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다양성 침해될 때 사회 공격받고 우매화”
거대기업에 맞서 독립출판 네트워크 만들고
오디오북, 연극배우 음성으로 생명 불어넣어
‘팔리지 않는 것들’ 프로젝트 뜻밖에도 인기
AI 열풍에 편승 않고 책과 사람의 공존 추구
“국가가 독립출판사 지원해야 다양성 가시화”
“지금은 기술적 진보라는 탈을 쓴 기업이나 힘 있는 소수가 민주주의 메커니즘에 위해를 가하고 붕괴시킨다. 부유한 나라에서도 20%에 이르는 사람들이 문해력이 떨어지고 조작에 휩쓸리며 가짜 뉴스와 정보를 구분하지 못한다. 책은 민주 사회의 근간이다. 이 원칙과 가치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존중돼야 한다.”
올해로 퇴임하는 독일 서점출판협회(Börsenverein des Deutschen Buchhandels) 회장 카린 슈미트프리데리히스는 지난 10월14일(현지시각)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개막식 기자간담회에서 대형 플랫폼 기업이나 스트리밍 서비스를 겨냥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협회장으로 6년을 일했던 그의 마지막 인사가 절창이라고 입을 모았다.
2022년부터 독일 성인과 청소년 네댓 중 한명은 문해력이 저하되었다는 통계가 연거푸 나오면서, 출판계는 정치가 이를 수수방관한다고 비판했다. “문해력 저하가 극우화의 원인”이라고 출판인들은 지적했다. 이들의 경고는 낯설지 않다. 한국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10년마다 실시하는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성인 문해력이 500점 만점에 249점으로 오이시디 평균(260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2012년 조사 때보다 23점이 떨어져,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하락 폭이 큰 나라 중 하나로 꼽혔다. 비슷한 위기를 돌파하려는 독일의 상황 인식은 어떨까. 지난 10월,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전후 한겨레는 세계에서도 책을 가장 많이 읽는다는 독일을 찾아 해당 국가의 출판계가 처한 위기와 응전을 만나봤다.

양극화된 출판 시장
한겨레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독일 베를린 남서쪽에 있는 크로이츠베르크. 이 지역은 비주류 출판을 주로 하는 작은 출판사 상당수가 모여 있는 ‘독립 출판의 기지’다. 전통적으로 다문화적이면서 예술가, 학생, 이주민이 많은 대안문화 중심지이자 거리 예술과 벽화, 음악 바, 정치적인 코미디를 상연하는 극장, 독립서점, 출판사 등이 밀집해 있다. 특히 19세기 독일의 대표적 활자 주조 및 인쇄공장이었던 ‘메링호프’(Mehringhof)는 1980년대 이후 좌파·자치 프로젝트들의 거점이 되었다. 2차 대전 때 폭격을 받아 일부가 무너졌지만 남은 공간은 출판사와 독립서점, 연구센터, 여러 행정·사회 프로젝트와 성인교육을 위한 대안공간으로 알뜰하게 쓰이고 있다.

1995년 설립한 독립출판사 페어브레허(Verbrecher Verlag, 범죄자 출판사) 또한 이곳에 있다. 20대 대학생 친구 2명이 펍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좋아하는 작가들의 미출간 원고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반쯤은 장난으로 출판사를 설립했는데, 이제는 명실상부한 독일 독립출판사의 대표로 자리 잡았다. 이 출판사는 2014년 라이프치히 도서전에서 ‘독립출판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쿠르트 볼프 상 등 여러 권위 있는 출판상을 받았으며, 소설·논픽션·학술 분야에서 나치즘, 극우주의, 젠더와 페미니즘, 반유대주의에 관한 책들과 여러 문화이론·예술서 등을 발간해 왔다. ‘얼렁뚱땅 맥줏집 도원결의’에 참여했던 창립자 중 한명인 외르크 준더마이어는 돌봄노동 등 여러 부업을 전전하면서 출판사를 유지하다가 어느새 ‘전업’ 대표가 되었다. 지금은 그의 배우자 크리스티네 리스타우가 함께 공동 경영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은 독일 독립출판 운동계의 중심인물이 됐다.

지난 10월10일(현지시각) 오후 메링호프의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입모아 독립출판계의 분투를 말했다. 재정 쪽 경영을 담당하는 리스타우 대표는 “1년6개월쯤 전부터 출판 시장이 엄청나게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 출판사의 경우 일종의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데 성공해서 소셜미디어나 좌파적인 웹사이트 활용 등 우리의 아이디어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지지 속에 어느 정도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어렵다”고 말했다.
