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가 구워질 정도로 뜨거운 열에 인간이 노출되면 어떻게 될까?
1770년대 이런 궁금증을 품었던 영국의 내과의사 조지 포다이스는 죽음을 무릅쓰고 동료들과 함께 자신의 몸을 대상으로 실험을 감행했다.
그들은 방의 온도가 127℃까지 올라 스테이크가 완전히 구워질 때까지 땀을 쏟으며 견뎌냈고 이 실험을 통해 외부 온도가 올라도 인간의 체온은 36.7℃를 넘어서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기니피그 사이언티스트'(레슬리 덴디ㆍ멜 보링 지음. 다른 펴냄)에는 포다이스처럼 과학적 의문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으로 자신의 몸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던 과학자 10명이 등장한다.
약 200년 전 라차로 스팔란차니라는 이탈리아 과학자는 인체의 소화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밝혀내기 위해 직접 알약 만한 유리관 안에 갖가지 음식과 물질을 넣어 삼키고 몇 시간 후 토해내는 것을 반복했다.
1800년대 미국의 치과의사 호레이스 웰즈는 아산화질소를 들이마시고 이를 뽑는 실험을 통해 마취법을 최초로 발견했다.
하지만 그는 공개 실험에서의 실패로 이를 인정받지 못했고 자신은 마취제 중독으로 정신 이상이 되어 결국 감옥에서 자살로 인생을 마감했다.
1900년 미국의 저시 레이지어 박사는 치명적인 전염병이었던 황열병의 원인이 이집트 숲모기라고 추정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자신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죽음으로 황열병의 원인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이 책의 각 장 마지막에서는 자신을 생체실험한 과학자들의 업적이 오늘날 지식에 비춰 옳았는지를 따지고 이와 관련한 최근의 연구 현황들을 언급하고 있다.
최창숙 옮김. 240쪽. 9천800원.
김희선 기자 hisunny@yna.co.kr (서울=연합뉴스)
자신을 생체 실험한 과학자들
- 수정 2019-10-19 11:20
- 등록 2006-03-03 0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