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겹살 구이는 돼지고기 요리의 대명사다. 전국 어디를 가도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만날 수 있다.
충북 청주는 좀 특별하다. 삼겹살 거리가 있다. 한때 청주의 최도심이었던 서문시장이다. 시장 안 점포를 새로 단장한 삼겹살집 14곳이 줄지어 있다. 거리 바닥(320m)도 불그스름한 삼겹살 색깔이다. 빛·비 가림막 시설이 돼 있어 날씨와 상관없이 언제든 걷기도 좋다.

삼겹살은 시장을 바꿨다. 서문시장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이웃 육거리 시장과 어금버금한 청주의 대표 시장이었다. 육거리시장이 조선 시대 3대 우시장을 낀 전통 강자였다면, 서문시장은 버스터미널과 상가 등을 곁에 둔 도심 속 신흥 강호로 부상했다. 하지만 1995년 청주경찰서에 이어 1999년 버스터미널마저 외곽으로 떠나고, 2002년 12월 시장 코앞에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다.
한때 130여곳에 이르던 점포는 반토막이 났다. 문 여는 곳보다 문 닫은 곳이 더 많을 정도였다. 시장 활성화를 고민하다 삼겹살이 튀어나왔다. <서울신문> 기자 출신인 삼겹살 전문점 ‘함지락’ 김동진(55) 대표가 삼겹살 거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2010년 10월께 한범덕 청주시장에게 삼겹살 특화를 제안했고 이듬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삼겹살 거리가 조성됐다. 김 대표는 “‘삼겹살에 소주 한잔’은 전 국민의 소통 언어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문헌에도 청주 돼지고기 기록이 있을 정도로 청주와 삼겹살은 인연이 깊다”고 밝혔다.
삼겹살과 함께 시장도 바뀌고 있다. 삼겹살 음식점 14곳 말고도 중화요리점, 순대 전문점, 식자재 전문점 등 음식 관련 점포 30여곳이 영업한다. 영업 점포도 80여곳으로 늘었다. 2014년 7월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삼겹살 거리를 찾아 삼겹살을 맛보기도 했다.
이승진 청주 서문시장 상인회장은 “삼겹살 거리를 조성한 뒤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면서 시장이 생기를 찾았다. 이젠 삼겹살이란 먹을거리를 넘어 즐길 거리, 할 거리를 더한 관광 시장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1월 18억원을 들여 시장 안에 주차장을 조성했다. 상인회와 대형마트는 지난해 장을 보거나 삼겹살을 먹으면 대형마트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협약을 하기도 했다.

삼겹살처럼 ‘3’이 겹치는 ‘삼삼데이’(3월 3일)에 열리는 삼겹살 축제도 명성을 얻고 있다. 8회를 맞은 올해 삼겹살 축제는 다음 달 1~3일 ‘달콤 새콤 심쿵’을 주제로 청주 서문시장 삼겹살 거리에서 열린다. 시민·요리사 등이 참여하는 돼지 한 마리 요리 경연, 삼겹살 무료 시식, 전통놀이 체험, 황금 돼지 찾기, 가요제 등이 이어진다.
김정희 진지박물관 대표는 “청주는 예로부터 지렁물(간장의 사투리)에 돼지고기를 담갔다가 구워 먹는 등 독특한 삼겹살 문화가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의 소비 성향에 맞는 미래형 삼겹살 문화도 함께 만들어 내야 지속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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