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채빛섬에서 빛과 향을 내뿜으면서 선보이고 있는 황란 작가와 크리스 공 작가의 협업설치 작품. ‘Ascent of Eternity, a Requiem(영원 속으로 승천하는, 진혼곡)’이란 영문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탑돌이를 하듯이 둘레를 돌아가면서 감상하게 된다.
한강 채빛섬에서 빛과 향을 내뿜으면서 선보이고 있는 황란 작가와 크리스 공 작가의 협업설치 작품. ‘Ascent of Eternity, a Requiem(영원 속으로 승천하는, 진혼곡)’이란 영문 제목이 붙은 이 작품은 탑돌이를 하듯이 둘레를 돌아가면서 감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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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입는 옷의 작은 단추들이 위안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무수히 많은 단추를 꿰고 두들겨 빚어낸 검은 독수리와 빨간 새의 이미지들이 보는 이에게 삶의 원기를 북돋아주고 있다. 서울 반포동 한강변 채빛섬에서 빛과 향을 내뿜고 있는 이색 설치작품의 실체다.

지난달부터 채빛섬 애니버셔리 뮤지엄에서는 재미공예작가 황란씨와 빛예술가 크리스공(공경일)이 독수리와 새를 소재로 연출한 협업 설치작품을 선보이는 중이다. 높이 4m, 넓이 12x16m의 타원형 공간을 무대로 반원형의 전시 가벽이 들어섰다. 앞쪽 평평한 벽면에 빨간 장미꽃송이들이 줄줄이 늘어진 새장 속의 빨간 새가, 뒤쪽 둥근 벽면에는 흰 대가리에 검은 몸을 하고 빨간 날개를 펄럭거리며 비상하는 독수리가 단추들을 집적한 이미지로 등장했다. 빛과 어둠이 갈마드는 가운데 핏빛을 띤 새와 힘차게 날아오르는 독수리의 활력이 눈으로 전해지고 이 두 이미지와 함께 코로 전해지는 향 속에서 생명의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Ascent of Eternity, a Requiem(영원을 향해 승천하는, 진혼곡)’이란 긴 영문 제목이 붙었다. 잠잠한 풍경에서 어둠을 뚫고 빛을 쏟아내는 과정이 삶의 여러 고뇌 속에서 희망을 품고 미래의 또 다른 세상을 찾아간다는 작가의 메시지를 은연중 드러낸다. 전통 사찰의 ‘탑돌이’를 하듯이 설치작품 둘레를 돌면서 바뀌어가는 이미지를 감상하는 묘미가 있다.

황 작가는 미국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아트(SVA)에서 수학한 이래 한국과 서구 각지의 화랑과 미술관에서 집적된 단추 무더기들을 엮어 생명의 단면을 드러내는 작업들을 20여년째 지속해오고 있다. 그는 “지난 2001년 뉴욕 9·11 테러를 가까운 곳에서 경험한 뒤로 우리 삶의 불확실성, 생명과 죽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을 크고 상징적인 이미지들로 작품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22일까지.

글 ·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