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당 표밭을 휩쓸고 지나간 7·29 태풍에 자민당의 거물 정치인들이 고목처럼 줄줄이 쓰러졌다.
“역풍이 갈수록 강해지는 선거였다. 모두 나의 부덕의 소치다.” 오카야마 선거구에서 민주당의 신인 히메이 유미코(44)에 패배한 가타야마 도라노스케(71)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29일 밤 지지자들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오카야마는 이번 선거의 승부를 가른 29개 1인선거구(한사람을 뽑는 선거구) 가운데 하나다. 자민당이 1인구 23곳에서 고배를 마셨다.
시마네현에서는 자민당 참의원 부간사장으로 아오키 미키오 참의원 회장의 오른팔인 가게야마 슌타로(62)가 42살의 국민신당 여성신인 가메이 아사코에 패했다. 시마네현은 아오키 회장의 고향으로 50년 동안 야당 의원을 허용하지 않은 보수왕국이다. 참의원 1인자로 평가받는 아오키 회장은 이번 선거의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직 사퇴를 표명했다. 고교 유명 축구감독이라는 높은 지명도로 바탕으로 낙승이 예상됐던 나가사키현의 자민당 후보 고미네 다다도시(62)는 자신을 추천한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의 원폭 투하 용인 발언의 ‘유탄’을 맞아 꿈을 접어야 했다.
아베 정권의 납치담당보좌관인 나카야마 교코는 자민당 비례구에서 당선됐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A급 전범 도조 히데키의 손녀 도조 유코와 국민신당 비례대표로 출마한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도 낙선했다. 재일한국인 2세로 한국이름을 내걸고 출마한 김정옥씨도 국적의 높은 벽을 넘지 못했다.
한편, 이번 선거에서는 ‘여풍’도 거세게 불었다. 전체 91명의 여성 후보 가운데 26명(선거구 14, 비례대표 12)이 당선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도쿄/김도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