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 9일 만인 지난 17일 생포돼 돌아온 늑대 ‘늑구’가 20일 오후 닭고기와 소고기 분쇄육을 먹던 중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대전오월드 제공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탈출했다 9일 만인 지난 17일 생포돼 돌아온 늑대 ‘늑구’가 20일 오후 닭고기와 소고기 분쇄육을 먹던 중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다. 대전오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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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 한 개체의 탈출 자체가 곧 야생의 복원도, 리와일딩도 아닙니다. 다만 이제는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늑대를) 그냥 (자연에) 놔둘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해서 말입니다.”(생명다양성재단)

대전오월드 동물원을 빠져나왔던 늑대 ‘늑구’가 아흐레 만인 지난 17일 ‘집’으로 돌아갔다. 늑구 포획이 예상보다 길어지며 수십 건의 기사가 늑구의 상태·위치를 실시간으로 전하고, 온라인에서는 다양한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위치 공유 앱이 등장하는 등 큰 관심을 얻었다. 여러 논의 가운데서도 흥미로운 지점은 바로 ‘늑대가 자연으로 돌아갈 가능성’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늑구 탈출’ 일주일째가 되던 지난 15일 생태계·환경연구단체인 ‘생명다양성재단’은 ‘늑대를 놔두는 것을 논하다’는 논평을 내 늑대 ‘리와일딩’에 대한 논의를 제기했다. 리와일딩(Rewilding)은 자연 서식지에서 사라진 종(특히 최상위 포식자)의 도입을 통해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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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동물원에서 동물이 탈출한 사례는 많지만, 이번에는 뭔가가 다르다”며 “달라진 생각의 요체는 늑대를 죽이지 말고 안전하게 생포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진 것”이라 짚었다. 그 배경에는 △2018년 대전오월드 퓨마 ‘뽀롱이’가 사살된 과거 사례 △동물원에서 나고 자란 개체이기에 위험성이 낮다는 판단 △그간 성장한 동물권 의식이 있다며 한 가지 요인을 덧붙였다. “야생동물이 주체적 삶을 구가하는 존재라는 이해와 야생의 회복을 추구하는 리와일딩에 대한 인식이 커졌다”는 것이다.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재도입된 회색늑대가 눈 속을 달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미국 와이오밍주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재도입된 회색늑대가 눈 속을 달리고 있다. 위키피디아 코먼스

회색늑대 돌아오자 생태계는 ‘균형’

리와일딩의 대표 사례로는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사라졌던 회색늑대를 재도입한 뒤 지역 생태계가 균형을 되찾은 것이 꼽힌다. 20세기 초 인간의 ‘박멸’로 늑대가 사라지자 해당 지역에 엘크가 급증해 어린나무와 식생이 크게 훼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정부는 다시 늑대를 풀기로 결정하고, 1995~1996년 30여 마리의 늑대를 도입했다. 그러자 엘크 개체 수가 줄었을 뿐 아니라 이들의 서식 범위도 좁아져 강가의 나무가 다시 자라나고 새와 비버, 수달 등도 돌아오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 때문에 늑대는 “리와일딩을 대표하는 얼굴”(책 ‘리와일딩 선언’, 김산하)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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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늑구가 여전히 대전 보문산 어딘가에 남아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동물원에서 태어나 인간의 손에 자라난 늑대는 자연에 적응해 살 수 있을까. 늑구의 집이 ‘1만평 오월드 사파리’가 아닌 우리 주변의 숲이 될 수 있을지, 여러 동물 전문가의 의견을 들었다.

야생동물 전문가들은 일단 늑구가 일정 기간 생존했을 거라 내다봤다. 책 ‘늑대가 온다’를 쓴 최현명 공주대 겸임교수(동물보건복지학과)는 늑구 포획 전 통화에서 “(늑구가 주로 포착됐던) 보문산 주변에 올무가 없고, 더 남쪽으로 향한다면 야생에서도 홀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최 교수는 “야생동물의 사냥 능력은 기본적으로 10%가 부모 교육이고, 90%가 본능에 기인한다”면서 “(늑구처럼 인공 포육 개체더라도) 야생에 내던져지면 의외로 빨리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늑구가 야생에서 3주는 버틸 거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우동걸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도 “갯과 동물이 야생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는 다양하다”면서 “로드킬·올무·독극물에 희생되지 않으면 얼마간 생존할 것”이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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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달가슴곰 농가·주민 피해에 ‘고심’

그러나 늑구를 비롯한 늑대의 야생 도입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거란 진단도 나왔다. 현재 동물원에서 늑대를 돌보고 있는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수의사)은 “저도 (늑구가 그대로 자연에 있는 것을) 상상해보지 않은 바는 아니”라면서도 “사육 늑대가 풀려났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예측이 어렵다”고 했다. 그는 “청주동물원에 사육 중인 늑대들을 보면, 혼자 남겨졌을 때는 굉장히 온순하지만 크게 무리를 짓게 되면 공격력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면서 “늑대 재도입을 논의할 때 가장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우리가 산을 양보할 수 있는가’ 여부”라고 짚었다. 우동걸 선임연구원 또한 “야생동물 종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식지 수용력과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의 ‘반달가슴곰 증식·복원 사업’은 2004년 6마리를 지리산에 방사한 뒤 현재 100여 마리가 자연에 서식해 성공적인 종 복원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는 그동안 주민 수용성·공존을 위해 곰 위치추적장치(GPS)를 활용해 관리하고, 주민 피해보상 제도 마련, 탐방객 수칙 홍보 등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런데도 곰 개체 수가 늘어나고 점차 지리산 국립공원 밖으로 영역을 넓히는 일부 개체가 생겨나면서 농가·주민에 피해를 일으켜 고심을 앓고 있다. 백두대간을 따라 반달곰을 복원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대전오월드 역시 ‘한국 늑대 복원’을 명목으로 2008년 러시아에서 늑대 7마리를 도입해 현재 20여 마리에 이르렀지만, 야생 방사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런 탓에 오월드의 늑대 복원이 그저 전시·관람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대전오월드 동물원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지난 13일 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을 당시 모습.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대전오월드 동물원 탈출 이후 한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늑대 ‘늑구’가 지난 13일 밤 오월드 인근 야산에서 목격됐을 당시 모습. 목격한 시민이 찍은 영상 갈무리. 연합뉴스

“늑구 야생 생존 기간, 길지 못했을 것”

다만 이런 식의 논의 자체에 신중해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김봉균 공주대 조교수(특수동물학과)는 “종 복원은 단순히 동물을 번식해 자연에 보내면 끝나는 게 아니라, 과거에 왜 해당 종이 줄었는지, 그리고 현재는 어떤 위협이 있는지를 면밀히 따지는 과학적 작업”이라며 “그런 선행 연구 없이 동물이 그냥 (밖으로) 나갔다고 복원을 생각해보자는 것은 오히려 동물원 과실에 대한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2023년 뉴욕 센트럴파크 동물원에서 풀려나 1년을 공원에서 생존했지만 끝내 유리창 충돌로 사망한 수리부엉이 ‘플라코’의 사례처럼, 늑구가 생존하더라도 그 기간은 길지 못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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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