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이면 만 50살이 되는 <장학퀴즈>는 수많은 진행자가 거쳐 갔다. ‘메인 진행자=남성’이 당연시됐던 시대 탓인지, 특히 문화방송 시절 여성 진행자의 교체는 훨씬 잦았다. 7명의 남성이 진행하는 동안 여성은 24명에 달했다.
1973년 첫 방영부터 1990년 2월까지 18년간 진행을 맡은 차인태 아나운서(전 제주 문화방송 사장)는 프로그램의 상징이나 다름없다. “수학 문제 풀다 모르면 차인태 선생님에게 물어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이여춘 전 피디)였다. 그다음 장수 진행자는 교육방송 시절 원종배 아나운서(1997~2004년)이고, 신영일 아나운서, 김일중·이지애 아나운서도 상대적으로 오랜 기간 진행을 맡았다.

차인태를 이은 2대 진행자였던 손석희의 2년은 <장학퀴즈>가 가장 ‘논쟁적’이었던 시기다. 월북 작가 강경애의 소설 <소금>을 문제로 낸다든가, 클로징 멘트에서 전교조 1년을 언급하기도 했다. 재단법인 와글의 이진순 이사장이 당시 <장학퀴즈> 작가 중 한 사람이었다. 손석희의 고교 동창이자 <장학퀴즈>에 출연했던 송승환은 1993년부터 반년간 진행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장성규씨가 진행자다. 20일 일산 스튜디오에서 만난 장씨는 “처음 제안이 들어왔다고 말하니 부모님이 너무 자랑스러워하셨다. 다른 프로그램 때와 비교할 수 없이 기뻐하시더라. 뭔가 효도를 하는 기분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지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형식이 사회생활에서 부딪힐 것을 미리 경험해보게 하는 것 같아 좋다. 요즘 친구들은 즐길 자세가 돼 있는 것 같다. 카메라에 대한 두려움도 없고 자신의 매력을 거리낌 없이 내놓더라”고 했다.
차인태 아나운서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당시 10대들을 떠올렸다. “티브이 수상기 보급이 100만대도 안 되던 시절이라서인지 그 똑똑한 친구들이 카메라만 돌면 얼어요. 자기 학교, 이름도 말 못 하는 경우도 있고. 한번은 지방에서 온 친구가 매번 버저를 누르는데 계속 늦었어요. 근데 마지막 문제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버저를 누르는 거야. 대답해보라 했더니 ‘아버지~’ 그러고 가만히 있는 거예요. 방청석이 뒤집어졌죠. 기본점수 200점 그대로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맞아 죽을 것 같아 그랬다고 하더라고.”
그는 “장학퀴즈의 롱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끊임없이 새순처럼 도전하고 뭔가 스스로 테스트해보길 원하는 젊은이들이 계속 자란다는 게 가장 큰 요인이었다”며 “그들에게 두고두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70대 중반이 넘었음에도 예전 방송 목소리 그대로인 그는 “시대마다 그만큼의 어려움은 있었다. 지금 힘든 세상이지만 내일의 주인공들이 기죽지 말고 자라나길 바란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 했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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