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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사회일반

태어나 ‘말보다 먼저 배운’ 유튜브, 우린 갓튜브 제국에 산다

등록 :2018-08-18 09:36수정 :2018-08-18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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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
‘디지털 블랙홀’ 유튜브
한 달 이용자 18억명 이상.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 Hey Jini’(어린이 콘텐츠) ‘쌈바홍’(가수 홍진영의 개인 채널)’ ‘Jella 젤라’(미용법) ‘mugumogu’(반려동물) ‘영어 알려주는 남자’(영어학습) ‘KARD’(4인조 음악그룹 카드의 채널) 화면 갈무리. 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한 달 이용자 18억명 이상.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블랙홀처럼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빨아들이고 있다. 작은 사진은 왼쪽부터 유튜브 채널 ‘헤이지니 Hey Jini’(어린이 콘텐츠) ‘쌈바홍’(가수 홍진영의 개인 채널)’ ‘Jella 젤라’(미용법) ‘mugumogu’(반려동물) ‘영어 알려주는 남자’(영어학습) ‘KARD’(4인조 음악그룹 카드의 채널) 화면 갈무리. 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 ‘갓튜브’. 없는 게 없다는 유튜브는 이제 ‘없는 세대가 없는’ 플랫폼이 되었다. 무한한 콘텐츠를 무기로 이용자들을 불러모은 결과 갓난 아기부터 5060 세대까지 스마트폰 유튜브앱으로 동영상을 시청하는 시대가 왔다. 유튜브로 세상을 처음 만난 세대에게 유튜브는 단순한 동영상 플랫폼 그 이상이다. 유튜브로 소통하고 유튜브로 세상을 만나는 사람들과, 그 유튜브를 둘러싼 논란들을 들여다봤다.

지금 초딩들은 ‘유튜브 세대’
검색도 SNS도 모두 유튜브에서
유튜브는 디지털 그 자체

열풍의 또다른 주역은 시니어
3040보다 유튜브 많이 봐
‘가짜뉴스’ 부작용에도
보수 성향 뉴스채널 성행

2005년 출시한 동영상 플랫폼
2006년 구글이 16.5만달러에 인수
월 이용자 18억명 이상
가치 180조원 기업으로 성장

체류시간과 광고수익 굴레
선정성·유해성 논란에도
‘알고리즘’ 내세우며 방관
“사람이 개입할 때가 왔다”

김아무개(41)씨의 딸 유진(8)은 유튜브 애청자이면서 아마추어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2010년생 유진이에게 유튜브는 생애 처음으로 만난 미디어였다. 말을 하기 전부터 유튜브에서 나오는 만화를 보고 자랐다. 유튜브엔 모든 것들이 다 있었다. 궁금한 것은 모두 유튜브에 물어봤다. “포켓몬(스터) 캐릭터도 유튜브에 가면 설명이 다 나와요. 인형 잘 뽑는 방법 영상도 있고. 액체괴물(젤리형 장난감) 갖고 노는 영상도 많이 봐요.”

2년 전부터 유진이는 두 살 많은 오빠 원준이와 함께 동영상을 직접 찍어 유튜브에 올리기 시작했다. 채널 이름을 ‘원준유진TV’라 짓고 새로 마련한 장난감을 소개하거나 인형으로 가상의 이야기를 지어보거나 가족과 함께 여행가서 찍은 영상을 올렸다. 다른 어린이 대상 유튜브 채널인 도티TV(구독자 234만명), 잠뜰TV(149만명)의 콘텐츠를 따라하기도 했다. 딱히 ‘커서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유진은 자신이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친구들을 ‘크리에이터’라고 부른다.) 다른 사람들이 올린 영상들을 보면서 “나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스마트폰을 빌려주거나 영상을 찍어주는 걸 제외하면 엄마인 김씨가 특별히 도와주는 건 없다. 가끔 ‘악성 댓글’이 달리면 지워주거나, 다니는 학교나 집 주소 등이 노출되지 않게 하라는 주의만 줄 뿐 영상을 만들고 올리는 데 따로 조언을 하지 않는다. 김씨는 “할 능력도 없다”고 했다.

