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김유진씨. 본인 제공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 회원 김유진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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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가 다음달 기후공시 제도 로드맵을 공식 발표한다. 기업의 녹색 전환을 유도하려는 취지다. 기후공시가 의무화하면 투자자는 재무정보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던 기후변화에 따른 기업의 위기요소 등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기업의 기후 보고서는 어떻게 활용되나 

국내에서 기후공시는 아직 법적 의무는 없다. 다만 주요 기업이 한국거래소 ‘이에스지(ESG)포털’에 매년 게시하는 지속가능경영 연차보고서와 글로벌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시디피·CDP) 사무국에 공개·보고하는 두가지 채널이 있다.

국내 기업들이 지난해 시디피 한국위원회 사무국에 공개 보고한 자료를 보면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 △절대 배출량 감축 목표와 이행률 △기후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와 기후 전환계획 △이사회·경영진의 기후대응 책임 부과 현황 △넷제로 목표 배출량 감축량 등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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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기후공시 데이터는 단순한 ‘보고’를 넘어 자본시장에서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기업이 공시하는 기후 데이터는 금융사 및 연기금·자산운용사들이 기업의 미래 가치를 판단할 때 활용하는 지표 중 하나로, 온실가스 배출량과 기후 리스크 관리 능력을 분석해 투자 비중을 조절하기도 한다.

은행은 기후공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후 대응 평가등급이 우수하거나 미흡한 기업에 차별적인 금리를 제공(녹색금융대출)할 수 있다. 기업이 직면한 기후변화 관련 위험(폭염·폭우·탄소세 도입·규제 강화 등)이 대출 자산의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는 탄소배출량을 크게 감축하는 등 기후대응 활동이 우수한 기업들의 주식을 묶어 이른바 ‘이에스지(ESG) 펀드’ 상품을 설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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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당국 역시 각 기업이 공시한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를 국가 탄소배출권 할당·관리정책에서 기초 자료로 쓰거나, 산업별 에너지 전환 지원금 및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을 배분하는 데 활용한다. 기업으로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공장 가동중단 위험 등을 사전에 파악하고 선제적인 전략을 세우기 위해 이 데이터를 산정·공표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데이터 공개를 통해 국내외 이에스지 평가기관으로부터 높은 등급을 받으면 기업 평판이 높아지고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도 개선된다. 더구나 애플 등 글로벌 기업은 협력사에 탄소배출 데이터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신뢰성 있는 기후 데이터 산출·공시는 공급망 관리를 위해서도 필수적인 기업활동으로 부상하고 있다.

“기후공시 의무화 서둘러야”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국내 기업의 이에스지 의무공시(기후 공시) 로드맵 초안을 발표했다. 2028년 연결기준 자산총액 30조원 이상 코스피 대형 상장사부터 단계적으로 기후공시를 의무화하고, 이른바 ‘스코프3’(생산·판매 등 부가가치 창출 전과정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3년 유예해 2031년부터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는 스코프1(직접 배출), 스코프2(에너지 소비 등 간접배출), 스코프3(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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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는 이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4월 중 확정된 기후공시 제도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에 담아야할 주요 내용은 △지표 및 목표(온실가스 배출량 등) △거버넌스(기후 위험 관리·감독 체계) △전략(기후 위험이 기업 전략·의사결정·재무에 미치는 영향) △위험관리(기후 위험 식별·평가) 등 4가지 항목이다.

하지만 공시 기준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담이 크고 대응 능력이 미흡하다는 산업계의 주장을 전폭적으로 반영한 정책방향으로,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업들의 공시 실태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금융위가 제시한 기후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자산 30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은 58곳에 불과하다. 시디피 한국위원회 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펴낸 ‘2025 시디피 한국 보고서’를 보면, 법적 공시 의무가 없는 상태에서도 기후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한 국내 기업이 지난해 700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분석 대상 292개 기업(이사회 보유 273개)을 살펴본 결과, 266개사(91%)가 이사회 운영규정에 기후변화 책임을 명시하고 있었다. 이는 글로벌 평균(91%)과 비슷한 수준이다. 경영진에게 기후 책임을 부과하고 있는 기업도 275개(94%)에 이르며,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책임을 맡는 비중(66%)이 글로벌 평균(36%)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 우리 기업들의 기후공시 역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준을 당국이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미 공개하고 있는 기업도 크게 늘고 있다. 평가·산정이 까다로운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량(스코프3)을 보고한 기업은 2023년 127개에서 2025년 222개로 급증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기술적 한계와 인프라를 이유로 스코프3 공시를 3년 유예한 금융위 판단과 달리, 국내 주요 기업은 가치사슬 전반의 배출원을 파악·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이미 운용하고 있다”며 “4월에 확정될 최종 로드맵은 기업의 실질적인 역량을 반영해 최초 적용 대상을 확대하고, 스코프3 배출량 공시도 빠르게 의무화하는 쪽으로 재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