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케이(BBK) 사건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최측근 김백준(67)씨가 18일 비비케이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최재경)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후보등록일인 오는 25일 이전에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김백준씨가 오늘 오후 2시께 서울 중앙지검에 출석했다”며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지 않았지만 김씨가 ‘내가 의혹을 받을 일이 없다’며 검찰에 나갔다”고 말했다. 김씨는 소송기록 등 이 사건과 관련한 각종 자료를 가지고 나갔으며,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회 비비케이 팀장인 은진수 변호사가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는 김백준씨의 검찰 출두 사실을 전해 들은 뒤, “검찰이 강도 높은 조사를 할 텐데, 절대 협조해서 응하라”고 말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이 후보의 고려대 2년 선배인 김백준씨는 현대종금부사장 출신의 국제금융 전문가로, 이 후보와 김경준씨가 공동대표였던 엘케이이뱅크의 이사로 재직하는 등 비비케이 사건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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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백준씨를 상대로 △㈜다스가 비비케이에 190억원을 투자한 경위 △비비케이와 엘케이이뱅크의 관계 △다스의 투자금이 엘케이이뱅크와 이뱅크증권중개의 자본금으로 유입됐는지 여부 △김경준씨의 횡령 및 주가조작 사실을 알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은 또 김경준씨와 이명박 후보 사이에 이면계약서가 있었는지 여부도 조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은 이에 앞서 엘케이이뱅크와 비비케이, 옵셔널벤처스에 근무하며 자금과 통장을 관리하는 등 이 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진영(32)씨 등 관련 참고인들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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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검찰은 이날 회삿돈 384억원을 빼돌리고 주가조작을 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 등)로 김경준(41) 비비케이 전 대표를 구속했다. 이광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김씨는 2000년 7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대표로 있으면서 384억원을 22차례에 걸쳐 빼돌리고, 허수주문과 가장매매 등을 통해 옵셔널벤처스의 주가를 조작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를 받고 있다. 김씨는 이 과정에서 미국 여권 7개와 미국 네바다주 법인설립인허가서 19장 등을 위조해 사용한 혐의(사문서 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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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김씨가 17일 밤 11시40분 구속영장이 청구될 때 영장실질심사를 신청했다가, 1시간여 뒤인 18일 오전 1시께 이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고제규 조혜정 기자 unj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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