 측정 및 보상제도를 활성화해 지속가능한 사회연대금융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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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발제와 토론을 통해 몇 가지 과제가 도출됐다. 우선 행안부의 이차보전(정부·지자체 등이 이자의 일부를 대신 내주는 금융지원) 정책, 새마을금고와 신협의 지역 중심 융자, 민간의 마중물 사회투자가 어우러지면 사회연대경제 기업의 ‘데스벨리’ 통과는 물론, 성장기의 필요 자금 수요도 충당할 수 있다. 특히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을 전국으로 확산할 때 업종연합회와 협동조합 지역금융기관들의 연대와 공동상품 개발이 강력한 추진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협동조합금융과 사회연대경제기업의 연대금융이 활발히 이뤄지기 위해서는 좀 더 조밀한 사회적 관계가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를 위해 관계가 무르익을 수 있는 시간과 적극적인 소통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회와 행안부는 임직원 교육, 지역별 공동간담회 등 시간을 단축시키는 가교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기대됐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SG 센터 연구위원 bh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