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미래에 보내는 편지
소멸하는 지구에서 살아간다는 것
대니얼 셰럴 지음, 허형은 옮김 l 창비 l 2만원
16세기 화가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 <눈 속의 사냥꾼>에는 유럽 플랑드르 지방의 정경이 그려진다. 털모자로 얼굴을 싸맨 사람들은 연못에서 얼음을 지친다. 둑길로 마차가 달리고, 앞치마 두른 이는 땔감을 이고 간다. 이 풍경을 굽어보는 언덕에선 한 무리 사냥꾼이 사냥개를 몰아 마을로 돌아간다.
미국의 기후운동가 대니얼 셰럴은 이 그림에서 기후 위기의 본질을 떠올린다. 기후변화를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화폭 속의 지독한 ‘무감각함’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는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에서 이 그림을 만났다. 영화에서는 그림이 정지화면으로 비춰지다 돌연 불에 그을린다. 썰매 타던 아이와 집들이 차례로 재가 된다. 하지만 그림 속 인물들은 불길이 자기한테 닥칠 때까지 “각자 제 할 일을 하고” 있다.

셰럴이 말하기를, 화석연료가 지구를 덥히는 과정은 “비가시적 침투”다. 화석연료는 “파이프라인에 숨어” 있다가 “건물 벽을 통해 흐르고”, 연소되는 순간 “냄새만 남기”고서 공중으로 분해된다. 태평양 섬들과 남반구 대부분에서는 이 연소가 몰고온 기후재난으로 매년 수만명이 죽는다. 그 와중에도 서구인 대다수는 문제에 무관심하다. 이 점이 기후운동가를 낙심시킨다.
그럼에도 셰럴은 기후운동을 이어갈 “여지”를 찾는다. 기후위기는 돌이킬 수 없도록 심각해졌지만 그로 인한 ‘종말’을 연기할 가능성과 책임은 인간에게 남아 있다. “다 타버리거나 물에 잠긴 땅에 삶을 여전히 얹어둔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백만명이나 있는 마당에, 그들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면 우리도 포기할 수 없는 거야.” 셰럴은 그림 속 같은 무감각에서 벗어나야 할 이유를 호소한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