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브랜드의 크리스마스 파티에 놀러 갔다가 경품 당첨이 됐다. 어린 시절 보물찾기 한번 성공하지 못했던 나에게 이런 행운이! 명품 로고가 꽝 찍혀 있는 상자 속에는 하얀 종이로 싸인 또 하나의 헝겁 봉투가 있었고 그 세 겹의 포장을 열고 나니 손바닥만한 지퍼형 가죽지갑이 나왔다. 지퍼를 열어 보니 짜잔! 펼쳐지는 건 다름 아닌 장바구니였다.
상자 안에는 불어와 영어로 쓰인 사용설명서도 있었다. 비올 때 들면 가죽이 영구훼손될 수 있고,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 실크가 손상될 수 있다나. 고급 소가죽과 실크로 만들어진 장바구니라니, 그래서 막 쓰면 망가진다니, 여기다가 무나 파를 넣을 순 없다는 말이 아닌가. 도대체 이런 장바구니를 누가 쓸까 궁금해졌다. 재벌가 사모님? 사모님이 직접 시장도 보나? 하여 이 장바구니는 나에게 고민거리만 안겨줬다. 두부와 콩나물에게 실크로 감기는 호사를 안겨줄 수도 없고 선물을 하자니 포장지 보고 입 찢어졌다가 내용물 보고 그 입이 엎어진 브이자로 내려앉을 얼굴이 훤히 보여, 주고도 욕먹을 거 같다. 세상에서 가장 황당한 이 선물, 오늘도 방 구석에 버티고 앉아 ‘나를 어떡할래?’라며 내 가슴을 짓누른다.
김은형 기자
명품 장바구니의 딜레마
[매거진 Esc] 문득 생각난…
- 수정 2007-12-12 18:25
- 등록 2007-12-12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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