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l 최혜진 지음, 민음사, 1만8000원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 l 최혜진 지음, 민음사,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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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전성시대다. 주요 서점의 상반기 베스트셀러 목록에 소설이 대거 등장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를 펴내는 민음사의 약진도 돋보인다. 교보문고의 외국 소설 판매 상위 30위권 안에 이 회사 세계문학전집 소설이 12권이나 이름을 올렸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민음사는 60주년 기념도서로 ‘아무것도 간절하지 않은 날의 기술’을 출간했다. ‘세계문학전집’ 소설과 그 책의 ‘표지 그림’ 이야기에 저자의 서사를 절묘하게 엮은 독서 에세이다.

저자는 ‘에디토리얼 씽킹’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등을 쓴 최혜진 작가다. 20~30대에 선명함과 강렬함, 뜨거움을 좇던 그는 중년에 접어들며 어느 순간 ‘호기심의 엔진’이 꺼져 버렸다. 폐허가 된 마음을 부여잡고 있던 그에게 민음사 편집자는 “세계문학전집 표지 그림에 주목한 책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고전의 거대한 압도감에 뒷걸음질”쳤던 그는 고전이야말로 “은은하게 오래 지속되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한권 한권 읽어 나간다. 권태, 분명하지 않은 것들, 반복의 지겨움과 창조성, 싫음, 모순…. 책은 복잡하고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삶의 여러 면모를 고전 속 인물과 작가의 경험에 비추어 들여다본다. 저자의 사유를 따라가다 보면, 삶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도 보인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소개된 고전 가운데 아직 읽지 않은 작품을 펼쳐 보고 싶어지고, 동시에 저자와 다시 한번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