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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가 지난 9월12일 연 고려인 추석 행사에서 제천시 이주 정착 고려인 등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제천시가 지난 9월12일 연 고려인 추석 행사에서 제천시 이주 정착 고려인 등이 윷놀이를 하고 있다. 제천시 제공

“시장은 쇠퇴하는 도시를 살리려고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된 고려인을 찾았다. 제천은 한국의 많은 도시처럼 저출생·고령화로 소멸 위기를 맞았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들이 반전시킬 수 있을까?”

지난 8월6일 ‘뉴욕타임스’에 실린 충북 제천시의 ‘고려인 이주 정책’ 기사 머리글이다. 제천시는 소멸 위기를 벗어나려고 지난해 9월부터 ‘고려인 이주 정책’을 시행했는데, 1년이 채 안 돼 400여명이 제천으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진행하는 등 성공적이다.

제천시의 고려인 이주 정책 기사가 실린 뉴욕타임스. 제천시 제공
제천시의 고려인 이주 정책 기사가 실린 뉴욕타임스. 제천시 제공

제천시는 1일 “지난해 말부터 고려인 75가구 176명이 제천으로 이주해 정착했다. 현재 87가구 237명이 제천 이주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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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는 해마다 인구가 줄어 소멸 위기에 빠지자 단기 체류(C-3-8)·방문취업(H-2)·재외동포(F-4)·영주(F-5) 등 비자를 발급받아 국내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고려인과 재외 고려인 등 유치로 눈을 돌렸다. 제천은 2003년 말 14만676명이던 인구가 올해 8월 말 현재 12만9175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에 지난해 4월 ‘제천시 고려인 등 재외동포 주민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고, 김창규 제천시장 등은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를 방문해 고려인 단체 등과 고려인 이주·유치 협약을 맺었다. 국내에 있는 대한고려인협회 등을 찾아 제천 이주 설명회도 열었다. 제천시는 중앙아시아 3국에 50여만명, 국내에 8만여명 정도의 고려인이 생활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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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는 지난 8월 청주의 한 호텔에서 고려인 이주 정착, 취업 설명회를 했다. 제천시 제공
제천시는 지난 8월 청주의 한 호텔에서 고려인 이주 정착, 취업 설명회를 했다. 제천시 제공

제천시는 고려인 이주·정착을 위한 정책도 마련했다. 대원대 기숙사를 새로 단장해 재외동포지원센터를 조성했는데, 제천으로 온 고려인들은 정착 초기 4개월 동안 숙식 등을 무료로 이용한다. 고려인은 이곳에서 한국어·문화·생활 교육과 함께 단계별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교육·생활 준비를 한다.

제천시는 지역 특화형 비자 사업 등을 통해 고려인에게 취업을 알선하고, 자녀 돌봄 수당(1인당 30만원), 의료비(연간 20만원) 등을 지원한다. 한국어 능력, 사회통합 프로그램 검증(3급 이상)을 통과하면 3개월 동안 30만원씩 정착 지원금도 준다. 제천시는 초등학생 방과후 한국어 교육, 미취학 돌봄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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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고려인들이 제천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다. 제천으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진행 중인 고려인(413명)은 러시아 124명, 우즈베키스탄 130명, 카자흐스탄 114명, 키르기스스탄 23명 등 다양하다. 나이도 30대 118명, 40대 76명, 7살 이하 어린이 60명, 20대 59명, 10대 청소년 49명, 60살 이상 19명 등 각양각색이다. 이들 고려인은 한국에 온 뒤 경기 안산, 광주, 인천, 경북 경주 등에서 생활하다 제천으로 이주했다.

이주를 마친 69가구 83명이 제천 지역 업체 등에 취업했고, 어린이·청소년 대부분은 제천지역 학교에 진학했다. 제천 이주 고려인 3명은 식료품, 빵집, 음식점 등을 창업하기도 했다. 김 알렉산드르(25)는 “7년 전 부모·여동생 등과 한국에 와 음성 자동차 부품회사에서 일하다 제천의 고려인 정책을 듣고 지난달 초께 왔다”며 “취업 준비 중인데, 일자리만 있으면 제천에서 계속 살고 싶다”고 말했다. 권세영 제천시 미래전략팀 주무관은 “인구감소·지방소멸 위기를 넘으려고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고려인 유치를 추진했다”며 “2026년까지 해마다 300여명씩 고려인 1천명 이주 목표를 세웠는데 순항 중”이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