2005년 동영상 플랫폼으로 첫발을 내딛은 유튜브는 1년 뒤 구글에 인수됐다. 당시 인수금액은 ‘고작’ 1조8000억원. 12년이 지난 2018년 유튜브는 기업가치 180조원에 이르는 디지털 공룡으로 성장했다. 콘텐츠 공룡은 시청자를 끌어모았고, ‘공룡’과 시청자를 이어주는 수많은 크리에이터들을 탄생시켰다. 글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업로드할 영상의 길이를 조절하고 제목을 다는 등 모든 과정은 유진이나 원준이가 직접 한다. 유튜브에 올릴 영상을 찍는 법, 영상을 올리는 법까지 ‘유튜브 검색’을 통해 해결한다. 완성도가 높거나 입소문이 날 수준의 콘텐츠는 아니기 때문에 2년 동안 일주일에 한두개씩 영상을 꾸준히 올렸지만 ‘원준유진TV’의 구독자는 아직 50명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가끔 영상이 관심을 끌면 유진이는 아주 기뻐한다. 지난해 9월 애니메이션 ‘에그엔젤 코코밍’이 개봉했을 즈음 영화를 보고 받은 캐릭터 인형으로 이야기를 꾸며 만든 영상은 조회수가 9000을 넘었다. 구독자 중엔 유진의 같은 반 친구도 있고, 엄마와 아빠, 친척들도 있다. 물론 얼굴과 이름을 알 수 없는 ‘순수한’ 구독자가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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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다음은 ‘유튜브 세대’?

“포털은 네이버, 에스엔에스(SNS)는 페이스북이라는 말은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것 같다”고 김씨는 말했다. “아이들에게 에버랜드 간다고 하면 에버랜드에서 어떤 놀이기구를 타야하는지, 어떤 루트로 이동을 해야하는지 등을 유튜브로 검색한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은 잘 알지도 못하고 그냥 어른들이 하는 것 정도로 안다.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 서로 댓글을 달면서 안부를 확인하기도 한다. 따로 알려주지 않았는데 (텔레비전 속) 유튜브 채널을 보거나 스마트폰을 텔레비전과 연결해 동영상을 보는 것도 자연스럽다. 유튜브가 아이들에겐 콘텐츠를 보는 통로이자, 검색하는 도구이자,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 공간인 것 같다.”

앱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만 10살 이상 안드로이드폰 이용자 2만3000명을 대상으로 연령대별 모바일앱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10대가 가장 오래 쓴 앱이 유튜브(76억분)였는데, 2위인 카카오톡(24억분)의 3배 이상이었다. 2~6위 앱들의 사용 시간을 모두 더해도 유튜브 사용 시간에 못 미쳤다. 10대는 전 세대를 통틀어 유튜브를 가장 오래 사용할 뿐만 아니라 가장 압도적인 비율로 유튜브를 사용했다. 유진이 같은 만 10살 미만 아이들의 사용 시간을 조사한다면 유튜브의 ‘점유율’은 더 높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JTBC는 지난 7월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을 고정 패널로 출연시켜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랜선라이프’를 편성했다. 유튜브 채널 ‘JTBC Entertainment’ 갈무리
JTBC는 지난 7월부터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윰댕, 밴쯔, 씬님을 고정 패널로 출연시켜 그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랜선라이프’를 편성했다. 유튜브 채널 ‘JTBC Entertainment’ 갈무리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중반에 태어난 세대를 ‘제트(Z) 세대’라고 한다. 앞선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와 함께 정보기술(IT)에 능숙하며 인터넷에 연결돼 있을 때 편안함을 느낀다는 특성이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청소년기에, 제트 세대는 유년기에 인터넷 등 디지털 환경에 노출됐다면 유진이나 원준이는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과 함께 성장했다.

