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동물원에서 커플 관계인 수컷 홍학 두 마리가 버려진 알을 품어 성공적으로 부화시켰다.
영국 데번주 페인턴의 ‘페인턴동물원’은 12일(현지시각) 누리집에 “칠레홍학 종 보전프로그램을 시작한 2018년 이래 처음으로 칠레홍학 새끼 4마리가 부화했다”며 “이번에 새로 태어난 새끼 가운데 한 마리는 수컷 칠레홍학 ‘커티스’와 ‘아서’ 커플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밝혔다. 이 동물원에서 동성 홍학 커플이 새끼를 부화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동성이 짝을 맺거나 알을 돌보는 행동은 홍학뿐 아니라 펭귄, 흑고니 등 일부 조류에서 관찰된 바 있는데, 종종 부화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2018년 독일 ‘베를린동물원’에서는 수컷 임금펭귄 두 마리가 서로의 행동을 모방하며 알을 품어 부화에 성공했고, 같은 해 호주 시드니의 ‘시라이프 아쿠아리움’에서도 수컷 젠투펭귄 커플이 알을 부화시켰다.
페인턴동물원의 설명을 들어보면, ‘홍학 아빠들’이 알을 어디서 어떻게 얻었는지 정확하지는 않다. 사육사들은 동물원 내 다른 홍학 커플이 포기한 알을 가져와 품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피트 스몰본스 조류 사육사는 “가능성이 가장 큰 시나리오는 다른 커플이 버린 알을 커티스와 아서가 입양한 것”이라며 “과거 다른 동성 홍학들이 짝을 이룬 적이 있긴 하지만, 알을 성공적으로 부화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동물원은 현재 칠레홍학 51마리를 사육하며 종 보전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동물원은 칠레홍학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사육 중인 홍학들에게 이름을 붙이고, 이들의 관계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하고 있다.
칠레홍학은 에콰도르, 페루, 칠레, 브라질 등 남아메리카의 석호(해안선 근처에 모래로 입구가 막혀 생긴 자연 호수)나 호수에 주로 서식하는데 관광업, 채굴 등 서식지 파괴로 인해 야생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칠레홍학을 멸종위기 준위협(NT)종으로 분류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