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규모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도입을 앞두고 삼성·에스케이(SK)·현대차 등 각 사의 칩 활용 계획도 구체화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전통적 모델인 재벌 대기업 중심의 투자 집중 전략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 6만장을 구매하기로 한 네이버다. 네이버가 이날 공개한 인공지능 사업 전략을 보면, 내년 그래픽처리장치 투자액은 1조원 이상으로 올해(6천억원)에 견줘 2배가량 불어날 전망이다. 네이버의 칩 투자액은 2023년 1300억원, 2024년 2300억원이었다.

새로 확보한 칩은 네이버가 개발 중인 한국 독자 인공지능 모델의 개발 고도화는 물론, 피지컬 인공지능 플랫폼 구축 및 기업 서비스, 자체 인공지능 비서(에이전트N) 도입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네이버가 현재 운용 중인 강원 춘천, 세종 데이터센터 등을 기반으로 한 기업용 클라우드(온라인 가상 서버) 서비스를 제조업에 특화된 피지컬 인공지능 분야까지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메모리 강자’인 삼성과 에스케이는 기존 반도체 공장의 고도화에 엔비디아 칩을 집중 투입하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반도체 공장과 인프라에 그래픽처리장치 5만장 이상을 분산 배치해 인공지능 기반의 ‘똑똑한 공장’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자체 로봇 기술 개발 등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에스케이그룹은 엔비디아 칩 2천장을 에스케이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단지(클러스터) 인근 신규 시설에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토대로 기존 공장을 가상환경에 베껴놓고 시뮬레이션하며 반도체 공정 등을 개선하는 ‘디지털 트윈’ 서비스에 착수할 방침이다. 이밖에 5만장은 아마존웹서비스(AWS)와 국내 최대 제조업 밀집 지역인 울산에 짓고 있는 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에 탑재해 산업용 인공지능 서비스 등에 활용한다. 삼성이 엔비디아 칩을 ‘내부용’으로만 쓰는 것과 달리, 에스케이 쪽은 활용처를 외부 서비스로까지 넓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기존 완성차 공장과 그룹사 등이 엔비디아 칩을 가져다 기존 공장의 디지털 트윈 도입, 로봇·자율주행 개발 등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역시 에스케이처럼 국내에 인공지능용 데이터센터를 신규 설립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단순 내부의 인공지능 기술 접목 및 개발뿐 아니라, 향후 데이터센터 분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앞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을 찾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1일 한국 정부와 기업에 그래픽처리장치 26만장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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