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김천에서 초·중·고등학교를 함께 나온 소설가 김연수(38·왼쪽)·김중혁(37·오른쪽)씨가 7일 저녁 ‘한겨레, 책을 말하다’ 행사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김연수씨는 대학 3학년이던 1993년 일찌감치 시로 등단한 뒤 소설로 장르를 바꿔 대산문학상, 동서문학상,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 주요 문학상을 두루 휩쓴 ‘상 복 많은’ 작가로 활동해왔다. 김중혁씨는 그보다 7년 늦은 2000년 등단한 뒤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 각각 여행산문집 <여행할 권리>(창비)와 두번째 소설집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을 낸 것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인 두 사람은 소꿉동무 시절부터 작가의 길을 함께 가는 지금까지를 능청스레 풀어놔 30초에 한 번꼴로 좌중을 웃겼다. 이날 대담은 최재봉 <한겨레> 문학전문기자의 진행으로 2시간 이어졌다.
“평소 자주 보지만 만나서 문학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이 자리는 서로 문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최초의 자리로 매우 뜻깊다. 존경하는 ‘선배님’한테 문학적인 가르침을 받고 싶어 나왔다.”(김중혁) “함께 많은 일을 겪으며 폭탄 발언할 거리를 제공해 두려웠는데 ‘선배님’이라 불러줘서 다행이다. 드디어 후배가 문학에 눈을 뜨고 올바른 길로 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김연수)
최재봉 기자의 ‘한겨레, 책을 말하다’
김연수와 김중혁 이야기
둘은 프로야구가 개막한 82년,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만났다. 야구 기록지를 빠짐없이 작성하던 아이는 전교에서 이들뿐이었다. 어느 날 연수씨가 기록지 작성을 하루 빠뜨려 이를 메우려다 수소문 끝에 중혁씨를 찾아냈다고 한다.
등단 시기를 따지면 연수씨가 문단 선배지만, ‘문청’의 길에 들어선 건 중혁씨가 먼저였다. 중혁씨가 고등학교 때 “마치 다 읽은 듯” 들고 다니던 두꺼운 문학평론집에 자극받아 연수씨는 그길로 김천 서점에서 황지우 시인의 시집을 샀다. 이들은 학창시절 방바닥에 전지를 깔아놓고 함께 시를 쓰는 사이였지만 스무 살 여행길에 그동안 쓴 시들에 회의를 느껴 모조리 태워버린 뒤로는 진지한 문학 얘기를 나눈 적이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은 평소 품고 있던 문학에 관한 고민도 털어놨다.
“나는 악독한 세계관을 갖고 있는데 내가 쓰는 소설은 착해서 불만이다. 앞으로는 악독하고 악랄한 세계를 그리고 싶다.”(김중혁) “소설은 작가가 만드는 허구의 세계라는 완고한 생각이 있어서, 겪었던 일은 절대 쓰지 않고 산문으로 쓴다. 때로 그 완고함이 방해가 되기도 한다.”(김연수)
동향 또래 작가로 항상 서로 비교당하는 숙명에 처한 데 대한 속내를 장난스레 털어놓기도 했다. 중혁씨가 “연수는 어린 나이에 등단해 상도 많이 받는데 그늘에 묻혀 있는 느낌이 들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난 그늘에 있는 게 좋다. 햇볕 알러지도 있고. 연수 같은 작가 덕분에 주목은 덜 받아도 자유로워서 좋다”고 하자, 연수씨는 “역시 능청스럽기 짝이 없다”며 이렇게 대꾸했다. “나를 칭찬해주듯 말하지만 나는 책 열 권 내도록 이제까지 중혁처럼 ‘차세대 한국문학 4번 타자’라는 수식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나는 항상 ‘주목 받을 만한’ 작가에 그쳤다.”
‘한겨레, 책을 말하다’는 지난 2월부터 달마다 우수 도서 한 권을 뽑아 홍대 앞 북카페 ‘창밖을 봐 바람이 불고 있어 하루는 북쪽에서 하루는 서쪽에서’에서 지은이와 독자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www.haninuri.co.kr)
글 김일주 기자 pearl@hani.co.kr
사진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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