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성에 엄청난 양의 물이 오랜 기간 존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8일 공식 발표했다. 화성에 한때 생명체가 살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추론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나사는 이날 “화성 탐사로봇 큐리오시티의 탐측 결과는 ‘마운트 샤프’로 명명된 산악 지대가 거대한 호수 지반의 퇴적물들이 수천만년 동안 쌓여 형성됐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나사는 또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사진과 지질 자료를 분석해보니 초기 화성은 지금보다 훨씬 따뜻하고 곳곳에 물이 많았으며 두터운 대기층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큐리오시티는 발사된 지 8개월여 만인 2012년 8월 화성의 게일 크레이터에 착륙했으며, 지금까지 약 8㎞ 구간을 이동하면서 탐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름이 154㎞나 되는 게일 크레이터의 가운데에는 약 5㎞ 높이의 산(마운트 샤프)이 솟아있는데, 지금까지 이 산의 형성 과정은 의문이었다. 나사의 화성탐사 프로그램 수석연구원인 마이클 메이어 박사는 “게일 크레이터에는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며 “이 호수는 생명체가 출현하고 번성하기에 충분한 시간인 수백만년 동안 존속했을 수 있으며, 이는 퇴적물이 쌓여 산을 형성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큐리오시티 탐사팀 과학자인 로저 서먼스 박사는 <뉴욕 타임스>에 “탐사로봇의 관측과 발견으로 미루어 초기 화성의 상태는 지구와 상당히 비슷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구와 화성 모두 생성 초기 수십억년 동안 생명이 자랄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갖추고 있었으며 암석의 화학 성분과 풍화과정도 똑같았다는 것이다. 이는 화성에도 최소한 박테리아 같은 미생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강하게 내비친다. 지금의 화성은 대기권이 매우 얇고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63°C인 메마르고 추운 별이다. 그러나 초기엔 두터운 대기층이 있었고 기온이 영상을 유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행성에서 생명이 출현하려면 △지표면의 물과 충분한 에너지 △탄소·수소·산소·인·질소 등 5대 기초원소 △장구한 시간 등 세 가지 조건이 동시에 충족돼야 한다는 게 과학계의 통설이다. 지금까지 과학계는 화성에서 이런 조건이 형성됐던 시기가 기껏해야 수천년 정도로, 생명 탄생의 기준에는 턱없이 짧았던 것으로 여겨왔다. 그러나 나사는 지금까지 큐리오시티가 보내온 마운트 샤프에 관한 자료들을 종합해 볼 때, 게일 크레이터에 큰 호수와 강, 퇴적토가 형성한 삼각주가 수백만~수천만년 동안 있었던 게 거의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큐리오시티는 앞서 지난해 3월 탄소·수소·산소·인·질소·황 성분을 포함한 점토광물이 굳어진 암석을 채취한 바 있다.
마이클 메이어 박사는 “마운트 샤프의 형성 과정으로 알아낸 화성의 환경 변화에 관한 지식은 앞으로 화성 생명체를 탐색하는 연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