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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화일반

소리내면 죽는다, 괴생명체에 피신처 찾아나선 가족들

등록 :2021-06-11 19:24수정 :2021-06-12 02:32

[토요판]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콰이어트 플레이스 2

작은 소리에도 사람 공격하는
‘소음은 곧 죽음’ 괴물의 등장

폐허 된 농장서 길로 나선 가족
생존 위해 고군분투 서바이벌
‘지키는’ 1편에서 찾아나선 2편

기괴한 상황 받아들이는 가족
정서적 설득력이 영화의 핵심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소리로 공격 대상을 감지해 죽이는 괴물이라는 설정 하나로 거의 모든 생활용품 및 지형지물 및 일상생활을 지뢰로 만드는 데 성공했던, 하여 비용 대비 긴장감 산출량으로는 각급 호러영화들까지 포함해서도 단연 2018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기록했던 <콰이어트 플레이스> 1편.

더구나 이 영화의 괴물 설정이 보였던 발군의 효율은 긴장감 산출량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외부소음 차단 및 고요환경 유지를 필수(최소한 중요) 관람조건으로 확보하고 들어가는 <콰이어트…>의 기초 설정이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데 있어 매우 영리하면서도 저렴한 설정이었다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특히나 각종 대형 영화들이 가정용 아닌 극장용 영화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투입하고 있는 물량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1편과 2편 모두의 각본(1편은 공동각본) 겸 감독이자 1편에서는 실제 아내인 에밀리 블런트와 공동주연까지 수행했던 존 크러신스키는 이 영화가 ‘팝콘과 탄산음료를 사들고 극장에 가는 경험을 되살리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업계응원적 포부를 밝혔던데, ‘소리 내면 죽는다’가 핵심 카피 겸 콘셉트인 이 영화가 팝콘저작음과 음료흡입음 수반된 그러한 관람 방식에 적합한 영화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진 않다만, 뭐, 아무튼.

하늘에 나타난 불길한 징조

그런데 이 영화의 기초 교본 중 하나로 보이는 <에일리언> 1편과 2편의 관계가 그러했듯, 감독은 2편이 ‘모든 면에서 1편보다 큰 영화’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2편에서는 1편의 3배는 거뜬히 넘는 대사가 나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것도 1편 대사의 주종을 이뤘던 수화 대사가 아닌 음성 대사 말이다.

뭔가. 이건 거의 좀비영화에서 좀비와의 포옹 및 키스 장면이 대량 등장하고 있다는 것과 유사한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1편이 긴장감 고조를 위해 갑갑함까지 감수해가며 상당히 절제했던 음성 대사 주고받기, 총성을 포함한 각종 액션소음, 다수 괴물 전면 등장 등등을 2편은 과연 어떻게 취급하고 있으며, 그것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는지를 일단 감별치 않을 수 없겠다.

일단 2편은 도입부에서부터 위 요소들을 전부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하지만 이로부터 느껴지는 위화감은 전혀 없다. 왜냐. 이유가 있다. 영화는 첫 장면으로 나른하게 흔들리는 신호등 아래 텅 빈 거리를 보여준다. 이는 ‘그날’ 이후의 황폐한 풍경을 보여주는 듯하다. 하지만 1편에서 장렬히 산화하였던 아빠 ‘리’(존 크러신스키)는 멀쩡하게 픽업트럭을 몰고 등장한다. 그리고 그는 멀쩡한 약국에 멀쩡하게 들어서는데, 그 약국의 아직 멀쩡한 진열장에는 단연 1편 최악의 오브제였던 우주왕복선 장난감도 있다.

그렇다. 이 시점은 알고 보니 ‘그날’ 이후가 아니라 ‘그날’ 이전. 그렇게 우리는 1편에서 익히 경험했던 영화의 낚기 솜씨를 첫 장면부터 경험하고 들어간다. 이런 얄팍하긴 하지만 밉지만은 않은 낚기는 이 영화 곳곳에서 등장하는데, 이는 이 영화의 3대 긴장압출장치(스포일러 방지를 위하여 상세한 설명은 생략)인 ①발목 덫 ②산소통 ③소각로와 더불어 이야기의 추력을 얹는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계속하면, 약국에서 나와 텅 빈 길을 걷는 아빠를 잡은 트랙샷 뒤에 이어지는 것은 동네 야구장이다. 아하, 그러니까 동네 가족들은 아이들의 야구시합이 한창인 이 야구장에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는 물론 ‘리’의 가족도 있다.