그들의 디지털 활동 무대는 유튜브다. 모르는 게 있으면 포털사이트가 아닌 유튜브에서 ‘하우투(how to) 영상’을 검색한다. ‘친구들한테 인기 많아지는 법’ ‘초경을 시작한 당신을 위한 질의응답(Q&A)’ ‘특별한 날에 하는 초등학교 5학년 메이크업’ 등 궁금한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이 다 있다. 3040들의 ‘싸이월드’나 페이스북처럼 초등학생들이 서로 안부를 묻고 일상을 공유하는 공간도 유튜브다. 그들에게 유튜브는 디지털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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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녀 따라 유튜브 ‘입문’

서울 서초구에 사는 유아무개(64)씨는 엉겁결에 유튜브 마니아가 된 경우다. 지난해 초였다. 며느리는 3살 손녀를 맡기면서 “밥 안 먹고 떼쓸 때 보여주시라”며 유튜브 채널 ‘콩순이·시크릿 쥬쥬’를 알려줬다. 유씨는 며느리 말을 따라하다 유튜브의 존재를 알게 됐다.

처음엔 음악을 주로 들었다. 지금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에서 듣기 힘든 1970년대 노래들이 많았다. (인터넷기업협회의 조사 결과, 50대 응답자의 56.7%가, 음악앱이 아닌, 유튜브로 음악을 듣는다고 답했다.) 그러다 추천 동영상들을 클릭해서 보기도 했는데 신부님이나 수녀님들의 강연 영상을 주로 봤다. 유씨의 방엔 텔레비전이 없다. 밤 9시 이후 잠들기 전까지 누워서 1~2시간 동안 스마트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다 잠드는 게 유씨의 일상이 됐다.

유씨는 천주교 신자다. 유튜브는 어떻게 알았는지 유씨에게 신부·수녀님들의 강의 영상들을 추천했다. 추천 영상 리스트를 따라 내려가다보면 ‘최신뉴스’ ‘최근 소식’이라는 제목이 달린 영상들도 있었다. 지난 7월 말 유씨가 본 영상은 이런 내용이었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 등을 제기해 주목받은 미국의 뉴스 채널 ‘The Next Network’. 유튜브 채널 ‘The Next Network’ 갈무리
2016년 미국 대선을 전후해 힐러리 클린턴의 건강 이상설 등을 제기해 주목받은 미국의 뉴스 채널 ‘The Next Network’. 유튜브 채널 ‘The Next Network’ 갈무리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북미정상회담(2018.6.12) 이후 비핵화와 관련된 세부 논의들이 잘 진척되지 않고 있다. 이는 중재자를 자처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집권 1년, 경제는 물론이고 안보까지 망가지고 있다.”

근거도 빈약하고 일방적인 비방에 가까운 내용이었지만 ‘최신뉴스’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유씨는 “영상 속 내용을 다 믿는 건 아니지만, 영상을 보고 ‘문재인 대통령이 상황이 좀 안 좋나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튜브 열풍의 또다른 주역은 50대 이상 시니어 세대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지난 3월 만 15~60살 남녀 1000명의 모바일 서비스 이용 행태를 설문조사한 결과 ‘모바일로 동영상 시청시 유튜브앱을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이 50대(79.1%)가 30대(77.3%)나 40대(77.4%)보다 높았다. 와이즈앱의 조사 결과도 50대 이상의 유튜브 사용 시간(51억분)이 30대(42억분)나 40대(38억분)보다 월등히 많았다.

유튜브로 ‘유입’되는 시니어들이 늘어나자 이들을 타깃으로 하는 유튜브 채널들도 늘어났다. 대표적인 게 보수 성향의 뉴스 채널들이다.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이 늘어난 배경으로 기존 미디어에 대한 보수세력의 불만, 진보 인사들의 지상파 진출에 대한 거부감 등 여러 요인이 제시되지만, 핵심은 보수 성향의 유튜브 이용자들이 늘었기 때문이다. 유튜브도 이들 보수 채널들이 제작한 영상을 전면에 내세워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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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들의 ‘기울어진’ 사랑방

