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산, 창원, 진해 지역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을 꿈의 다리.”
한때 경상남도가 자랑했던 마창대교는 이제 ‘애물단지 민자사업’의 상징물로 전락했다. 지난해에만 최소운영수익보장(MRG) 제도에 따라 새나간 세금만 113억원이다. 실제 다리를 이용한 차량이 애초 예측치의 45%에 불과해 빚어진 참극이었다. 엠아르지는 예측과 실제 이용량의 차이만큼을 정부가 민간사업자한테 물어주는 구조다. 이 엉터리 교통량 수요예측은 사실 예고된 재앙에 가까웠다. 서울대(1999년)와 ㈜큰길(2001년)이 마창대교의 통행량을 예측하면서 마산과 창원, 진해시의 2006년 인구가 모두 170만명에 이를 것으로 봤다. 그런데 당시 실제 인구는 108만명에 불과했다. 무려 57%가 뻥튀기된 것이다.
마창대교에서 진해만 남쪽으로 불과 수십㎞ 떨어진 거가대교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1998년 수요예측 용역을 수행한 유신코퍼레이션은 2008년 부산과 거제의 인구를 실제보다 약 16% 부풀려 전망했다. 지난해 예측 대비 실제 교통량이 40% 수준에 그쳐 603억원의 세금이 빠져나가게 된 주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해연(거제대 겸임교수) 전 경남도의원은 “인구 증가가 자동차의 증가로, 자동차 증가는 통행량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인데 잘못된 인구 표본을 썼으니 실제 통행량도 부풀려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부산~김해 경전철에서도 지난해 기준 실제 이용객이 예측치의 18%에 그쳐 김해시에서만 민자사업자한테 물어준 세금이 530억원에 이른다. 여기에서도 2006년 지하철을 이용할 부산 강서구와 사상구의 인구를 실제 주민등록통계보다 무려 72%나 높게 봤던 게 문제의 큰 원인이었다.
말썽을 빚고 있는 이들 사업이 시설 이용률을 추정하면서 인구 예측에 공통적으로 활용한 건 주변 지자체의 ‘도시·군 기본계획’이다. 그런데 기본계획의 인구 예측이 크게 부풀려져 에스오시의 과잉을 부채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매년 수십조원씩 투입되는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게 미래 인구다. 건설 사업을 착수할지 말지 여부는 경제성을 가늠하는 이른바 ‘수요예측’에 크게 좌우된다. 이때 인구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도로·다리·철도 등의 시설을 이용할 것인지 전망하는 수요예측의 핵심 변수다. 인구를 부풀리면 과다 수요예측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그에 필요한 에스오시의 과잉투자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수십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예산 낭비성 에스오시 사업의 구조적 원인에 바로 인구 부풀리기가 자리잡고 있다.