덥수룩한 수염을 한 준더마이어 대표는 평소 ‘유머’를 중요하게 여기며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지만 출판 시장의 양극화를 말할 때는 얼굴이 굳어졌다.
“천박하게 말하는 것을 허용해 준다면, 자본주의 아래에서는 모든 것이 쓰레기가 돼버린다. 생물다양성의 개념처럼 ‘책 다양성’(bibliodiversity)이 보장돼야 한다. 한국의 서정시나, 조지아의 소설이나, 아프리카의 연극 등이 어우러지는 것이 중요한데 대기업이 배경이 되는 큰 출판사들은 대체로 이익을 추구하면서 다양성을 회피한다. 다양성을 확장하는 일은 독립출판계가 담당해 오고 있는데, 그 도전이 허용돼야 한다. 책 다양성이 침해될 때 사회는 공격받고 대중이 우매화한다. 정부도 논픽션과 비주류 책들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대기업이 잠식한 오디오북 시장
종이책이 흔들리는 동안, 청각의 세계에서도 거대 자본의 영향력이 확장되고 있었다. 독일의 오디오북은 한국으로 치면 배경 소리와 다양한 음악이 들어간 ‘라디오 드라마’를 떠올리면 되는데, 어린이용부터 성인용까지 종류도 다양하고 이용자의 폭도 넓다. ‘북’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시디(CD)로 제작되거나 디지털 형태로 내려받아 들을 수도 있다. 독일은 20세기 들어 공영방송에서 문학낭독과 각종 토론, 강연, 라디오 드라마를 다채롭게 만들면서 ‘듣는 문화’의 꽃을 피웠다. 유명 배우나 성우들이 참여해 낭독을 예술로 발전시켰고, ‘듣는 문학’은 종이책과 거의 동등한 문화적 지위를 획득했다. 오디오북 플랫폼 오디블(Audible)이 2023년 독일 시장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 결과를 보면, 독일인의 46%가 1년 동안 오디오북, 오디오 드라마, 팟캐스트 중 하나 이상을 이용했다고 답했다. 2023년 독일의 오디오북 시장 규모는 3억800만유로(약 4600억원)로 추정되며, 전체 도서 시장에서 오디오북이 차지하는 비중은 5% 정도로 보고 있다.
600개 이상의 오디오북 출판사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이 나라에서도 실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스피크로 출판사(Speak low, 낮은 목소리 출판사)를 지난 10월9일 오후 찾았다. 크로이츠베르크에 위치한 출판사에는 녹음 부스가 여러개 설치되어 있었다. 2006년 설립된 이후 120종의 오디오북을 발간한 이 출판사의 설립자 하랄트 크레버 대표는 연극 연출가 출신으로 연극배우들과 작업하는 것을 즐긴다. 그는 “오디오북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여기며 제작한다”고 말했다. 9명의 직원도 모두 연극, 문학, 라디오 등의 부문에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성우가 음향감독이나 톤 스튜디오 없이 혼자 자기 집에서 녹음하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는 디테일을 살린다. 텍스트를 해석할 수 있는 배우들이 글자에 삶을 부여할 때 말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는 그의 말에서 강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작은 오디오북 출판사로서 살아남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저작권료다.
“오디오북 출판사는 대기업을 등에 업지 않은 경우가 드물다. 유명한 아르곤 출판사는 대기업인 랜덤하우스가 뒤에 있는데, 우리가 아르곤 출판사의 제작을 대행해줄 때도 있다. 녹음할 때는 책 저작권을 사야 하지만, 잘 나가는 책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다. 유명 판타지, 로맨스, 추리소설 등은 저작권 값이 너무 비싸 경매 자체에 참여할 수 없었다. 우리는 오히려 독립출판사의 작가를 찾는다.”