아직 막내아들까지 말짱하게 생존해 있다. 그런데 타석에 선 아들 ‘마커스’(노아 주페)가 갑자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불길한 검은 연기와 굉음을 수반한 불덩어리가 떨어지고 있다. 놀란 사람들이 야구장에서 흩어지면서 모든 것은 시작된다.

이 도입부에서 많은 관객들은 아마도 <인터스텔라>의 야구장 장면과 스티븐 스필버그 판 <우주전쟁>의 하늘에 나타난 불길한 징조와 괴물의 첫 습격 장면을 동시에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콰이어트… 2>는 자신만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들로 동일 장르의 수작들의 재탕에서 벗어난다. 특히 소리를 핵심 소재 삼는 영화에 걸맞은 재치있고 효과적인 사운드 사용은 1편에 이어 2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예컨대 첫 괴물 습격 현장에서 청각장애를 가진 딸 ‘리건’(밀리선트 시먼즈)이 듣는 소리(없는 소리)를, 딸을 잡아끌고 뛰는 아빠의 소리로 넘기는 것 같은 사운드 편집은, 약간의 과장을 보태 말하면 아이맥스 3D보다 빠르게 관객을 영화 속으로 밀어넣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필자는 ‘동일 장르의 수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과연 무엇인가. 에스에프(SF), 호러, 서스펜스, 크리처물 모두 맞겠지만, 이 시리즈의 핵심에 가장 근접한 것은 아마도 ‘가족 서바이벌’일 것이다. 단, 2편에서는 여기에 한마디가 더 추가된다. ‘액션’ 말이다.

‘소음=죽음’이라는 기본 전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간이 집과 농장으로 거의 한정돼 있었던 덕분에 주인공들이 뛸 일 그닥 없었던 1편과는 달리, 2편의 인물들은 상당히 많이 달린다. 왜인가. 주인공들이 (영화에선 따로 묘사되지 않는 괴물과의 전쟁으로) 더 이상 머물 수 없게 돼버린 집을 떠나 새로운 피신처를 찾아 나서기 때문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두뇌게임에서 육체게임으로

자연스럽게 영화의 공간은 집에서 길로, 즉 닫힌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바뀐다. 하여 2편의 무게중심은 1편의 호러영화적 두뇌게임에서 육체게임, 즉 액션으로 옮겨간다. ‘지키는’ 이야기에서 ‘찾아가는’ 이야기로 넘어가는 것이다. 하여 영화는 자연스럽게 <28일 후> 또는 <28주 후>의 양상을 띠게 되는데, <28일 후>의 주연이었던 킬리언 머피의 캐스팅은 그런 색채를 매우 노골적으로 강화시킨다.

이 캐스팅의 재미있는 점은 킬리언 머피가 연기하는 주인공 가족의 동네 친구 ‘에멧’이, <28일 후>에서 그가 연기한 ‘짐’과 반대 입장에 있다는 점이다. 즉 에멧은 괴물로부터 도망 온 주인공 가족을 받아주는 역할이다. 하지만 <28일 후>의 ‘프랭크’(브렌던 글리슨)와는 달리 그는 자신의 친구였던 피신자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비관론자에 회의론자, 나아가 겁쟁이일 가능성도 농후한 그는 “모든 것이 부족”한 자신의 피신처에서 “결국 모두 다 죽을 것”이라며 떠날 것을 요구한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감독이 말한 것처럼 ‘내 아이들에게 쓰는 사랑편지’다. 그리고 이번 2편은 ‘아빠가 곁에서 지켜준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아이들이 하게 될 일들과 그들의 성장’에 대한 영화다. 하여 아이들, 특히 2편의 실질적 주인공으로 설정돼 있는 딸 리건이 에멧을 깨우치고 변화시킬 것이라는 건 예상하기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그다지 멋지지 않은’ 캐릭터를 나름의 정감과 힘을 지닌 인물로 그려내고, 그 인물의 내적 변화를 영웅주의 범람의 오류 없이 연기해내는 것은 분명 킬리언 머피라는 배우의 힘이자 매력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영화에서 뺄 수 없는 매력이기도 하다.