<미디어오늘>이 지난 7월9일부터 15일 동안 유튜브 모바일과 피시(PC) 화면의 ‘인기영상’ 탭에 노출된 영상 리스트를 분석한 결과 인기영상 450건 중에 뉴스·시사 콘텐츠가 1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코미디·오락(71건), 체험·관찰(42건), 음악(29건), 영화(24건) 등이 뒤를 이었다. 뉴스·시사 콘텐츠 중에서 가장 많이 인기영상에 오른 채널은 ‘황장수의 뉴스브리핑’(13건)이었고, 다음이 ‘펀앤드마이크 정규재TV’(9건)였다. 미디어오늘은 “유튜브의 ‘인기영상’은 개인 맞춤형 콘텐츠가 제공되는 메인 화면과 달리 모든 이용자에게 같은 콘텐츠를 배열한다”며 “극우보수 성향 인터넷 방송 콘텐츠(55건)가 가장 주목 받으면서 진보 성향의 인터넷 방송 콘텐츠(4건)를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보수 성향 뉴스 채널 ‘신의 한수’.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제기한 보수 성향 뉴스 채널 ‘신의 한수’. 유튜브 채널 ‘신의 한수’ 갈무리
지난 16일 기준 유튜브 코리아의 50개 ‘인기영상’엔 ‘정규재TV’ ‘태극전사TV’ ‘신의 한수’ ‘KOREA우파V’ ‘개미애국방송’ ‘KTV BREAKING NEWS(브레이킹 뉴스)’ ‘황장수의 뉴스브리핑’ ‘조갑제TV’ 등 보수 성향 인터넷 채널에서 제작한 영상이 뉴스·시사 분야 영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제목을 보면 ‘문재인 8·15 경축사의 8가지 오류’ ‘김문수 “문재인이 수상하다”’ ‘8·15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문(재인) 탄핵집회 행진’ ‘청와대 난리났다! 김경수에 이어 송인배까지…’ 등이다.

27만 조회수가 나온 ‘신의 한수’ 채널의 지난 7월2일 ‘문재인의 이상한 행동과 건강이상설’ 영상을 보면, 기자가 패널로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과로로 1주일 가까이 쉬었던 사실을 언급한다. 그는 “이상하지 않냐? 문재인이 무슨 일을 했다고 과로로 쓰러지냐. (방러 일정을 소개하면서) 이것을 했다고 과로가 쌓여 쓰러졌다? 이상하다. 뭔가 다른 원인이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한다. 진행자는 “섣불리 판단하진 말자”고 하면서도 “중요한 건 숨기는 내용이 있다는 전언이 있다”며 의혹을 부풀린다. “비교적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출처나 근거는 끝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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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플랫폼 그 이상

개인이 동영상을 촬영해 이를 인터넷에 올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건, 불과 10여년 전인 2000년대 초반까지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테이프에 담긴 영상을 디지털 파일로 변환하기도 번거로웠고, 디지털로 촬영했더라도 대용량 영상을 인터넷에 업로드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개인 서버를 보유한 이는 드물었고, 만족할 만한 공간과 속도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없었다.

영상을 올리는 과정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영상을 웹에서 보려면 시간과 비용 뿐만 아니라 인내심까지 요구됐다.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 브라우저에 삽입된 미디어 플레이어를 모니터에 띄우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컴퓨터는 버벅댔다. 동영상은 ‘민폐’였다.

KBS 공채 출신 개그맨 김준호는 지난해 6월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1주일에 1~2회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얼간김준호’ 갈무리
KBS 공채 출신 개그맨 김준호는 지난해 6월 유튜브에 채널을 개설하고 1주일에 1~2회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채널 ‘얼간김준호’ 갈무리
2005년 2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가 세상에 나온 뒤 동영상의 위상은 달라졌다. 인터넷이 연결된 곳이라면 누구든지 손쉽게 동영상을 올리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이 올린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되자, 스마트폰은 동영상을 감상하는 수단이자 동영상을 촬영하고 업로드하는 도구로 자리잡았다. 스마트폰은 ‘틈틈이’ 동영상을 올리거나 감상하는 트렌드를 만들었고 부추겼다. 10분 안팎의 짧은 길이와 가볍게 보고 넘길 수 있는 내용의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2006년 10월 16억5000만달러(약 1조8000억원)의 몸값에 구글로 인수됐던 유튜브는 12년 뒤인 2018년 기업가치 1600억달러(180조원)의 공룡이 되었다. 수잔 워치스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로그인을 해서 유튜브를 이용하는 사람이 한달에 18억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커지는 덩치에 비례해 유튜브는 18억명 또는 그 이상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듣고 싶은 음악이 갑자기 떠올랐을 때, 뜨거운 이슈와 관련된 짧은 영상을 보고싶을 때 찾던 곳이 초기의 유튜브였다면, 지금의 유튜브에선 실시간 방송이 성행하고 궁금한 정보를 검색하며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일이 자연스럽다. 방송, 검색엔진, 에스엔에스 기능이 통합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동영상에 친숙한 1020 세대의 놀이터’라는 등식도 옛날 얘기다. 무궁무진한 콘텐츠를 무기로 1020 세대 뿐만 아니라 50대 이상과 10대 이하 어린이들까지 ‘유튜브 세대’로 포섭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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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확대, 유통의 혁명

