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작가들의 대안적인 작품판매 장터를 내걸고 신설한 행사인 ‘2015 예술가 길드아트페어’(총감독 홍경한)의 출품작이 정치적 논란에 휘말려 전시가 중단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미술관 쪽은 4일부터 13일까지 서울 남현동 남서울분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술가길드아트페어에 나왔던 작가 홍성담 씨의 신작그림 ‘김기종의 칼질’을 전시장에서 내리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작품은 올해 3월 일어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의 흉기 피습 사건을 작가의 시각으로 묘사한 그림이다. 가해자인 재야운동가 김기종씨의 범행 경위와 심경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의 의거상황과 견줘가며 이야기한 글을 함께 그림에 적어넣었다. 이런 그림 내용이 이날 오전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테러를 미화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일부 관객과 보수단체들의 항의도 잇따르자 미술관 쪽은 홍 총감독과 협의해 작품 전시를 접기로 했다. 홍 총감독은 이날 오후 미술관이 낸 보도자료를 통해 “홍 작가의 작품 내용이 정치적 이슈로 번지면서 전시가 추구하려던 예술가의 자생성이나 시대정신의 재고찰 문제가 이데올로기화 되는데 불편함을 느꼈고, 다른 참여작가들과 작품들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내리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홍성담씨는 80~90년대 진보미술진영의 주요 작가로 활동했다. 지난해 열린 광주비엔날레 20주년 기념 특별전에도 세월호 사건을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을 내놓았다가, 정치적 논란으로 출품이 보류되자 전시를 포기한 바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서울시립미술관 제공