리건과 에멧의 여정이 계속되면서 영화는 육지는 물론 물속까지 아우르는 액션 시퀀스를 선보인다. 심지어 약소하나마 자동차 액션에 폭발 장면까지 등장한다. 이 장면들이 모두 처음 경험하는 신선한 것들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소음=죽음’의 전제 위에 얹어진 덕분에 그 존재 자체가 궁금증을 유발하는 요소가 된다.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라는.

이 과정에서 영화는 액션을 취하는 대신 섬세함을 어느 정도 희생시킨다. 일관성을 희생시키면서 다소 편의적으로 조절된 괴물의 공격 양상도 그렇거니와, 몇개의 ‘안 가르쳐주지’ 아이템들(대표적으로 라디오에서 나오는 ‘비욘드 더 시’ 음악) 역시 그 비밀이 밝혀지고 나면 궁금증 유발용 무리수였다는 인상을 남긴다. 시체가 벌떡!스러운 비명압출용 돌발장면들 역시 빠짐없이 등장하는데, 테마파크의 유령의 집에 온 듯 귀엽기도 한 이 장면 역시 닳고 닳은 클리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고 말이다. 단, 영화 후반에 등장하는 문 경첩의 삐거덕 소음은, 수많은 호러영화들에서 무의미한 불발탄으로 소진되었던 것과는 달리 소음=죽음 설정 위에 얹어짐으로써 상당히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문 경첩 소음이 오랜만에 뭔가 쓸모 있는 역할을 했다는 사실에 많은 호러 팬들은 내심 흐뭇함을 느끼… 지는 않으려나. 아무튼.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가족에 대한 애정이 핵심 재료

이 영화의 무리수 중 가장 굵직하게 눈에 띄는 것은 중후반에 등장하는 아들 마커스의 돌출행동이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꽤 뜬금없는 이 전개는 ‘상황 만들기를 위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하는데, 이 영화의 기본적인 지향이 ‘가족 서바이벌’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대목은 이해될 수 있는 여지를 갖춘다. ‘그 나이 남자애들이 다 그렇지’로 요약되는.

이러한 아이들에 대한 관찰력을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는 부분은, 영화 초반, 엄마 몰래 괴물을 물리치기 위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길을 떠나려는 누나와 그것을 말리는 동생 사이의 설전에서다. 위험한 길을 떠나려는 고집을 꺾지 않는 누나에게 날리는 동생의 최후통첩은 이것이다. “엄마한테 이를 거야!”

사실 <콰이어트…> 시리즈의 가장 큰 힘은 괴물이 아니라, 괴물 상황을 받아들이는 가족의 감정과 그 정서적 설득력에 있다는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자책감, 책임감 그리고 자식을 위해 모든 것을 던지는 부모의 절실함,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얻는 아이들의 이해 같은 감정적 고리들이 없었다면 괴물도, 기발한 생존 아이디어들도, 액션도 모두 공허한 시청각적 스턴트에 머물렀을 것이다. 감독이 ‘지독하게 개인적인 영화’라는 말에 담았던 가족에 대한 개인적인 애정이라는 핵심 재료가 없었다면 괴물과의 전쟁을 시작하게 해주는 아빠표 보청기나, 에블린이 막내아들의 피습장소에 세운 십자가에 얹는 반지 같은 물건들은 아무런 생명도 울림도 없는 편의적 소품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콰이어트…2>는 그렇게, 개인에 대한 기술과 산업의 장악력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해져 있는 이때에 ‘개인적인 것’이 살아남는 한 방법을 제시하는 또 다른 의미에서의 서바이벌 영화가 되었다.

※ ‘한동원의 영화감별사’ 연재를 마칩니다. 필자님과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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