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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모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 2022년 9월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한국성폭력상담소 등이 모인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가 2022년 9월28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전쟁기념관 앞에서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는 교육과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리박스쿨과 함께 늘봄학교 관련 활동을 한 보수 기독교 단체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이하 넥스트클럽)’이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6곳의 운영을 맡을 위탁 단체 공개모집에 지원했다. 대전광역시에서 2011년 출범한 넥스트클럽은 2023년 대전 청소년성문화센터에 이어 세종 청소년상담복지센터 위탁기관으로 선정됐는데 당시 “청소년을 위한 종교 단체로 보이지만 동성애 반대, 성소수자 혐오(차별), 혼전 순결 강조, 차별금지법 및 학생인권법 반대 등 정치색이 진한 편향적 단체”라는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서울시가 최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 등을 종합하면,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6곳을 1개 기관으로 통합·운영할 단체를 뽑는 공모에 넥스트클럽과 한국기독교청년회전국연맹유지재단(현재 위탁운영) 두 단체가 지난 7월29일 신청서를 제출했다. 위탁 기간은 2025년 9월29일부터 내년 9월30일까지 1년이다.

특히 서울시는 6월18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등 위탁 운영단체 모집 공고를 내며 심사 기준과 배점(총 100점)을 제시했는데, 그 중 사업계획의 적정성(배점 40점) 항목에서 “성교육 퇴행”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운영 매뉴얼을 참조하라고 안내했다. 모집 공고에 앞서 6월12일 ‘포괄적 성교육’, ‘섹슈얼리티’ 용어 등을 쓰지 않도록 하는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매뉴얼이 공개되자 포괄적 성교육이 조기 성애화를 조장하고 동성애를 부추긴다며 반대해 온 보수 기독교 단체에 센터를 맡기려는 포석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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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클럽은 2023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연 토론회 ‘노골적인 청소년 성교육 이대로 괜찮은가?’ 개회사에서 “우리는 포괄적 성교육이 아닌 성품 성교육으로 성인지 감수성보다는 성존중성을 갖춘 인물상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 성교육(CES)은 여성과 남성의 생물학적 특징만 다루는 것이 아닌 인간 생애에서 성과 관련한 모든 경험을 포괄하는 교육으로 유네스코(UNESCO)가 권고하는 내용이다.

서울시가 시립청소년문화센터 6곳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꾸린 ‘운영 매뉴얼 제작 티에프(TF) 회의’ 결과, 향후 성교육을 할 때 지양하라고 한 용어 목록. 서울시 공지문 갈무리
서울시가 시립청소년문화센터 6곳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꾸린 ‘운영 매뉴얼 제작 티에프(TF) 회의’ 결과, 향후 성교육을 할 때 지양하라고 한 용어 목록. 서울시 공지문 갈무리

운영 매뉴얼엔 ‘연애’를 ‘이성교제’로, ‘포궁’을 ‘자궁’으로, ‘성소수자’를 ‘사회적 소수자 및 약자’로 바꾸라고 돼 있는데 성별 이분법을 강화하고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내용이다. 유엔(UN)아동권리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성적 지향·성 정체성을 포괄해 각 연령에 적합한 성교육을 하라고 한 권고에 어긋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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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스트클럽 대표는 대전 주가사랑하는교회의 남승제 목사로 그간 차별금지법과 인권 조례, 동성혼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남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조직적인 댓글 조작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리박스쿨 손효숙 대표가 지난해 출범을 주도한 ‘함께행복교육봉사단’(윤석열 정부의 늘봄학교 정책 지지 단체) 공동대표에 이름을 올렸으며, 넥스트클럽 일원이자 대전시청소년성문화센터장은 리박스쿨이 주관한 늘봄학교 강사 양성 교육에 참여했다. 넥스트클럽은 지난 7월 함께행복교육봉사단 활동을 하면서 리박스쿨 관계자를 알게 됐으나 조직적 연계는 없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 남승제 대표가 지난해 2월 리박스쿨 등이 참여한 함께행봉교육봉사단 창립 출범식에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영상 화면 갈무리
넥스트클럽 사회적협동조합 남승제 대표가 지난해 2월 리박스쿨 등이 참여한 함께행봉교육봉사단 창립 출범식에 참여해 발언을 하고 있다. 영상 화면 갈무리

남 대표는 2024년 2월 서울시의회에서 열린 함께행복교육봉사단 출범식에 참여해 “저출산은 잘못된 페미니즘 때문”이라며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한 결과가 남혐과 여혐 사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남성을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로 만드니까 한국 여대생들이 4비(결혼·출산·연애·섹스를 거부한다는 뜻) 운동을 하고 이게 세련되고 맞는 것처럼 확산돼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아이들이 청소년기를 시작하면서 전태일을 먼저 배우면 비판 의식만 생기고, 잘못된 비판 의식은 아이들을 망가뜨릴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를 어둡게 한다”며 “새로운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물밀 듯 학교로 들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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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관계자는 “운영기관 선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 지원 단체를 밝힐 수 없다”며 심사 항목에 비판 목소리가 큰 운영 매뉴얼을 기재한 데 대해선 “사업 계획을 세울 때 참고하라는 의미이지 심사에 반영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13일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운영 단체를 선정해 14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