유튜브 이용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기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수백만 구독자를 거느리는 유명인사가 됐다. 이들의 말이 순식간에 유행어가 되고,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뉴스에 등장하는 일도 많아졌다. 기존 매체들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을 필요로 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인터넷 1인 방송을 시작한 게임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나동현)은 한국 유튜브 시장을 개척한 ‘1인 미디어계 선구자’로 불린다. 그는 2013년부터 종편 등에 패널로 등장했고, 2016년 <교육방송>(EBS) 교양 프로그램 ‘대도서관 잡쇼’의 진행을 맡기도 했다. 그는 지난 15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난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대신해 <시비에스>(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을 맡고 있다.

15일부터 여름 휴가를 떠난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대신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을 맡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유튜브 채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갈무리
15일부터 여름 휴가를 떠난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를 대신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진행을 맡은 유튜브 크리에이터 대도서관. 유튜브 채널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갈무리
<제이티비시>(JTBC)는 지난 7월부터 “대한민국 상위 1% 크리에이터의 일상을 엿보다”는 주제로 대도서관과 그의 아내이자 토크 크리에이터인 윰댕,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 뷰티 크리에이터 씬님을 고정 패널로 꾸린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를 황금시간대인 금요일 오후 9시에 편성했다. 4명의 크리에이터는 채널 구독자수 90만~270만에 이르는 유튜브 스타들이다. 프로그램은 주로 이들의 일상을 담고 있다. 이들이 스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기에 가능한 시도다.

지상파나 종편에서 활동하던 연예인들은 거꾸로 유튜브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유튜브 영상엔 광고가 붙고 영상의 조회수에 따라 광고 수익이 발생한다. 물론 이들이 유튜브로 영역을 확장하는 이유가 영상에 따라붙는 광고수익 때문만은 아니다. 영상에 붙는 광고의 수익은 유튜브와 크리에이터가 55대 45의 비율로 나눈다. 이 광고 외에 ‘잘 나가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에겐 기업 쪽에서 광고를 만들어달라는 제안도 들어온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광고를 제작하기도 하고 영상 속에 자연스럽게 상품을 노출하기도 한다. 수익의 ‘단가’가 달라진다.

팬(시청자)이 있는 곳엔 돈(기업)이 몰리고, 둘을 이어주는 사람들(크리에이터) 또한 몰리게 마련이다. ‘이론적’으론 유튜브는 대한민국 5천만명이 아니라 전 세계 60억명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다. 아직 번역에 오류가 많지만 ‘자막 자동 번역’ 기능을 켜놓으면 외국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자국 언어로 제작해 올린 동영상도 한국어 자막으로 시청이 가능하다. 대도서관은 지난해 9월 유튜브 광고 수익을 설명하는 영상에서 “1인 미디어는 미디어의 혁명이 아니다. 유통의 혁명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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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가치는 ‘체류시간’

로버트 캔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2015년 10월 유튜브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발표하고 있다. 월정액을 내고 유튜브 레드를 이용하면 영상 직전 광고를 보지 않거나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AP 연합뉴스
로버트 캔슬 유튜브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가 2015년 10월 유튜브의 프리미엄 서비스인 유튜브 레드를 발표하고 있다. 월정액을 내고 유튜브 레드를 이용하면 영상 직전 광고를 보지 않거나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동영상 재생이 가능하다. AP 연합뉴스
사기업인 유튜브의 지상과제는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기영상을 제공하고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영상을 끊임없이 추천한다. 이용자들을 최대한 유튜브 화면 앞에 붙들어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 ‘논리’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구독자를 늘리고 조회수가 많이 나와야 돈을 벌고 살아남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무리수’를 던진다.

