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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기준은 회장과 인사담당 중역만이 압니다.”

전직 ㅎ그룹 부회장 ㅈ씨는 현직 시절 받은 성과급 책정 기준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그는 동일한 지위에 있던 동료의 성과급 수준도 “알 수 없었다”고 했다. <한겨레>가 만나거나 전화 통화를 한 주요 그룹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답변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들이 성과급 책정 기준에 대해 뚜렷하게 인지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사평가 체계와 관련이 있다. 통상 보수 수준은 회사 경영실적과 개인별 업적 평가를 토대로 산정되는데, 임원간 보수 수준이 뒤바뀌는 핵심 요인은 개인별 업적 평가에 들어가는 ‘정성평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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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계량 지표로 구성되는 정량평가 점수는 예상할 수 있지만, 사주나 대표이사가 정하는 정성평가 점수는 개별 임원들이 가늠하기 어렵다. 사주나 대표이사의 자의성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한 중견기업 인사담당 중역은 “인사팀에서 인사 고과를 토대로 보상안을 올리더라도 오너(사주)가 하는 정성평가에서 보수 수준이 뒤집히는 경우가 자주 있다. 오너의 평가는 자의적이라는 생각을 다들 하지만 누구도 토를 달 수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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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재벌 기업의 금융계열사에서 상무로 퇴직한 한 인사는 본인의 퇴직금 관련 일화를 들려줬다. “퇴직 당일에도 퇴직금 산정이 이뤄지지 않았어요. 적용 기준에 따라 퇴직금이 1억5000만원 정도 차이가 났습니다. 인사부에서 퇴직 일주일 뒤 중국에서 예정된 행사에 연설을 해주면 대표이사가 정해준다고 하더군요. 결국 퇴직 뒤에도 회사가 원하는 일을 해준 다음에야 퇴직금 산정이 마무리됐죠.”

총수나 대표이사 손에 쥐어진 보수 결정권은 자신들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도구가 된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성과급 리더십’의 대표주자라고 할 만하다. 정 회장은 특정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거액의 성과급을 임원들에게 직접 지급한다. 현대차그룹 전직 고위 임원 ㅇ씨는 “정 회장이 집무실에 불러 전무급까지 성과급 금액과 명단을 일러줬다. 이러한 부정기 성과급이 1년에 두세 차례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상치 못한 거액 성과급은 정 회장 특유의 회사 통솔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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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과급은 세금 납부액을 포함해서 지급됐다고 한다. 예컨대 1억원을 정 회장이 언급했으면 실제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이보다 많은 1억4000만~1억5000만원이었다는 것이다. ㅇ씨는 “회장님은 실제 쓸 돈을 기준으로 언급했다”고 말했다.

삼성그룹도 임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수단으로 성과급을 활용해왔다. 특히 이 회사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장기 성과 보상이란 명목으로 주요 보직에 있는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지급했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행사가격을 설정한데다, 삼성전자 주가가 10년 동안 10배 이상 오르면서 그만큼 돌아가는 이익이 컸다. 한 예로 삼성그룹 2인자로 오랫동안 근무했던 이학수 전 부회장(전략기획실장)은 스톡옵션으로만 500억원 이상 챙겼다. 현재 삼성그룹의 핵심 경영진인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권오현 삼성전자 사장 등도 스톡옵션으로만 거액을 가져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05년 이후 스톡옵션 부여를 중단하고 3년치 업적을 평가해 3년간 나눠 현금으로 보상하는 형태로 장기성과보상 체계를 바꿨다”고 말했다.

성과급을 사주 일가가 직접 현금으로 주기도 한다. 10대 그룹 중 1인당 평균 임원 연봉이 가장 낮은 롯데그룹이 그런 예에 속한다. 이 그룹 주력 계열사에서 사외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신아무개 롯데쇼핑 이사가 주점에 핵심 임원들을 소집해 현금이 담긴 두둑한 봉투를 돌리기도 했다. 롯데는 상대적으로 짠 임원 보수를 총수 일가가 직접 현금 지급으로 보전해주는 듯했다”고 말했다. ㄷ그룹 전직 부회장은 “총수들은 속된 말로 종종 ‘기마이’(호기)로 성과급을 주는 경우가 있다. 우리의 경우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런 관행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에스케이(SK)와 엘지(LG)그룹은 연내 부정기 성과급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신 연내 특별한 성과를 낸 임원에겐 연말 인사평가에 이를 반영해 성과급을 책정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에스케이그룹 계열사 대표이사를 지낸 한 인사는 “재직기간 동안 연중 특별 성과급을 (회장에게서) 받거나 (임직원들에게) 준 적이 없다. 연중 성과를 누적적으로 평가해 연말·연초에 일시에 지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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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또는 대표이사의 자의적 판단에 노출된 성과급 지급은 보수 책정의 불투명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삼성그룹의 한 임원은 “누가 얼마를 받는지는 물론 내 보수가 어떻게 책정될지도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성과급 책정 방식과 기준은 어느 기업이나 톱 시크릿에 속한다”고 덧붙였다.

김경락 류이근 기자 sp96@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