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 사 먹으면 되지, 요새 무슨 김장을 해?”
김치도 내 입맛에 맞게 사 먹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농촌도 아닌 도시에서 여전히 김장거리를 손수 심고 거둬 겨울 채비를 하는 동네가 있다.
무너진 담 아래로 한 평쯤 되는 자투리땅에 심긴 무와 배추. 구청에서 ‘마을 미화’를 위해 만든 화단 귀퉁이에 무심하게 심긴 파. 그것들이 다 자란 늦가을이 되면, 동네 사람들은 농촌에서 가을걷이를 하듯 그것들을 수확해 김장을 한다.
홀로 손주 셋을 키우던 우리 할머니도 예외는 아니었다. 손주들 키우느라 청소 일을 나가고 굴을 까면서도 한여름부터 틈틈이 겨울 채비를 하셨다. 그때마다 맏이인 내게 자질구레한 일들이 떨어지는 게 영 귀찮고 성가셨다. 그렇지만 막상 김장 때가 되면 나도 모르게 뿌듯하고 설다. 우리가 김장을 하면 옆집, 뒷집 할 것 없이 다 같이 거들어주었다. 다른 집에서 김장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나 동네 사람들은 늘 가난했지만 항상 부지런히 일했고, 가족들의 먹을거리를 마련하느라 고된 과정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책임지는 삶’을 배웠고, 할머니의 사랑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올해도 ‘도르리’ 창작공간 앞 건재상 삼거리에서 할머니들이 김장거리를 나누어 다듬는다. 북성포구로 들어서는 골목엔 양동이를 수레에 담아 끌고 가는 아주머니들이 분주하다. 담장 밑 좁은 화단이나 헐린 집터에 심어두었던 무도 뽑아 손질을 시작하셨다. 더 추워지기 전에 가족을 위해, 그리고 혼자 겨울을 날 이웃에게 나눠줄 김장을 준비하는 이들의 마음이 손끝에서 부지런하다.
글·만화 오정희, 그림 김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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