중앙대 유홍식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연구팀이 2016년 게임과 토크,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나눠 분야별로 인기있는 3명의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제작한 27개 영상을 분석한 결과 총 1034개의 유해적 내용이 발견됐다. 욕이나 막말, 비속어 등 문제적 언어 사용이 51.4%(531회)로 가장 많았고, 폭력적 내용이 20.4%(211회), 선정적 내용이 15.3%(158회)로 뒤를 이었다. 성인인증시스템(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설정할 수 있다)이 설정된 콘텐츠는 하나도 없었다.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영상 속에서 ‘씨X’ ‘존X’ 등의 욕설을 듣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여성 게스트를 불러 노출이나 특정 포즈를 요구하는 장면도 손쉽게 발견할 수 있다. 모두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자유롭게 볼 수 있는 영상들이다.

‘가짜뉴스’나 근거가 불분명한 명예훼손성 콘텐츠, 혐오 표현들도 별다른 제재 없이 그대로 노출된다. 사전 제재는 물론이고 사후 제재도 이뤄지지 않는다. 유튜브, 아프리카TV 같은 인터넷 방송은 그 형태만 방송일뿐 전기통신사업법의 적용을 받는 부가통신사업자다. 방송법에 따른 자체 사전심의, 광고규제, 내용규제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플랫폼 차원에서 내리는 계정 일시정지·영구정지 정도의 제재가 있을 뿐이다.

유튜브 콘텐츠의 유해성 논란이 한국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1800만 구독자를 거느린 미국의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 로건 폴은 지난해 12월말 ‘자살의 숲’으로 불리는 일본 야마나시현 주카이숲에 찾아갔고, 목 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주검과 그 옆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논란이 커지고 폴이 해당 영상을 삭제할 때까지 유튜브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원본 영상’은 사라졌지만 로건을 비판한다는 핑계로 부분 모자이크 처리한 복사본은 여전히 유튜브에서 손쉽게 찾아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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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모든 걸 해결할까?

유튜브는 이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영상을 추천하거나 문제 영상을 선별하는 것 모두 알고리즘에 의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하며 “머신러닝(컴퓨터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학습하는 기술)과 알고리즘 시스템을 강화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자극적인 영상이 널리 퍼지고 이용자들이 늘어났는데, 유튜브가 전혀 ‘의도’하지 않은 결과일까.

유튜브에서 3년 동안 추천 시스템 분야에서 일한 엔지니어 기욤 샤스로는 지난 2월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특정 의도를 지닌 채 작동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샤스로는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은 진실에 가깝거나 균형 잡혀 있거나 민주주의에 도움이 되는 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오로지 이용자들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영상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말이다. 샤스로는 이어 “가짜뉴스를 가려내고 콘텐츠의 질과 다양성을 개선시킬 방법이 많이 있지만, 유튜브는 하나도 시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헨리 파렐 교수는 지난달 13일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새로운 경제의 오래된 비즈니스 모델은 죽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온라인 서비스 회사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알고리즘을 바로잡을 인간의 판단이 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파렐 교수는 “지난 미국 대선 과정에서 유튜브는 음모론을 제기한 동영상들이 유통되는 데 기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튜브가 (그런 결과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진정한 문제”라며 “알고리즘은 반유대주의자에게 유대인 혐오 영상을 추천하는 것과 원예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영상을 추천하는 것 사이의 근본적인 차이를 식별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견제 움직임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18일 유럽연합(EU)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계(OS)로 시장 지배력을 남용해 관련 법규를 위반했다며 구글에 43억4000만유로(약 5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유튜브, 구글 검색앱, 구글맵 등을 선탑재하도록 강요했다는 이유였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1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여성가족부, 구글코리아와 네이버 등 정부와 학계, 기업이 참여한 ‘클린인터넷방송협의회’가 출범했다. 인터넷 방송 자율규제 가이드라인 등을 협의하기 위한 기구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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