실제 13일 <한겨레>가 ‘도시·군 기본계획’을 마련한 전국 지자체 134곳의 인구 예측(계획인구)을 분석해 봤더니, 2020년께(일부 2025년 등 다른 연도 포함) 우리나라 인구가 6219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장 정확한 인구 통계를 제공하고 있는 통계청의 2020년 전국 장래인구 추계치 5143만명보다 무려 21%나 부풀려진 엉터리 수치다. 도시·군 기본계획을 마련하지 않은 29개 지자체(군)를 포함할 경우 그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이러한 계획인구가 담긴 도시·군 기본계획은 지자체가 각종 지역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용량 예측을 할 때 반영하는 상위 법정 계획이다.
그런데도 134개 지자체 가운데 행정구역 통합(창원시) 등 비교가 부적절한 곳을 뺀 131곳 가운데 지난해 말 주민등록 인구보다 2020년께 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계획을 잡은 곳은 서울시와 제주시, 서귀포시 등 단 5곳뿐이었다. 전국 지자체의 96%가 넘는 곳이 앞으로 자기 지역에선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인구가 줄어드는 현실과 정반대다. 특히 영암과 하동군은 인구 증가를 3배 넘게 계획했다.
이는 예를 들어 3명이 쓸 주민편의시설을 10명 규모로 크게 짓게 하는 등 에스오시의 과잉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또 애초 경제성이 떨어져 시작도 하지 못했을 사업이 착수되거나, 부풀려진 인구를 바탕으로 한 예측과 실제 이용객 차이로 인한 이용료 부족분을 엠아르지 형태 등으로 민간사업자한테 보전해줘야 하는 등 심각한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인구는 도로와 식수, 하수 및 쓰레기 처리 등 도시계획의 기본이다. 인구 지표가 맞지 않으면 사회기반시설이 과다 공급돼 결국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거의 모든 지자체가 앞으로 인구가 불어날 것으로 도시·군기본계획을 짜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구가 늘어야 개발의 기회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정섭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전임연구원은 “토지 이용계획과 주거·상업·공업용지 등 용도별 수요량 산출이 인구 예측에 근거하고 있다. 인구가 늘지 않는다고 하면 도시의 발전을 대비해서 필요한 개발공간(시가화 예정 용지)을 설정하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의 인구 부풀리기 ‘수법’은 거의 똑같다. 이런저런 개발 계획에 따라 주변에서 자기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된다는 이른바 ‘사회적 증가’ 방법을 활용해 인구를 부풀린다. 불확실한 개발계획이 미래 인구 증가의 근거가 되고, 부풀려진 인구가 다시 필요 이상으로 개발을 부추기는 악순환을 낳는 것이다.
이를 제어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훈령으로 ‘도시·군 기본계획 수립 지침’을 두고 있지만 무용지물이다. 국토교통부 도시정책과 관계자는 “(계획의) 승인 업무는 시도에 가 있다. 우리는 협의권만 있다. 인구 추정 방식에 문제가 있다든지, 사회적 증가에 확정되지 않은 개발사업을 반영해 인구가 늘 것처럼 계획하면 해당 지자체에 얘기하고 이에 대해 회신을 요청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많은 지자체들이 지침을 어기고 있지만, 딱히 벌칙은 없는 실정인 것이다.
이런 인구 과다 추정의 밑바탕엔 개발과 성장 지상주의가 깔려 있다. 변창흠 세종대 교수는 “지자체 단체장은 도시가 성장한다고 해야 표를 받는다. 고통스럽겠지만 그래도 인구 감소에 맞게 주민의 복지나 만족도를 높이는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교통시설 수요예측 변수 많아 오차 크지만 “조사자 노력 따라 정확도 향상 가능” 지적수요예측 과정
수요예측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의 첫 단계로서 ‘누가 얼마나 이용하느냐’를 조사한다. 수요가 적을 경우 아예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수 있고, 많을 경우 2차선으로 계획한 도로를 4차선으로 늘릴 수도 있다.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사업 추진의 적정성과 규모 등을 미리 따져 보는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교통시설에 대한 수요예측은 어떻게 이뤄질까. 통행 발생, 통행 분포, 수단 분담, 통행 배정 등 이른바 ‘4단계 모형’이 쓰인다. 몇명이(발생), 어디로(분포), 무엇을 타고(분담), 어떤 길로 가는지(배정)를 추정하는 것이다. 간단해 보이지만 인구와 자동차, 산업종사자 수 등 파악해야 할 요소가 많다. 미래 도시개발 계획과 요금, 차로 수에 따른 통행량 차이, 경쟁하는 다른 교통수단에 따른 영향 등도 고려해야 한다. 확정되지 않은 변수가 많이 들어가는 만큼 오차가 발생할 확률이 높고 그만큼 ‘장난’을 칠 수 있는 여지도 크다.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던 교통시설의 수요예측은 2002년 정부가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KTDB)를 만들면서 질적으로 도약한다. 수요예측 때 이용되는 이 데이터베이스는 도시 및 동 단위를 기준으로, 출발지와 도착지 간의 수단별 통행량 등을 담고 있다. 케이티디비는 매년 조금씩 손질되고 5년마다 한번씩 대규모로 갱신된다. 한 수요예측 전문가는 “교통시설에 대한 수요예측은 5~10년 뒤의 수요를 계산하는 것인 만큼 오차가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반대로 조사자의 능력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여지도 많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font color="#FF4000">[단독] </font>“의령 벌초” 전재수, 통일교 행사날 부산 식당 결제 드러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15/53_17657761954787_20251215501954.webp)



![[단독] 위성락 “한-미 원자력 협정 후속 논의 쉽지 않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resize/test/child/2025/1215/53_17657890498893_20251215503205.webp)

![[단독] “김건희 방문 손님, 이름 안 적어”…금품수수 경로된 아크로비스타](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15/53_17657844889345_20251215502935.webp)






![[단독] 광주도서관에 기둥간격 48m ‘교량 공법’…시공사는 무경험](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14/53_17657118652338_20251214502108.webp)
![[사설] ‘글로벌 기업 CEO’라며 국회 불출석한 김범석의 오만함](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215/53_17657928834337_20251215503237.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