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런 상황에 대해 사과하고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며 쇄신안을 내놨다.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신 회장은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3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 등 모든 관계자에게 사과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그룹은 6월부터 10월 초까지 4개월 넘게 전방위적 수사를 받았고, 검찰은 지난 19일 신 회장을 1757억원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했다. 신 회장을 포함한 총수 일가는 5명, 전체 롯데그룹 차원에서는 모두 24명이 기소됐다.
롯데그룹은 ‘준법경영위원회’를 회장 직속 상설기구로 설치할 계획이다. 신 회장은 “도덕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며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종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는 “전문성이 있는 법조계 인사 등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준법경영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 창출에 동원된 것으로 지목돼 집중 수사를 받은 정책본부는 그 규모와 역할을 대폭 축소한다. 롯데그룹은 이를 위해 외부 컨설팅을 받는 중이다.
롯데그룹은 또 2017년부터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7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3년 동안 유통·식품·금융 계열사 1만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연간 8조원씩의 투자는 롯데그룹의 통상적 연간 투자 규모(6조~7조원)보다 1조~2조원 많은 것이다. 늘어난 투자금은 인수·합병과 설비투자, 연구·개발 등에 투입될 예정이라고 롯데그룹은 밝혔다. 내년 신규 채용 규모도 10% 이상 늘리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신입사원 채용 때 여성 인재 비율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은 ‘고성장 목표’를 수정하고 ‘질적 성장’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경영철학과 전략의 방향을 큰 틀에서 바꾸겠다”며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결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부족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기존의 경영 목표였던 ‘2020년 200조 매출 달성, 아시아 10위 그룹 도약’ 등의 비전을 수정할 계획이다. 또 수사로 중단됐던 호텔롯데 상장과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은 재추진하기로 했다. 이종현 상무는 “롯데정보통신과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우량 계열사들도 상장을 추진한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