오디오 출판사의 또 한 가지 위기는 시디 구매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종이책처럼 물성을 가진 실물 형태가 사라지고 디지털로 다운로드를 받는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크레버 대표는 “예전에는 시디로 만들어서 서점에 꽂히면 ‘가시적’이었지만 지금은 서점조차 시디 주문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독자들의 눈에 띄는 ‘가시성’이 사라지면서 오디오북 시장은 마케팅 역량을 가진 거대 기업이 완전히 장악했다. 사람들은 대기업의 것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수준 높은 문학 작품이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의 오디오북을 보통 20유로(약 3만3400원)에 파는데 서점이나 중간 상인에게 절반이 가고 우리에게 50%가 남는다. 인쇄비, 녹음비, 성우들 비용을 제하고 나면 5유로50센트가 남는다. 이것을 다운로드로 제공할 때는 1유로50센트 정도가 남는다. 큰 출판사는 이렇게 박리다매여도 살아남을 수 있지만 작은 출판사들에는 생존이 어려운 구조다.”
크레버 대표는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문해력 위기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었다. 오디오북 업계에서도 수준 높은 문학 작품이 흥미 위주의 가벼운 오락물에 의해 밀려나고 있다며 “출판은 교육과 계몽이 핵심인데 문해력 위기는 극우화를 부추기고 극우화는 갈수록 위협적인 요소가 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했다.
독일 언론과 출판계가 자주 인용하는 지수인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PISA, 2022)를 보면, 15살 학생의 23~26%가 읽은 글의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2023)에서도 성인 5명 중 1명이 10살 아동 수준 이하의 읽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나왔다.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모두가 낮은 문해력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의 위협과 디지털 기술
책 구매자도 줄어들고 있다. 독일 서점출판협회의 자료를 보면, 2023년 한해 동안 책을 구매한 사람은 2500만명으로 2019년보다 360만명 줄어든 숫자였다. 감소 추세의 이유로는 경제 상황 악화뿐만 아니라 스트리밍 서비스와 소셜미디어 같은 경쟁 매체의 성장이 지목된다.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이 일상을 잠식하는 상황은, 중소 규모의 출판사들에는 위기이자 기회로 여겨진다. 스피크로 출판사에서는 성우나 배우가 직접 녹음한 시디 제품에 ‘리얼 휴먼 보이스’(실제 사람 목소리)라는 스티커를 붙인다. 크레버 대표는 “인공지능의 등장에 한편 열광하고 한편 불안했지만, 텍스트에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면 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2배속으로 듣는 젊은이들의 청취 습관, 일의 효율에 대한 압력에 시달리는 성우의 노동 등을 생각하면 어느 순간 인공지능과 인간의 작업이 만나지 않을까 한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정서적인 감정과 느낌을 갖고 마이크 앞에서 책을 읽고 재생하는 것, 그런 예술이 사라진다는 얘기다. 인공지능이 점점 도입되는 상황에서 ‘진짜 인간의 음성’이라는 것은 트렌드에 반하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재독 철학자 한병철의 대표 저서들을 꾸준히 발간한 마테스&자이츠 베를린(Matthes & Seitz Berlin)은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었다. 10월11일 오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직전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 사무실에서 만난 이 출판사의 저작권 및 해외 판권 담당 마렌 멘첼은 “출판사의 철학적인 노선에 충실하면서도 혁신과 확장이 중요하고, 책의 다양성과 스타일이나 분야에도 다양한 도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마테스&자이츠 베를린의 임프린트인 로슈토프(Rohstoff, ‘원료’)는 실험성 있는 젊은 문학, 비주류 텍스트를 위해 ‘팔리지 않는 것들’(Die Unverkäuflichen)이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그런데 이 시리즈는 뜻밖에도 인기를 끌며 팔려 나갔다. 특히 1984년생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하네스 바요어 미국 버클리대 독일어과 교수가 인공지능과 협력해 집필한 실험적 소설인 ‘베를린, 마이애미’(2023)는 국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현대 독일 문학작품 4편을 텍스트로 학습한 언어 모델이 소설 집필에 사용되었으며, 인간은 큐레이터이자 편집자의 역할을 했다. 멘첼은 “인공지능의 사용과 관련해서 출판사 안에서도 토론이 많고 그 가능성과 한계에 대해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그러나 출판은 작가와의 교류, 인간관계가 많이 들어가는 산업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만난 바이에른주 뮌헨 소재 생태·환경 전문 독립출판사인 외콤 출판사(oekom verlag)의 도서 기획·출판 총괄 라우라 콜라우슈 박사는 “우리는 절대 책을 만들 때 인공지능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출판사는 단순한 환경 서적을 넘어 정치적 생태학을 강조하며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사회적 기업형 출판사로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그저 마케팅 분야에서 미리 테스트를 해보는 방식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하고 교정과 교열에서 도움 정도는 받고 있다. 