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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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9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기준금리 인하 논의는 하반기가 되어야 시작될 전망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2일 기준금리를 연 3.50%로 유지했다.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3.0%포인트 금리를 올린 뒤 1년간 동결을 이어간 것이다. 한은은 지난달 추가 기준금리 인상은 없다고 공식화한 바 있다. 이에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한은은 이날 상반기 내 기준금리 인하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 올 상반기 금리 인하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높은 수준의 물가가 아직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물가상승률은 2022년 7월 (6.3%) 고점을 찍은 뒤 올해 1월 2.8%까지 내려왔지만, 물가안정 목표치(2.0%)보다는 여전히 높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올 상반기 2.9%, 하반기 2.3%로 제시했다. 물가안정목표 수준까지 물가상승률이 근접하는 시기도 올해 연말 또는 내년 초로 한은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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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또 이른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계감도 갖고 있다. 이 총재는 “금리 정책을 잘못함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다시 올리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는 이미 사상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탓에 금융회사의 건전성에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가계 소비 등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정책금리 인하 지연도 한은이 주목하는 변수다. 연준도 미국 물가가 예상보다 불안하자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연준의 첫 정책금리 인하를 기대하던 금융시장 투자자들도 6월 이후로 예측을 바꾸고 있다. 한-미 간 정책 금리 차이는 원화 가치와 자금 흐름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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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금통위에선 이전보다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다소 열린 자세를 취했다. 금통위원 6명(총재 제외) 중 1명이 3개월 후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나서다. 지난달 금통위에서는 금통위원 모두가 3개월 시계에서는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미묘하게 달라진 이런 분위기는 예상보다 좋지 않은 내수 경기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날 올해 연간 민간소비 증감률 전망치를 1.9%에서 1.6%로 0.3%포인트나 끌어내렸다. 연간 건설투자 증감률도 -1.8%에서 -2.6%로 큰 폭 하향 조정했다. 고물가·고금리에 소비 위축이 장기화되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으로 건설투자가 줄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다만 수출 회복세로 재화수출 전망치가 상향조정(3.3%→4.5%)되면서 올해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1%를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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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은 소비 위축으로 수요 쪽 물가 압력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연간 근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소폭 낮춘 까닭이다. 이 총재는 “지난번 예상 때 보다는 물가 하락세가 (한은이) 생각했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