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게시판 설치 과정에서 훼손된 밭의 농작물을 매만지고 있다. 서귀포/고승민(경일대 사진학과)씨 제공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게시판 설치 과정에서 훼손된 밭의 농작물을 매만지고 있다. 서귀포/고승민(경일대 사진학과)씨 제공
광고

정부가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해군기지 반대 운동에 대해 시위진압 경찰을 제주에 증파하며 강경한 태도를 밝히자, 강정마을 주민 등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마을 주변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은 31일 담화문을 발표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합법적인 절차를 통해 정상적으로 추진해왔다”며 “그러나 외부 반대 단체가 중심이 돼 공사 현장을 무단 점거하는 등 불법적으로 사업 추진을 가로막아왔다”고 밝혔다. 두 장관은 “외부 단체가 스스로 반대활동을 중지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청은 오는 3일 ‘강정마을 평화의 비행기’와 평화콘서트, 올레길 걷기 행사 등이 불법 집회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이날 오후 서울경찰청 경찰관기동대 4개 부대, 여경 2개 부대 등 모두 449명을 제주도로 긴급 파견했다. 경찰은 8월14일 경기경찰청 전·의경 2개 중대 157명을 제주에 파견한 상태다.

광고

이에 강정마을 중덕해안에서 반대 농성 중인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정부 담화와 경찰력 증원을 물리력 행사를 위한 수순밟기로 보고 끝까지 맞서겠다고 다짐했다. 고명진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정부의 담화문 어디에도 주민들을 위한 문구는 보이지 않는다”며 “국책사업을 명분으로 주민들을 이렇게 고립시키는 것이 정부냐”고 비판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대책위원장은 “주민들이 주장하는 절차적 정당성이나 민주적 절차를 지키라는 요구는 무시하면서 경찰 병력을 파견한 것은 주민들을 적대시하는 것”이라며 “우리를 이처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으면 저항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날 ‘강정을 제발 살려줍서’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냈다. 주민들은 “강정 주민들이 죄를 지었다면 마을을 사랑한 죄, 바당(바다)을 사랑하고 구럼비 바위를 사랑한 죄밖에 없다”며 “제발 강정을 살려달라”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광고
광고

참여연대 등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도 이날 “갈등의 책임은 외부 세력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를 하는 정부에 있다”고 비판하고 “강정마을의 평화와 생명을 지키기 위해 더 넓은 연대와 평화적 방식의 시민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제주/허호준 기자, 이순혁 유선희 기자 hoj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