앞으로 인공지능 활용 범위는 늘어날 수 있지만 출판사는 인쇄소가 아니다. 출판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일이며 인간이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콜라우슈 총괄은 다만 “앞으로는 출판사 활동의 포맷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접점을 오히려 늘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우리는 독일 사유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인간이 세계의 한 부분이라는 것, 실용주의 전통과 자연과학 기술과 지식 발전을 중시한다. 인공지능이 화두라지만 우리는 오히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텍스트 사이의 상호작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데 눈길을 준다. 출판사도 독자와 텍스트, 독자와 저자가 만나서 직접 소통하는 장을 더 열어야 한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며 응전
문해력의 위기나 몇몇 대형 출판사가 유명 작가와 유통망을 장악하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2010년대 독립출판 붐이 일어난 이후에도 대형 서점과 플랫폼 위주로 소수의 작가나 대기업 출판의 책이 노출을 싹쓸이하는 ‘가시화’의 문제가 등장했다. 또한 책 다양성이 정치적 자유와 직결된다는 인식이 독일과 마찬가지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0월17일 베를린 미테구청이 한국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을 기습 철거하기 꼭 일주일 전, 소녀상 인근에 자리 잡은 아비바 출판사에서 만난 브리타 위르크스 대표는 “한국에는 독립출판 네트워크가 있는가? 연대와 정책적 요구로 이러한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르크스 대표는 1997년 베를린에서 출판사를 설립한 이후 독립출판사의 선봉장으로 일해온 여성 출판인이다. 독립출판을 지원하는 쿠르트 볼프 재단(Kurt‑Wolff‑Stiftung) 회장을 역임했고, 출판 다양성 확보 운동에 앞장서면서 동료 출판인들의 지지를 받았다. 현재 독일 서점출판협회 베를린-브란덴부르크주 지부 이사회에서 제2부의장을 맡아 문화진흥법을 추진하며, 출판계와 문화정책 분야에서 영향력을 갖고 있다. 자신이 설립한 아비바 출판사에서는 주류 시장이 놓친, ‘잊힌 여성 이야기’를 발굴해 문화적으로 의미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이른바 남성주의적 정전 속에 사라져 버린 ‘여성적 정전’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을 발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세계적인 디지털 페미니즘의 유행이 우리 출판사에 도움이 된 것도 있지만, 페미니즘을 판매 전략으로 생각하는 큰 출판사들이 훨씬 늘어났고, 그 탓에 작은 출판사들로서는 오히려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거의 모든 것을 홀로 해오고 있는 형편이라 여러모로 힘들지만, 출판협회상 같은 지원은 여러 곤경을 모면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그는 “언론매체에서도 독립출판에 할애하는 지면이 줄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독립출판사들의 단결과 협력, 네트워크 강화가 여전히 필요하고 국가가 독립출판사를 지원하는 일 역시 다양성 가시화를 위해 중요한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6월28~29일, 베를린 중심부인 미테지구에서 연 유럽 최대 야외 서점인 ‘베를린 도서축제’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눈빛을 반짝였다. 1933년 나치당의 독일 학생연맹이 ‘비독일적 정신을 정화한다’는 명분으로 나치의 이념에 반하는 책 2만권을 불태운 장소인 베벨플라츠에서 벌어진 축제였다. 2만명의 독자들이 모여들었고 유명 작가, 출판인, 예술가들이 여러 행사를 만들었다. 3개의 행사 텐트에서 소설 및 논픽션 팬,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한 40번의 낭독회와 토론이 열렸다.
“우리에겐 상징적 장소인 그곳에서 130여개 독립서점과 독립출판사가 참여해 행사를 했다. 책도 많이 팔았고 희망을 보았다. 1년에 한번 이런 역사적 장소에 모이는 것, 책과 사람들의 민주적 공존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어느 주말 어딘가에 무작정 책 좌판을 벌여놓고 책을 팔기도 한다. 그러면 꼭 누군가는 책을 사 간다. 위기라고 말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책을 절대 멀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며칠 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서 베를린에서 만난 독립출판인들을 다시 마주쳤다. ‘출판쟁이’들은 여러 사람 속에 흥분되어 볼이 불그스름하게 달아올랐다. 기술의 시대에도 책은 사람 속에, 사람은 책 속에 있었다. 책은 사람과 세계가 만나는 가장 강력한 플랫폼이었다.
베를린·프랑크푸르트/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본 기사는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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