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이 경찰청 홈페이지의 ‘함께하는 국민마당-열린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을 과도하게 삭제해 누리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경찰청 홈페이지 열린게시판에는 총 359개의 글이 올라왔으나 이 가운데 100여개가 삭제됐다.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과 함께 “삭제한 기준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권수연씨는 지난 25일 “공권력 남용, 처벌 부탁드립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권씨는 “어청수 청장 동생을 다룬 부산 엠비시 보도물이 경찰의 삭제 요청에 의해 블라인드 처리되고 있다”며 “공무원의 명예훼손의 경우 국가기관이 아닌 개인이 해야 한다고 하는데 ‘탈법적 과잉 대응’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글은 곧 삭제됐다. 채병준씨가 “부산 엠비시 동영상을 구글에 삭제 요청한 것에 대해 근거를 제시해 달라”며 같은 날 올린 글도 삭제됐다.
경찰청 쪽은 삭제 이유에 대해 “경찰청장 동생과 관련된 내용은 ‘명예훼손’이라고 보았고, 경찰을 ‘견찰’이라고 하는 등 일부 표현은 욕설이나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임시조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청 열린 게시판은 “명예훼손, 상업성 광고,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는 게시물은 운영 규칙에 의거 삭제될 수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하지만 누리꾼들은 “이게 무슨 ‘열린’ 게시판이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신동일씨는 게시판에 “떳떳하다면 글을 지울 필요까지는 없을 텐데 왜 지우는지 답변을 달라”고 글을 올렸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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