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직 물러난 뒤에도 318만원 급여 계속 받아
‘LKe불법거래’ 책임모면 위해 형식적사퇴 의혹
BBK 핵심고리 역할 가능성…미국 소송도 주도

18일 검찰에 출석한 김백준씨는 비비케이(BBK) 사건의 모든 비밀을 알고 있을 인물로 지목돼 왔다. 엘케이이뱅크와 이뱅크증권중개의 이사와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며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대리인 구실을 했고, 이 후보를 대신해 김경준씨를 상대로 소송을 벌인 것도 김백준씨였다.

<한겨레>는 김백준씨가 옵셔널벤처스의 주가조작이 한창 진행되던 2001년 7월까지도 엘케이이뱅크에서 김경준씨와 함께 일했음을 시사하는 자료들을 입수했다. 이 후보와 김백준씨는 이미 같은 해 4월 김경준씨와 결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백준씨가 이 후보의 엘케이이뱅크 대표이사직 사퇴 이후에도 이뱅크증권중개의 청산 및 엘케이이뱅크 지분 관련 업무 등을 처리하며 이 후보와 김경준씨 사이의 연결고리 구실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방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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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사직 사퇴 이후에도 월급 받아=2001년 8월6일치 엘케이이뱅크의 회계용 전표를 보면, 김백준씨의 ‘7월 급여 미지급분’이라는 명목으로 318만4750원이 엘케이이뱅크의 신한은행 계좌에서 김씨에게 지급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엘케이이뱅크의 통장 사본에서도 확인된다.

김백준씨는 2001년 4월에 열린 엘케이이뱅크 임시주총에서 당시 대표이사이던 이명박 후보와 함께 이사직을 사퇴한 것으로 등기부등본에 나타나 있다. 김백준씨가 이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엘케이이뱅크에서 계속 월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엘케이이뱅크를 통해 진행된 불법사항에 대한 책임을 모면하고자 형식적으로 이사직을 사퇴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구나 김경준씨는 지난해 4월12일 미국 법원 증인신문에서 “김백준씨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던)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에서 2001년 10월까지 함께 근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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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별 이후에도 김경준씨와 접촉=2001년 7월12일에 작성된 ‘업무보고’라는 문건을 보면, 김백준(PJKim)씨가 이 후보(MBLee 회장)에게 엘케이이뱅크의 사무실 원상복구 비용(2500만원)을 절반으로 깎은 사실 등 세세한 부분까지 보고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김경준씨가 하나은행 쪽에 엘케이이뱅크 지분 매입 의사를 전달한 사실도 포함돼 있다.

이는 김백준씨가 김경준씨와 같이 일을 진행했고, 이 후보에게도 이런 사실이 보고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후보가 ‘믿을 수 없어’ 김경준씨와 결별했다고 밝힌 시점 이후에도 김씨와 의사소통을 했다는 얘기다. 보고서 맨 아래엔 이 후보 쪽이 미국 법원에 제출한 자료라는 뜻으로 ‘PL(원고) 1039’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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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와 김백준씨는 이사직 사퇴 이후엔 엘케이이뱅크의 모든 상황을 김경준씨 혼자 처리했으며 이 후보나 김백준씨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엘케이이뱅크의 자본금이 마프펀드에 투자됐다가 해외의 ‘페이퍼 컴퍼니’를 거치며 불법적 돈세탁에 동원된 것이나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등의 불법행위를 모두 김경준씨가 혼자서 했다는 게 이 후보 쪽 주장이었다.

<한겨레>는 김백준씨의 직접 해명을 들으려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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